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햇살이 기승을 부리는 토요일 아침.
시청광장으로 시민환경단체의 회원들과 네 개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모여들었다.
순식간에 광장 한복판에 천막이 펼쳐지고 ‘4대강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한마당’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범국민대회는 4시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모인 것은 시청광장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시청광장에 모여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질색하는 서울시장에게 빼앗긴 시청광장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다. 경찰들은 또 시청광장을 차와 병력을 동원해 에워쌌다. 대회에서 사용될 무대와 음향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출입구 쪽은 경찰차로 겹겹이 둘러싸고 여차하면 차를 끌고 갈 렉카도 동원되었다.
원래 집회는 ‘신고’제 이지 ‘허가’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수시로 허가받지 않은 집회임을 강조하며 해산을 명령한다. 음향차량과 무대차량의 진입이 저지되고 조금만 부피가 나가는 물건들은 모두 경찰의 검문에 걸려 압수되었고 엠프를 들고 들어오던 활동가들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래도 꼬박 뙤약볕 아래에서 9시간을 버틴 뒤 우리는 4시 정각에 ‘4대강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한마당’를 열 수 있었다. 급하게 스티로폼을 쌓아 만든 연단에서 작은 엠프로 행사가 진행되었지만, 위기에 처한 4대강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는 열악한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높기만 했다.
생명평화를 기원하는 4대 종단의 종교의식이 진행되고 야당 대표들과 부산, 대전 등 지역에서 올라온 분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애초 죽은 적이 없는 유유하게 흐르며 우리에게 생명의 터전을 선사하는 강에 대한 고마움이 전해지고 현장 곳곳에서 느끼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들이 낱낱이 공개되었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광장에 장벽을 치고 강을 살리겠다며 강에 장벽을 치는 MB 정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그리고 모두 함께 외쳤다.
이명박 정부는 파괴로 무장한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독선과 아집으로 무장한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운하를 위장한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국민을 속이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혈세를 낭비하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환경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문화재를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박탈하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생명과 평화를 위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희망합니다.
운하는 하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우리의 희망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을 것입니다.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아름다운 저항에 나설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더 많은 국민과 함께 4대강 사업을 막아낼 것입니다.
국회에서는 특위 활동을 통해 4대강 사업을 막아낼 것입니다.
종교인들은 신도들과 함께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