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생태계는 과연 보전될 수 있을 것인가?
– 제2외곽순환도로 2005년 조기착공 계획은 취소되어야 한다.
한강하구를 가로지르는 제2수도권외곽순도로 건설과 함께 한강하구를 가로지르는 교량, 제2의 일산대교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9월 18일 경기도는 “수도권 교통난 해소와 경기도의 독자적인 발전을 위해 서울을 거치지 않고 경기도 내 각 도시간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의 건설이 시급하다”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건설교통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민자유치를 통해서라도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계획으로 인해 경기도권은 내부순환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등 3중 고리형의 도로망을 갖추게 되며, 한강하구는 말 그대로 고리형의 도로망에 포위되는 형상을 보이게 된다.
수도권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이 도봉산, 수락산 구간 터널공사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해 있는 상태이므로, 경기도는 이 상황을 더 방치할 경우 경기도내 교통대란을 우려하고 있어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의 2005년 조기착공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곽순환도로 건설노선이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의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문제점에 봉착해 있는 지금, 교통난을 핑계로 제2의 외곽순환고속도로를 또 빠른 시일내에 건설하겠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보전가치가 있는 하구생태계까지 훼손하겠다는 것으로 경기도의 환경에 대한 무지함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것이다.
이미 일산대교 건설이 지난 7월 23일 착공되면서 한강하구 생태계의 중요성이 세상에 처음 부각되었고, 일산대교가 왜 건설되는지, 주변의 개발계획이 산재하여 있으며, 이로 인해 한강하구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산대교가 놓이는 고양과 김포 구간은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들을 비롯한 천연기념물들과 환경부의 보호야생종인 큰기러기 등의 핵심서식처임이 밝혀졌다.
경기도가 건설하고자 하는 일산대교와 제2의 일산대교는 행주대교와 김포대교에 비유될 수 있다. 행주대교가 건설되고 1997년 김포대교가 놓이면서 한강에 서식하던 철새들은 김포대교 아래 한강하구 하류 쪽으로 밀려났다. 갯벌 및 농경지가 풍부하여 철새들의 핵심도래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지금, 지난 7월 23일 일산대교가 착공되고, 제2의 일산대교가 또 놓이게 된다면 제2의 일산대교 하류쪽으로 철새들은 밀려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철새서식지가 더 한강하구 하류쪽으로 내려가게 된다면, 파주의 경우 파주출판단지, 통일동산 개발계획 등으로 하구가 훼손되고 있고, 김포 역시 하구를 따르는 도로건설이 계획되어 있어 재두루미를 비롯한 철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이 더 이상 남아있지를 않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일산대교, 제2의 일산대교 건설은 한강하구생태계의 풍부함과 종다양성을 알려주는 지표종인 철새들이 살 공간을 잠식하는 것이고, 이는 한강하구생태계의 훼손과도 연결이 된다.
한 조류학자의 2002년 조사결과에 의하면 2002년 한 해 동안 한강하구에서는 108종, 총 8만2천 개체의 철새가 관찰되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람사습지조약에서 “국제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곳은 20,000마리 이상의 새가 오는 곳이다. 한강하구는 이러한 기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는 2002년 총 590개체가 관찰되었다. 재두루미는 전세계적으로 4,000~6,000마리가 생존하는 것으로 인정되며, 이는 생존집단의 10%를 넘는 기준이다. 일반적으로 국제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 규정하는 것은 특정종의 1%가 넘는 수의 개체가 도래할 경우로, 한강하구는 그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1990년 자유로가 놓이면서 이미 계획되었다는 명분 아래 건설되는 일산대교는 그 길이가 1.8km에 불과해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에도 환경영향평가 대상도 되지 못하였고, 사전환경성검토에서 환경에 대한 평가가 마무리되었다. 이 과정에서 재두루미를 비롯한 각종 철새들은 환경부의 보호대상종,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대책 없이 사전환경성검토는 통과가 되었고, 일산대교는 별 무리없이 착공이 되어 공사가 진척되고 있다.
녹색연합이 지난 7월 23일 일산대교 착공일임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하였던 것은 일산대교는 개발의 시발점으로 향후의 무수한 개발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미 예고하였던 것처럼 일산대교는 김포대교 이후 한강하구를 서울의 무수한 한강교량을 놓는 작업의 시발점이 되었다. 건설교통부의 경기 서북부 광역교통대책에 이어 경기도가 제2의 일산대교, 즉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와 한강하구 교량 건설을 내년으로 앞당겨서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21세기는 환경의 세기이며, 전 세계적으로 생태계 훼손과 생물자원의 감소에 주의를 기울여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한강하구가 국제적으로 중요한 보전가치가 있는 잠재성이 풍부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가치파악과 보전대책은 전혀 모르는 척하면서 단기간의 개발이익에 눈이 멀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자원을 훼손하려는 개발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미 한강하구생태계가 철새도래지와 습지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이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과 환경단체에 의해 제기되는 지금 시점에서 건설교통부와 경기도는 일산대교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유보하고, 환경부와 문화재청, 관련 기관에 의한 한강하구생태계에 대한 보전대책이 수립되어 보전이 이루어진 후 개발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보전할 가치가 있는 한강하구생태계 자원의 가치파악과 보전, 지속가능한 개발행정, 이것이 바로 전 세계적인 추세에 뒤떨어지지 않는 선진행정의 시작임을 다시 한번 자각해야 할 것이다.
녹색연합은 이미 지난 7월 23일 일산대교 착공이 한강하구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였으며, 8월 28일에는 김포, 파주, 고양의 지방의제21, 경기의제21과 함께 “한강하구생태계와 도로건설계획, 어떻게 볼 것인가?”를 제목으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과정을 통하여 신도시건설과 도시 확장, 도로건설계획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한강하구생태계의 중요성과 훼손 위협에 대해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향후 녹색연합은 한강하구를 둘러싼 김포, 파주, 고양의 자치단체, 지방의제21, 시민단체들과 더불어 한강하구생태계 보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며, 한강하구생태계를 훼손하려는 각종 개발계획에 대한 모니터링과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다.
다시 한번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계획 발표를 취소를 주장한다.
관련자료 – “한강하구생태계와 도로건설계획, 어떻게 볼 것인가?” 보기
문의 : 대안사회국 이숙례 jsyee@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