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우리는 멀쩡한 옆집을 부수고 있는 것이다 !

2007.04.07 | 미분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같은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최근 뉴욕타임즈는 가뭄 위기에 있지만 기후변화를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말라위, 가뭄 위기에 있지만 담수화로 해결하려는 호주, 범람위기에 있지만 해결책이 전혀 없는 인도, 범람위기에 있지만 물에 뜨는 집을 개발하여 해결하려는 네델란드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같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이 다른 4개의 국가를 취재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말라위는 국민의 90%가 시골에서 생활하며 10명 중의 한 명이 농업을 하고 있다. 그만큼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때문에 작물생산량이 크게 떨어졌다. 작년 3월 조사에 따르면 말라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3년 동안 23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23만 달러는커녕,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16만 달러로 운영되는 말라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에 있는 기상관측소에는 전등이 작동하지 않아 기압계를 측정하지 못하며 페인트칠이 다 벗겨지고 그물이 헤져버려 증발계 역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또 지난 4년 동안 종이를 수급하지 못한 탓에 일사량을 측정하는 기계도 쓸 수 없다. 말라위는 기후변화 대책을 세우기 위해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는 UN 프로그램을 신청하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금을 받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

그러나 똑같이 가뭄피해를 겪고 있는 호주의 퍼스 지역에서는 풍력을 사용하는 공장에서 바닷물을 담수화시켜 이 지역의 17%에 해당하는 물을 공급하고 있다. 퍼스 지역은 지난 30년 동안 매년 2만 명의 인구가 늘어났지만 댐 보유수량은 3분의 2로 줄어들어 호주 지역에서도 특히 가뭄이 심각한 곳이었다. 그러나 담수화 공장을 만든 이후로는 50%의 물이 곡창지대로 흘러 들어가 물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담수화 공장은 말라위가 3년 동안 기후변화 대책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23만 달러의 약 13배인 313만 달러를 들여 건설하였다. 이 발전소의 전력은 공장에서 100마일이나 떨어진 풍력단지에서 공급을 받기 때문에 보통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3배인 80㎿/day나 사용한다. 그렇지만 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물은 3800ℓ당 겨우 3.5달러이다. 이렇게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을 겪고 있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공급되는 싼 물로 가정에 공급되는 물의 30%는 기계를 씻는데 사용하며 교외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2배나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발생하는 한편, 폭우로 범람위기에 처한 국가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인도로 히말라야의 눈이 녹으면서 인도의 바하마티 강은 매년 범람하고 있다. 해마다 염소, 소 등 많은 가축들이 물에 떠내려가며 진흙으로 만든 집이 무너지고 있다. 2004년 Bihar지역에서는 범람 때문에 351명이 죽었고 2005년 뭄바이에서는 하루 동안만 940㎜의 비가 내려 400명이 사망하였다. 물이 범람하면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이 시기가 되면 주민들은 식량부족에 시달리며 연료를 살 돈이 없어서 물을 끓여먹지도 못한다. 그러나 매년 발생하는 범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도 정부의 대책은 너무 미흡하다. 둑이 없는 곳도 많고 지어졌다 하더라도 대부분 30년 전에 지어진 것들이며 여전히 대나무로 만들어진 다리가 있는 지역도 있다. 작년 인도정부는 처음으로 범람경고를 내렸지만 지역에 있는 학교 외에 대피소는 없었고 마실 물과 화장실조차 준비되지 못했었다.
그렇다면 인도와 마찬가지로 범람 위기에 있는 네델란드는 어떻게 대처할까. 범람위기인 Mass강 주변에 사는 Annd van der Molen씨는 “이전에는 집이 뜨지 않았는데 이제 범람하면 상승하는 수위에 맞게 집이 뜰 거예요”라며 오히려 들떠 있다.

그녀의 집은 속이 빈 콘크리트를 바닥으로 하여 6개의 철심이 호수 바닥에 박혀 있어서 평소에는 땅에 있지만 강물이 늘어나면 최대 18피트까지 뜰 수 있으며 선박장에 연결된 두 개의 철심 덕분에 물이 빠지면 다시 육지로 가라앉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처럼 해수면이 낮고 인구밀도가 높지만 새로운 집을 짓기에는 땅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자연스럽게 현 상황에 맞게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준비할 수밖에 없다. 암스테르담 대학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Pier Velling교수는 “그린랜드가 녹든 열대성 폭풍이 강해지든 우리는 여기에서 살 것입니다”라는 것이 네델란드 국가의 슬로건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전 대륙에서 피해를 입고 있지만 그것을 적응해가는 과정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멀쩡한 옆집을 부수고 있는 사람들
IPCC의 4차 보고서의 2차 요약분을 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따져 보았을 때 기후변화에 취약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가난하며 기후변화의 영향을 적게 받거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국가들은 부유한 국가들이다. 예일대 경제학자인 Robert O. Mendelsohn씨는 “우리는 모두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는 같은 상황에 놓여 있지 않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옥수수밭이나 프랑스나 뉴질랜드와 같이 혜택 받은 국가들은 지리적으로 그다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위도에 있지만, 이 나라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해갈 수 있는 충분한 부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선진국들은 현재 지구에서 발생하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꾸준히 산업을 발전시켜왔고 이를 통해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최근 중국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국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비난하지만, 1850년 이후부터 중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누적량은 8%로 미국의 29%, 서유럽의 27%와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다. Pacific institute에서 일하는 Peter H. Gleick씨는 “만약 당신이 운전을 잘못해서 옆집을 박아버렸다면 당신은 그 집에 아무런 보상을 해 주지 않나요? 마찬가지로 지구라는 공간에서 선진국은 기후변화라는 차를 괜한 옆집에 박아 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보험이라도 들었지만 그들은 보험조차 없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고 말한다.

모든 국가들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의무를 수행한다면
지난 2월 이후 4월 6일 IPCC는 발표한 2차 요약보고서는 또 다시 지구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POST 교토 체계에 시큰둥하던 중국도 협상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여전히 빨라진 개화시기와 기후변화의 연계성을 찾지 못하던 한국의 언론 역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이번 요약분에서 IPCC는 1차 요약분보다 더욱 정확한 과학 근거를 토대로 기후변화는 인류가 생겨난 이래 식별가능한 수준으로 지구 전 지역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하였으며 특히 온도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지적하였다.

같은 날 환경부가 발표한 기후변화 적응대책 마스터 수립」에서도 한국 역시 기후변화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으며 기후대에도 큰 변화가 발생하였다고 하였다. 혹서로 인한 사망자수는 이미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자수를 넘어섰으며 산림이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대 이동을 따라가지 못해 한반도의 기온이 6℃상승하면 산림생물은 모두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에 환경부는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대책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제 3차 기후변화 종합대책에서 책정된 겨우 0.12%에 불과하였던 적응 관련예산은 4차 종합대책에서는 크게 반영될 것이며 올해 완성될 환경정책평가원의「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시스템 구축」3개년 연구결과가 정책에 반영한다면,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뜻있는 적응대책이 수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에너지 사용량 세계 10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인 한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매우 크며 이에 대한 대응 역시 필요하므로 적응대책 이외에도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여 국가차원에서 기후변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21세기 들어서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들, 특히 기후변화에 큰 책임을 지닌 선진국들은 다른 나라도 하지 않으니까, 더 많이 배출하는 국가가 줄이지 않으니까, 경제성장에 방해가 되니까, 기후변화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라는 식의 변명은 늘어놓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괜한 옆집을 부수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증가율이 거의 10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기후변화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국가들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물론 우리가 발생시킨 온실가스는 그러한 국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한반도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다.
  
글 : 배난주 (녹색연합 시민참여국)

관련자료 1. IPCC 4차보고서 Working Group1 요약분
관련자료 2. IPCC 4차보고서 Working Group2 요약분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