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바꾸지 못하면 환경운동도 소용없다.

2006.10.09 | 미분류

                                     경제를 바꾸지 못하면 환경운동도 소용없다.

                                                                                             최승국(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지난달 말, 흥미있는 토론회가 하나 열렸다. 주제는 <녹색경제, 실현 가능한가?>였고 경제학자들의 발제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지정토론자 및 참석자로 자리를 메웠다. 진행자와 행사 주최측의 인사말을 통해 이번 토론의 기획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현 시대는 경제성장과 부의 축적이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사회이다. 그 속에서 환경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사회의 쏠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제 서민들의 생계문제를 포함한 경제문제에 대한 대안을 내 놓지 않으면 환경운동은 대중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영원히 비주류, 소수의 공허한 외침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환경운동 진영은 솔직히 경제문제에 대해 아직 이렇다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토론을 시작으로 죽임의 경제를 대신할 살림의 경제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녹색경제의 가능성과 그 실현 방안을 앞으로 수년, 아니 수십년이 걸리더라도 만들어 갈 것이다. 이는 우리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50년 이후의 미래세대의 희망과 비전을 만드는 운동이다.”
4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의 열기는 몹시 뜨거웠다. 발제와 토론자뿐만 아니라 행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녹색경제 혹은 대안경제에 대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었다. 발제자와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우리 삶의 목적은 ‘행복한 삶’인데 이를 위한 수단인 돈을 버는 것,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마치 삶의 목적인 것처럼 왜곡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인간의 탐욕이 인간 스스로를 파괴하고 지구생태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화폐로의 교환가치, 경제가치만을 강조하는 돈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삶의 패러다임, 생명을 중시하는 살림살이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녹색경제는 선택 가능한 대안 중의 하나가 아니라 그 외의 생존방법이 없기에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길이다.”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녹색경제가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현 체제의 지속불가능성과 미래의 환경재앙에 대해 설득하고 입증해야 하는데 기술의 발전 등으로 사람들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아닌 온건한 해결책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녹색경제를 대안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작은 성과를 거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 제시되었다. 또한 “소규모 공동체와 같이 작은 단위에서는 녹색경제 형태의 경제구조가 가능하나 사회전체 시스템으로서의 녹색경제는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소수자(2%)를 위한 운동만으로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 나머지 98%를 포함한 사회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운동(전망)을 내와야 진정한 대안으로서 녹색경제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이번 토론을 지켜본 한 일간 신문에서 상당한 비중을 갖고 토론내용을 소개하면서 기사 제목을 “환경단체, 시장경제의 멱살을 잡다”라고 뽑았다. 그리고 내용에서 “개발논리와 성장제일주의가 판치는 현실에 대해 그동안 보전의 당위성만을 강조하며,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 ‘시장경제’의 멱살을 제대로 쥐어보고, 그 대안으로 녹색경제의 실현을 모색해 보겠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 시장경제와 멱살잡이는 아니라도 세계화라는 구호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 맞서 한판 승부를 벌여야만 한다. 그럼에도 녹색경제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고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필요성이 가능성을 만든다고 했다.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 일변도, 오로지 돈의 가치만을 추구하는 한 인류의 행복은 보장받을 수 없고 인간의 탐욕을 채워주기 위해 더 많은 생태계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죽임의 경제를 넘어 생명가치가 존중되는 살림의 경제, 돈으로 평가되는 삶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질을 높이고 참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녹색경제에 대한 모색은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될 절실한 우리의 과제이다. 힘들고 먼 길이 되겠지만 우리 자신과 미래세대, 그리고 우리를 품어 안고 있는 생태계를 위해 녹색경제에 대한 필요성을 현실로 바꾸어 내야 한다.

* <이 글은 녹색희망 10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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