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2002.08.06 | 미분류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라는 말이 있다. 일상에 바쁜 부부끼리 우수개소리로 종종하는 말이다. 물론 밤하늘을 봐야 별은 딸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하늘을 바라보아도 별이 보이기는커녕 매연으로 찌들어 있는 하늘이 고작이다. 기껏해야 상공을 나는 인공위성을 보고 별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이러한 밤하늘의 별들은 어디로 숨은 것일까?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 도시에서는 대기오염으로 별을 보기 힘들지만 맑은 날도 비슷하다. 가장 큰 이유는 밤낮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휘황한 네온사인과 하늘로 향한 조명들 때문이다.

서울의 밤이 밝아진다고 한다. 이는 바로 서울의 야경이 확 바꾸어 국제도시의 면모를 과시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내 지역별 특성을 살린 야간 조명경관 연출을 위해 `지역별 야간경관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명 설치 방향과 예산,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명시설을 이용하여 문화재와 교량, 건축물을 부각시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겠다는 내용이다. 인공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야간조명시설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 안전사고와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명설치에 국한하고, 도리어 과도한 조명시설을 줄여야 되지 않을까? 정부가 에너지위기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언급한 에너지절약에도 반하는 일이며, 과도한 야간조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야간조명을 강화하려는 것은 밤하늘의 별을 훔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시는 지난 1998년 11월 서울의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야간조명시설 설치를 의무화함으로써 일부 개선되었고, 2000년부터 국제 관광도시로서 면모를 일신하고 어두운 조명으로 인한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야간조명을 개선해 한강 교량들에 대한 조명시설을 보강하고, 가로등 밝기를 높이며, 각종 문화재에 대한 조명시설도 확대하는 한편 야경(夜景) 거리를 조성했다. 그 결과 서울시내에서 현재 야간 경관조명이 설치된 곳은 남대문, 동대문 등 문화재 25곳과 한강 다리 등 공공시설물 44곳, 포스코센터, 두산타워 등 민간시설물 75곳이다.

우선, 과도한 야간조명시설의 설치는 국민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에너지절약노력에 찬물을 끼엎는 일이다. 원유를 비롯해 에너지 수입률이 97%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번 계획은 전력수요를 부채질 해 에너지 낭비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절약만이 에너지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가정이나 직장에서 에너지절약 10% 목표를 달성한다면 한해에만도 약 30억달러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으며, 일반 가정에서 집의 조명등을 고효율 조명등으로 교체할 경우 100만㎾를 절약할 수 있어 약 1조6000억원의 원자력발전소 건립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시민들의 작은 동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노력과 동떨어진 것이다. 우리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이나 석유소비량은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러시아에 이어 6위로 경제규모에 비해 석유소비가 많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입장에선 심각한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에너지 소비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증가율이 지난 98년 IMF상황을 제외하고 연평균 10%대로 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인 상황에서 에너지 낭비를 조장하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각종 안전을 이유로 지상을 밝히겠다는 당초의 의도를 벗어나 매년 수십억원을 들여 생산한 전등 불빛을 하늘로 날려보내는 대도시 지역의 야간조명의 남용은 자연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밤에도 비정상적으로 밝은 서식환경 때문에 야행성 동물들의 생존과 양육이 방해받을 수 있다. 밤낮이 따로 없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단적인 예이다. 밤낮을 구분할 수 없는 밝은 조명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로등 밑이나 도로면의 농작물이 제대로 생육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로 각종 문화재를 비롯한 역사유적, 다리와 건물의 조명, 가로등과 심야 술집 간판 등 상업광고용 조명장치,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무분별하게 남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조명공해 때문이다.

서울시의 야간조명강화계획은 밤하늘의 별을 훔치는 일이기도 하다.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 도시에서는 대기오염으로 별을 보기 힘들지만 맑은 날도 비슷하다. 인도를 여행한 사람들은 대기오염이 심각한 델리가 밤마다 아름다운 별빛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야간조명이 낮아 별빛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밤낮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휘황한 네온사인과 하늘로 향한 조명들 때문에 별은커녕 하늘의 존재마저도 느끼기 어렵다. 시골 역시 조명과잉 상태이다. 인가가 없는 깊은 산속이면 모를까 칠흑같은 밤이란 없다. 서울의 비롯한 대도시의 야간조명을 줄이자. 각종 사고를 줄일 수 있을 정도의 조명이면 족하지 않을까? 개인과 사회가 불필요한 전등 사용을 억제하자. 조명에 빼앗겨 버린 밤하늘의 별을 되찾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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