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순천만에서는 매우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바로 전봇대를 뽑는 행사였는데요,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의 ‘전봇대 사건’ 이후 두 번째 ‘전봇대 사건’이 되겠네요. 그런데 그 때는 그곳의 공단을 위해 전봇대를 뽑는 ‘반짝’ 행사였지만 이번에는 두루미를 위한 행사였습니다.
조류는 기타 육상 포유류에 비해 비교적 많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두루미는 세계적으로 살아남은 개체수가 몇천을 헤아리는 멸종위기종입니다. 또한 그들의 생존은 습지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습지의 깃대종이기도 합니다. 그 만큼 두루미가 습지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높은 편입니다.
얇은 전선줄에 발이나 머리, 날개가 걸려 부러진 두루미가 많았다고 합니다. 제대로 치료가 되지않기 때문에 그들은 곧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지요. 약 80세까지 살 수 있는 그들로써 이런 어처구니 없는 죽음은 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두루미의 서식처로 널리 알려진 일본에서는 매년 60여마리 정도가 전선에 걸려 죽었다고 하고, 한국에서도 몇 마리나 죽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발견된 것만 그러하니 그렇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입니다.
순천만 생태공원 내에는 282개의 전봇대가 있습니다. 2010년까지 지중화 하거나 철거할 예정입니다. 위와같은 사건들이 전봇대를 철거하게끔 만든 것입니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현지 주민들의 민원 역시 처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물을 위해 전봇대를 철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4대강 정비사업’(대운하), 경인운하, 자연공원법개정, 케이블카 설치 등 자연파괴적인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이런 자연을 위한 정책이 실시된다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보는 것 같아 앞으로도 기대를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가 죽진 않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