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경향신문] 시민단체 “참여정부 환경보존 인식 결여” (2003/05/06)

2003.05.06 | 미분류

환경·시민단체들이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환경보존에 관한 인식이 결여된 채 환경을 훼손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거나, 환경훼손을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단체의 이같은 움직임은 새 정부가 정책 수립·시행 과정에서 국민참여를 중시한다는 뜻에서 ‘참여정부’를 표방했지만, 적어도 환경분야에서는 자신들의 의견이 배제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강력한 투쟁 예고=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5일 “이번주부터 합리성과 타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환경을 훼손하는 대규모 국책 개발사업을 저지하고, 정부의 환경정책 부재를 성토하는 강력한 투쟁을 범 환경·시민단체와 연계해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반환경적 정책을 거두지 않으면 다음달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더 강력한 투쟁을 벌이고 이어 내년 총선과 연계, 집권당 낙선운동을 포함한 반정부 투쟁도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정의시민연대도 “이번주부터 ‘신정부의 녹색개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집회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에게 항의메일 보내기, 노대통령에게 환경정책을 가르치기 위한 학습지 발간 등을 벌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특히 단체들은 지난 4일 노대통령 및 고위 공직자들이 단체로 공개적인 골프모임을 가진 것을 계기로 정부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한 환경단체 간부는 “골프를 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며 “하지만 산야가 골프장 건설 등에 의해 망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보란 듯이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인사 및 장관들이 골프모임을 가진 것은 환경철학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며, 환경단체를 우롱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정책불신의 배경=환경·시민단체들은 김대중정부 당시 대규모의 그린벨트를 풀었고,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에 주력하면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해왔다는 점에서 환경정책에 강한 불신감을 보여왔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지난 3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경유승용차 국내판매 허용 ▲수질오염물질 배출 제한지역의 공장건설 허용 ▲준농림지 토지규제 및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 완화 등 잇달아 환경훼손을 부추기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환경부는 이들 규제완화가 가져올 폐해를 지적하지 못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환경·시민단체 대표·원로 100여명은 지난달 28일 서울 흥사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환경정책을 비난하는 1,163명의 서명이 담긴 선언문을 발표했다. 또 핵폐기장 후보지 선정 백지화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해온 원불교 김성근 교무(43)가 지난 2일 36일만에 단식을 중단하고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전하러 청와대로 가다 쓰러진 일은 대립의 골을 더 깊게 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김대중정부에 이어 참여정부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명분으로 공공재 성격이 강한 토지와 녹지를 개인 재산권 행사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환경정책상의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김판수기자 pansoo@kyunghyang.com〉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