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2003.03.27 | 미분류

새만금갯벌에서 서울까지 생명평화를 위한 참회의 기도수행

세 걸음과 한번 절마다 우리는 무수한 생명이 죽어가는 이라크와
새만금갯벌에 생명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三 步 一 拜

시작행사: 2003년 3월 28일(금) 오전 11:00
시작장소: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해창갯벌

진행: 3월 28일∼ 5월 말까지 2개월 동안 새만금갯벌에서 서울(305㎞)까지 삼보일배 진행

○ 새만금사업과 같은 대규모 생명파괴사업은 생명을 경시하는 개발지상주의에서 기인한 것이며, 이러한 생명경시가 결국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같은 대량살상 전쟁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라크를 향한 미국의 폭격과 이를 지지하는 한국군 파병은 지구상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는 생명살상이며, 새만금갯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간척사업 또한 갯벌의 생명들과 지역주민들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형태의 무자비한 생명살상전쟁입니다.

○ 지난 수년동안 우리는 새만금 갯벌에 가해지는 폭력을 멈추기 위해 무수한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또한 종파를 초월한 종교계에서도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수행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가 열리고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음에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전 세계를 휩쓴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의 열기에 편승하여 방조제 공사는 더욱 속력을 내고 있고, 참여정부는 전 세계가 반대하는 이라크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여 생명살상에 힘을 보태려 하고 있습니다. 새만금간척 사업은 이제 멈춰야합니다. 이라크 침략전쟁도 중단되어야 합니다. 생명평화의 이름으로, 지구의 이름으로 생명살상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 이제 다시 문규현신부, 수경스님 등 종교계 성직자들은 새만금갯벌과 이라크에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력을 멈추게 하기 위해 3보 1배(세걸음 마다 한번 절)로 새만금갯벌에서 서울까지 300km의 머나먼 거리를 눈물과 고통으로 참회의 기도수행을 진행하려 합니다. 이번 3월 28일 3보1배 기도수행 시작행사에는 생명과 평화의 상징인 틱낫한 스님이 참석해서 걷기명상을 함께 진행합니다. 4월 1일(화)에는 리카르도 나바로 지구의 벗 국제본부 의장이 3보1배 기도수행에 함께합니다. 부디 오셔서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온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들의 정진에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 문의: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장지영 부장 018-730-7775
                                               윤기돈 간사 011-9765-7276

三步一拜의 길을 떠나며

문규현 신부님

생명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형제자매들과 제 마음을 이렇게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이제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기나긴 여정을 떠납니다.
도착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이 길고 긴 여정이, 저도 두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무척 심란하고 긴장됩니다.

진심 어린 걱정을 담아 말리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갈 거냐며 무슨 이벤트인냥 은근히 생색내기로 넘겨짚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형님 문정현 신부는 차라리 삼보일배를 시작하는 3월 28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저와 수경스님은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아픔을 나누며, 과연 삼보일배의 길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다가올 수난을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고뇌와 번민으로 밤을 지새우며 기도하신 예수님 마음을 감히 헤아려보았습니다. 예수님, 당신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셨을까요, 하고 깊은 침묵 속에 여쭈어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내 복잡한 심정이 89년 방북 때의 그것을 닮은 것 같기도 해 저 혼자 위로해보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 귓전에는 대구 지하철 참사로 희생된 죽음들과 죄 없는 새만금 갯벌과 죄 없는 이라크인들의 고통이 같은 울림으로 메아리칩니다. 그것들은 연민과 사랑을 잃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낸 죄악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별개의 사건 같지만 모두 똑같은 야만스런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탐욕과 물질지상주의가 생명의 존엄성과 귀함 위에 군림하는 모습입니다. 가볍고 쉽게 살려는, 나 하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반그리스도적인 행태가 만연한 탓입니다. 결국 바로 우리 자신과 공동체 모두가 그 대가를 참으로 비싸게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무 죄도 없던 예수님을 강도 대신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라고 아우성치던 군중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군중들 속에 바로 우리 자신도 함께 서서 고함치고 손가락질하고 있음을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끝없는 욕심과 눈앞의 편리함만을 쫓는 태도가 무고한 새만금 갯벌을 죽이고 무고한 자연을 파괴하는 일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쟁놀이로 인해 죽어 가는 이라크 양민들과 어린이들의 고통은 바로 우리의 이기심과 무관심이 허용한 것입니다. 대구 지하철 대참사는 그 무엇도 아닌 바로 겉치레에 치중하는 우리의 그릇된 생활방식과 가치관이 만든 것입니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비록 두렵고 긴장되지만, 저는 이 긴 여정을 단순한 마음으로 떠나겠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죄 없는 생명들이 죽어가고 참 평화가 몹시 절실한 때이니 더더욱 길을 떠나야겠습니다. 새만금 갯벌에서 십여 년이 넘게 벌어지고 있는 저 소리 없는 총성과 떼죽음, 그리고 제발 전쟁을 중단해달라는 이라크 양민들의 피 어린 호소를 함께 가슴 속 깊이 품고 이 길을 떠나겠습니다. 우리가 새만금 갯벌을 살릴 수 있다면, 소리내지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는 것들의 소중함과 귀함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참혹한 전쟁도, 저 터무니없는 죽음과 공포의 행진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길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입니다. 이런저런 타산과 계산을 허용하지 않는 길입니다. 생명과 죽음, 그 가운데 중립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온 힘을 다하여 삼보일배의 여정을 끝까지 갈 것입니다. 기어서라도 가겠습니다. 살고자 하는 이는 죽고, 제 목숨을 버리고자 하는 이는 산다고 했습니다.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 없이 부활의 영광과 기쁨을 누릴 수는 없으니, 저는 이 고행을 기쁘게 기꺼이 받겠습니다.  

부안에서 서울까지 305km라 합니다. 길고 긴 여정이며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길 따라 내 온 몸을 낮추어 보이지 않는 생명의 소리들, 고통받는 그들의 소리를 듣겠습니다.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파괴되고 있는 자연, 전쟁과 온갖 폭력 속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겠습니다. 나의 땀 한 줌, 나의 기도 한 마디가 죽어 가는 새만금 갯벌의 생명들과 공감을 이루고 나눠질 수 있도록 간절히 마음 모으겠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길을 떠나도록 기꺼이 허락하는 여러분의 마음이야말로 제게 가장 큰 힘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여러분이 제게 주시는 깊은 사랑과 격려, 응원과 기도를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특별히 이 사순 기간 동안 어느 자리에 있든 우리는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하여,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분명한 생각과 말과 행위로 증거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우리 각자의 삶이 진정한 회개와 변화, 선포와 행동으로 충만하여 부활의 영광과 축제를 이끌어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2003년 3월 28일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의 길을 떠나며
신부 문규현 바오로 드림

생명평화, 전쟁반대 실현을 위한 三步一拜 발로참회를 시작하며

수경 스님

춘래 불사춘이라 봄은 왔으나 봄이 아닙니다.
지리산에 매화가 피고 산수유꽃이 피었지만 그 꽃들마저 불안하고 불안합니다.
한반도에 봄바람이 불고 녹색별인 지구에도 21세기의 화두인 생명평화의 푸른 기운이 일고 있지만 이 봄바람마저 예사롭지 않고 생명평화의 푸른 기운마저 위태로울 뿐입니다.

이는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오만한 미 제국의 이라크 침공 때문이자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외면하는 대한민국 개발독재의 광풍 때문이며 우리 모두의 가슴 속 깊이 도사리고 있는 죽임의 문화와 투쟁의 독 기운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20세기적인 ‘죽음의 향연’에 길들여져 스스로 ‘불타는 집’ 속에 갇혀 있습니다. 전쟁과 테러와 난개발의 뿌리는 서로 다르지 않고 말 그대로 반평화, 반생명, 반환경의 독입니다. 반드시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업보의 화이자 독일뿐입니다.

산이 죽으니 강이 죽고 강이 죽으니 바다마저 죽어갑니다.
북한산과 지리산이 죽고 낙동강이 죽어가니 새만금 갯벌도 죽어가고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온통 죽음의 굿판입니다. 산은 아스팔트의 이름으로 죽어 그대로 거대한 무덤이 되고 강물은 댐의 이름으로 썩어 수장이 되고 갯벌은 매립의 이름으로 죽어 뭇생명들의 거대한 공동묘지가 됩니다.

도대체 이 땅에 누가 있어 상극과 공멸의 광풍을 잠재우고 상생과 생명평화의 장을 만들겠습니까.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유마경의 진리는 도대체 지금 바로 여기가 아닌 그 어디에 존재하며 “너는 나의 뿌리이며, 나 또한 너의 뿌리”인 화엄경의 연기론은 또 지금 바로 여기가 아닌 그 어느 곳에 있어야 하겠습니까.

피고 또 피는 꽃들의 가르침과 틱낫한 스님의 간절한 평화의 기도가 다르지 않으며, 아직 어린 여중생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과 해창 갯벌의 무수한 생명체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울고 또 우는 문규현 신부의 기도가 다르지 않으며, 북한산 오색딱따구리의 울음과 이라크의 죄없는 민중들의 대성통곡을 들으며 오늘 삼보일배를 시작하는 저의 참회가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에 국립공원인 북한산이 파헤쳐지고 올해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해’에 썩은 물의 저장고인 댐 계획이 추진되고 새만금 간척사업이 강행되듯이 유엔의 결의도 없이 미 제국은 이라크를 침공하고 말았습니다. 동체대비의 세상은 간 곳이 없고 죽임과 난개발과 학살만이 전지구적으로 한 몸입니다.

도대체 어찌하란 말입니까.
눈앞이 캄캄합니다.
이미 죽거나 죽어가는 유정무정의 생명들에게 극락왕생의 아미타경이나 읽어주며 털썩 주저앉아 있어야 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미타경도 참회의 실천이어야 하고 수행도 세상을 바로잡는 정념의 실천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저의 수행처는 지리산 실상사의 극락전이자 북한산의 농성장 철마선원이며 해창 갯벌의 컨테이너 법당 해창사입니다.  
그리하여 저의 수행처는 세계화의 첨단기지인 미국의 쌍둥이 빌딩이자 녹색별의 베이스캠프인 펜타곤이며 이라크의 사막이자 아비규환의 바그다드입니다.

마침내
백척간두 진일보의 날이 다가온 것입니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위하여 제가 먼저 몸숨을 바칠 각오로 삼보일배 참회의 기도를 시작합니다.
세 걸음에 한번 절을 올리며 해창 갯벌에서 서울까지 가고 또 가겠습니다. 내 몸 속의 독과 화를 뿌리째 뽑아내며 살아 있는 유정무정의 뭇 생명들을 부르고
죽어가는 모든 생명들을 부르고 또 부르며 수행의 길, 고행의 길을 가겠습니다.

한 걸음 내디디며 전생 현생 제가 지은 죄를 고해하고 한 걸음 내디디며 치열하지 못한 수행의 자세를 가다듬고 한 걸음 내디디며 두 손 모아 발로참회의 절을 올리겠습니다.

또 한 걸음 내디디며 지리산에서 희생된 좌우익 영가들을 부르고, 또 한 걸음 내디디며 난개발로 죽어가는 뭇생명들을 부르고 또 한걸음 내디디며 미선이와 효순이, 이라크의 미선이 효순이를 부르고 두 손 모아 극락왕생을 비는 큰절을 올리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문규현 신부와 뜻을 모았으니 오체투지의 자세로 참회하고 또 참회하며 먼저 제 몸 속에 고로쇠물처럼 차오를 생명평화의 그날을 맞이하겠습니다.
“한 마음이 청정하면 일체 중생의 마음이 청정하고,
하나의 몸이 청정하면 모든 중생의 몸이 청정하고,
하나의 국토가 청정하면 일체 국토가 청정하다”고 했으니 제가 먼저 청정해질 때까지 동체대비의 길을 가고 또 가겠습니다. 탈진해 쓰러지는 저의 몸 속에
마침내 환하게 꽃피는 봄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불기 2547년(2003) 3월 28일
만물 상생의 봄날 收耕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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