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에 대한 사랑, 갯벌에 대한 사랑
파울라 팔머

유난히 비가 많았던 2003년 4월과 5월, 새만금갯벌에서부터 한국의 수도 서울까지 195마일을 순례하는 성직자들이 있었습니다. 불교 스님과 카톨릭 신부로 수도를 하던 익숙한 장소가 아닌 거리에서 그들은 세 걸음을 함께 내딛고 난 후 무릎을 꿇고 온몸을 굽혀 머리를 땅바닥에 대고 깊숙이 절하며 기도합니다. 그리고 다시 무릎을 일으켜 두발로 일어선 후 세 걸음을 딛고는 무릎을 꿇어 다시 큰절을 합니다. 이 삼보일배 행렬이 서울에 도착하는데는 65일이 걸렸습니다. 이분들이 삼보일배를 하는 동안 많은 한국 시민들이 적게는 한시간 많게는 며칠동안 함께 했습니다. 서울에 삼보일배단이 도착했을 때는 ‘새만금을 살리자(Save Our Saemangeum)!’ 라는 플랭카드와 함께 8,000여 명이 모였습니다.
그 시간 또 하나의 삼보일배와 같은 ‘엄청난 여정’ 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여정은 한국의 삼보일배와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작은 규모의 넓적부리도요 떼가 9천 마일 떨어진 동북 시베리아로 가기 위해 북쪽을 향해 날개짓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 새는 한 손에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작습니다. 길이는 6인치, 무게는 2온스가 나갑니다. 다른 도요 물떼새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서식지는 좀 특이합니다. 이동을 하는 동안 저어새들은 모래가 있는 갯벌에서 작은 바다생물을 먹습니다. 주걱 같이 생긴 부리로 물아래를 휘휘 저어가면서 먹이를 찾는데 멀리서 보면 작은 깃털 달린 진공청소기 같습니다. 해안 건설과 개발, 그리고 오염으로 전 세계에는 넓적부리도요가 2,000 마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시베리아의 척키 반도에서 알을 낳기 위해 날아가는 9,000마일 대장정 중간에 넓적부리도요는 지치고 굶주린 채 한국 새만금 갯벌에 도착합니다. 만경강과 동진강의 침전으로 이뤄진 이 광대한 갯벌이 생성되기까지 백 만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황해바다에서 밀려온 파도는 작은 물고기와 조개 그리고 수많은 생물의 알을 갯벌에 실어다 줍니다. 넓적부리도요와 30종 이상의 멸종위기에 처한 도요 물떼새들에게 있어 새만금 갯벌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곳입니다. 철새들은 새만금에서 몇 주 동안 먹이를 먹고 힘을 비축한 후 그들의 ‘놀라운 여정’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두 번째 이륙을 하게 됩니다.
12년 전에 한국정부는 새만금 갯벌을 메워 농업과 산업시설로 쓰기 위해 새만금에 거대한 방조제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에 방조제가 완성되면 세계에서 가장 긴 33킬로미터의 방조제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러나 80%이상의 한국 국민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25,000명의 지역주민들이 생계 터전을 잃어버릴 것이라 걱정하며 간척사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이 광대하고 거대한 갯벌을 지키기 위해 거센 저항운동을 벌여왔습니다.
글로발 리스판스의 프로그램 디렉터로서 나는 국제항의 편지 쓰기 캠페인을 통해 환경파괴를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우리의 편지쓰기 캠페인은 환경과 환경정의를 지키는 일에 힘을 실어왔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시작한 캠페인이 44%의 성공률을 보이는 것을 긍지로 삼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정말 편지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의심이 된다면 이 44%라는 수치를 기억하세요. 편지를 쓰는 작은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5월, 한국 종교지도자들이 삼보일배를 마칠 무렵 나는 한국의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과 함께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한 편지 보내기 운동을 조직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글로발 리스판스 홈페이지를 클릭 하세요. 우리는 또 청소년과 아이들을 위한 안내글도 만들었습니다. 꼭 읽어보시고 한국의 새만금 갯벌 살리기 캠페인에 함께 해 주세요.
http://www.globalresponse.org/gra/current.html
나는 새만금을 지키기 위한 한국환경 운동이 갖고 있는 깊은 마음의 울림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퀘이커 교도인 나는 평화와 사회정의를 위해 활동하면서 늘 정신수련과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닦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진 못했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와 존 무어와 같은 선각적인 환경주의자들의 정신적인 글이 발표되고 또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현실은 그렇지 못한가 하는 것이 나에겐 여전히 의문입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환경운동의 동기가 모든 살아있는 생명과 인간이 정신적으로 통한다는 것에서 출발했음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환경보전을 위해 논쟁할 때는 가슴에서 우러나온 영혼의 말이 아닌 과학과, 논리 그리고 경제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래바이 마이클 러너는 ‘Spirit Matters’라는그의 책에서 환경운동가들이 모든 생명을 지키고 존중하기 위해서 정신적인 지혜와 이해로 무장하지 않으면 환경운동을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정신의 문제를 우리의 환경운동으로 가져오는데 있어서 우리는 한국의 새만금 운동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네분의 성직자들이 왜 새만금 삼보일배의 고행을 떠났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선언문은 녹색연합 영문홈페이지 www.greenkorea.org/zb/view.php?id=new&no)
“여기 새만금 갯벌에서도 십 년이 넘게 소리 없는 파괴와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인간의 그릇된 허상과 탐욕이 빚고 있는 거대한 전쟁터입니다.
이 어려운 때,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 기독교와 원불교 성직자들은 이곳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의 길을 나섭니다. 장장 300여km, 1200여 리의 기나긴 여정을 그 어느 때에 비할 수 없는 간절함과 비장함으로 떠납니다. 우리의 이 길은 고되고 혹독할 것입니다. 어쩌면 목숨을 거는 일이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오체투지, 우리의 온 몸과 온 마음을 던져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온 세상의 속죄를 촉구하며 생명과 평화를 구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 기도와 고행을 통하여 생명과 평화를 위하여 행동하는 모든 이들과 뜻과 마음으로 하나되고자 합니다. 작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실천의 단순함과 굽힐 수 없는 신념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를 시작하면서
65일간의 삼보일배가 끝나고 여성 종교지도자들은 다시 서울에서 새만금을 향해 걸어서 10일간의 순례를 마쳤습니다. ‘새만금 생명의 소리’라는 이벤트를 통해 새만금 방조제로 위협받고 있는 생명의 외침을 아이들이 대신해서 노래하고 연주했습니다.이 아이들은 자연의 노래, 넘실대는 파도 소리 그리고 뻘 속에 깃들어 있는 수많은 조개와 작은 생물들의 속삭임을 노래하며 생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세 명의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미래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그렇기 때문에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단해야 한다는 미래세대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지난주, 새만금에 관한 글로발 리스판스의 행동지침을 복사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메일로 연락하던 한국의 한 운동가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몇시죠?”라고 내가 물었을 때 그녀는 새벽 2시라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우리가 만든 안내물에 급히 수정해야 할 것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아니요. 난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당신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김연지씨 당신의 진실한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밤늦게까지 열심히 새만금을 위해 일하고 있었군요. 그 때 미국 시간은 오전 10시였답니다. 당연히 저는 그 시간에 깨어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