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갯벌에서 서울까지 생명평화를 위한 참회의 기도수행
세 걸음과 한번 절마다 우리는 무수한 생명이 죽어가는 이라크와
새만금갯벌에 생명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三 步 一 拜
시작행사: 2003년 3월 28일(금) 오전 11:00
시작장소: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해창갯벌
진행: 3월 28일∼ 5월 말까지 2개월 동안 새만금갯벌에서 서울(305㎞)까지 삼보일배 진행
○ 새만금사업과 같은 대규모 생명파괴사업은 생명을 경시하는 개발지상주의에서 기인한 것이며, 이러한 생명경시가 결국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같은 대량살상 전쟁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라크를 향한 미국의 폭격과 이를 지지하는 한국군 파병은 지구상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는 생명살상이며, 새만금갯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간척사업 또한 갯벌의 생명들과 지역주민들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형태의 무자비한 생명살상전쟁입니다.
○ 지난 수년동안 우리는 새만금 갯벌에 가해지는 폭력을 멈추기 위해 무수한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또한 종파를 초월한 종교계에서도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수행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가 열리고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음에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전 세계를 휩쓴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의 열기에 편승하여 방조제 공사는 더욱 속력을 내고 있고, 참여정부는 전 세계가 반대하는 이라크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여 생명살상에 힘을 보태려 하고 있습니다. 새만금간척 사업은 이제 멈춰야합니다. 이라크 침략전쟁도 중단되어야 합니다. 생명평화의 이름으로, 지구의 이름으로 생명살상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 이제 다시 문규현신부, 수경스님 등 종교계 성직자들은 새만금갯벌과 이라크에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력을 멈추게 하기 위해 3보 1배(세걸음 마다 한번 절)로 새만금갯벌에서 서울까지 300km의 머나먼 거리를 눈물과 고통으로 참회의 기도수행을 진행하려 합니다. 이번 3월 28일 3보1배 기도수행 시작행사에는 생명과 평화의 상징인 틱낫한 스님이 참석해서 걷기명상을 함께 진행합니다. 4월 1일(화)에는 리카르도 나바로 지구의 벗 국제본부 의장이 3보1배 기도수행에 함께합니다. 부디 오셔서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온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들의 정진에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 문의: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장지영 부장 018-730-7775
윤기돈 간사 011-9765-7276
三步一拜의 길을 떠나며
문규현 신부님 생명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형제자매들과 제 마음을 이렇게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이제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기나긴 여정을 떠납니다. 진심 어린 걱정을 담아 말리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갈 거냐며 무슨 이벤트인냥 은근히 생색내기로 넘겨짚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형님 문정현 신부는 차라리 삼보일배를 시작하는 3월 28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저와 수경스님은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아픔을 나누며, 과연 삼보일배의 길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다가올 수난을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고뇌와 번민으로 밤을 지새우며 기도하신 예수님 마음을 감히 헤아려보았습니다. 예수님, 당신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셨을까요, 하고 깊은 침묵 속에 여쭈어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내 복잡한 심정이 89년 방북 때의 그것을 닮은 것 같기도 해 저 혼자 위로해보기도 했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길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입니다. 이런저런 타산과 계산을 허용하지 않는 길입니다. 생명과 죽음, 그 가운데 중립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온 힘을 다하여 삼보일배의 여정을 끝까지 갈 것입니다. 기어서라도 가겠습니다. 살고자 하는 이는 죽고, 제 목숨을 버리고자 하는 이는 산다고 했습니다.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 없이 부활의 영광과 기쁨을 누릴 수는 없으니, 저는 이 고행을 기쁘게 기꺼이 받겠습니다. 부안에서 서울까지 305km라 합니다. 길고 긴 여정이며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03년 3월 28일 |
생명평화, 전쟁반대 실현을 위한 三步一拜 발로참회를 시작하며
수경 스님 춘래 불사춘이라 봄은 왔으나 봄이 아닙니다. 이는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오만한 미 제국의 이라크 침공 때문이자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외면하는 대한민국 개발독재의 광풍 때문이며 우리 모두의 가슴 속 깊이 도사리고 있는 죽임의 문화와 투쟁의 독 기운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20세기적인 ‘죽음의 향연’에 길들여져 스스로 ‘불타는 집’ 속에 갇혀 있습니다. 전쟁과 테러와 난개발의 뿌리는 서로 다르지 않고 말 그대로 반평화, 반생명, 반환경의 독입니다. 반드시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업보의 화이자 독일뿐입니다. 산이 죽으니 강이 죽고 강이 죽으니 바다마저 죽어갑니다. 도대체 이 땅에 누가 있어 상극과 공멸의 광풍을 잠재우고 상생과 생명평화의 장을 만들겠습니까.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유마경의 진리는 도대체 지금 바로 여기가 아닌 그 어디에 존재하며 “너는 나의 뿌리이며, 나 또한 너의 뿌리”인 화엄경의 연기론은 또 지금 바로 여기가 아닌 그 어느 곳에 있어야 하겠습니까. 피고 또 피는 꽃들의 가르침과 틱낫한 스님의 간절한 평화의 기도가 다르지 않으며, 아직 어린 여중생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과 해창 갯벌의 무수한 생명체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울고 또 우는 문규현 신부의 기도가 다르지 않으며, 북한산 오색딱따구리의 울음과 이라크의 죄없는 민중들의 대성통곡을 들으며 오늘 삼보일배를 시작하는 저의 참회가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에 국립공원인 북한산이 파헤쳐지고 올해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해’에 썩은 물의 저장고인 댐 계획이 추진되고 새만금 간척사업이 강행되듯이 유엔의 결의도 없이 미 제국은 이라크를 침공하고 말았습니다. 동체대비의 세상은 간 곳이 없고 죽임과 난개발과 학살만이 전지구적으로 한 몸입니다. 도대체 어찌하란 말입니까. 그리하여 저의 수행처는 지리산 실상사의 극락전이자 북한산의 농성장 철마선원이며 해창 갯벌의 컨테이너 법당 해창사입니다. 마침내 한 걸음 내디디며 전생 현생 제가 지은 죄를 고해하고 한 걸음 내디디며 치열하지 못한 수행의 자세를 가다듬고 한 걸음 내디디며 두 손 모아 발로참회의 절을 올리겠습니다. 또 한 걸음 내디디며 지리산에서 희생된 좌우익 영가들을 부르고, 또 한 걸음 내디디며 난개발로 죽어가는 뭇생명들을 부르고 또 한걸음 내디디며 미선이와 효순이, 이라크의 미선이 효순이를 부르고 두 손 모아 극락왕생을 비는 큰절을 올리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불기 2547년(2003) 3월 2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