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후기] 돌도 많고 바람도 많고 재생에너지도 많은 3多도, 제주에 가다

2023.07.06 | 재생에너지

녹색연합은 지난 6월, 공공 중심 재생에너지 전략 연구팀과 함께 제주의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여러 현장들을 다녀왔습니다. 공공성에 기반하여 어떻게 하면 신속하고 정의롭게 화석연료 에너지원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일찍부터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온 제주에서 그 힌트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19.2% vs 4.5%

제주에 도착하여 이동하는 동안 바깥에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육지, 특히 도시와는 이질적입니다. 일반 주택 옥상마다 태양광 발전기가 흔하게 설치되어 있고, 해안가에는 풍력 발전기가 여러개씩 무리지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본 소형 풍력발전기가 운전하지 않고 장식품처럼 보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곳의 풍력발전기는 전력을 생산하며 힘차게 돌아갑니다.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 전기차 충전소도 함께 위치해 있다.

제주의 전체 전력생산량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19.2%로, 우리나라 전체(2021년 기준 4.56%)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햇빛과 바람이 좋은 봄가을 낮시간대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순간적으로 60%까지 상승할 때도 있습니다. 발전설비량으로 보면 2022년 기준 태양광 약 600MW, 풍력은 295MW으로, 제주 전체 발전설비량(1,877MW)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주는 일찍이 2012년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라는 2030년까지 탄소없는 섬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발표하고 육해상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고,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습니다. 

특히 바람이 많은 제주의 특성상 일찍이 풍력발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국내 최초의 풍력발전(1998년 행원풍력)과 국내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2017년 탐라해상풍력)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일찍이 시작된 풍력에 대한 관심으로 10년전만 해도 풍력이 재생에너지 보급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 5년 사이에 태양광 발전설비가 빠르게 증가하여 풍력설비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해상풍력,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려면

풍력발전 중에서도 해상풍력은 최근 제주도에서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미 설치된 295MW의 풍력발전기 중 해상에 설치된 것은 2017년 전국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탐라해상풍력(30MW) 뿐이고, 나머지 265MW는 모두 해안가 근처와 동서 중산간에 설치된 육상풍력입니다. 제주가 일찍부터 해상풍력을 연구해온 것은 육상풍력을 설치할 수 있는 입지가 점점 포화되고, 바다가 육지에 비해 더 바람이 좋아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탐라해상풍력의 경우 2006년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착공하기까지 9년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상업운전까지는 11년) 해상풍력 특성상 인허가 과정에서 오랜시간이 소요되어 확대는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도입된 사례가 적기 때문에 해상풍력이 해양 생태계와 주변 어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탐라해상풍력발전의 경우 전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해상풍력단지였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주민반대가 많았는데, 대표적인 이유가 소음과 저주파, 어획량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사업을 진행했던 남동발전 관계자는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해안가에서 1km 이상 떨어진 해안가에 설치하기 때문에 해안에서 들리는 소음은 크지 않고, 발전기 하부구조가 인공어초의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어족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제주 한경면에 위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하지만 해상풍력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완전히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풍력발전단지 공사과정과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소리에 민감한 고래와 같은 해양포유류가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제주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가 소음을 회피하여 탐라해상풍력 근처에서 발견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하기도 하고, 대정해상풍력의 경우 대표적인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로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사업자체가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해상풍력은 해안가에 인접해 있어 철새의 이동과정에서 조류 충돌의 영향이 존재합니다. 최근 추자도에서는 외국기업이 추진중인 대규모 풍력발전단지(3GW)가 추자도 본섬을 둘러싸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 철새의 중간기착지이자 서식지로써의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제주의 환경단체들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해안가 인근에 해상풍력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연근해(32km)를 벗어난 곳에서 해상풍력 지구를 지정하여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공공성, 환경수용성을 주민수용성을 해결하는 열쇠

제주는 재생에너지 입지를 둘러싸고 과거에 심각한 갈등들이 수차례 벌어진 바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직접 입지를 발굴하다 보니 난개발 문제가 벌어질 뿐만 아니라 설치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제공과 동의를 구하지 않아 갈등으로 인해 사업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 ‘공공주도 풍력개발계획’으로, 제주에너지공사라는 지방에너지공기업을 설립해 풍력 사업시행예정자로 지정하고 지구 지정 신청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함으로써 사업자가 난립하면 발생하는 문제들을 원천차단했습니다. 

예비사업시행자인 제주에너지공사는 풍력발전 후보지 공모를 통해 주민수용성이 확보된 부지에 한해 사업성 분석과 지구지정, 사업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람은 제주도민 모두의 것이다’라는 기치하에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을 조성하여 풍력발전 수익의 일정 수준을 기부 받아 지역 주민만이 아닌 제주도민 전체에 이익을 환원하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부지선정 공모를 통해 주민참여형 방식을 진행된 가시리 풍력발전단지

이러한 방식으로 제주도는 공공성 강화를 통해 난개발과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주민수용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습니다. 육지에서 각종 산지와 농지에 난립하는 태양광 사업자들로 인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2015년에 수립된 공공주도 1.0 풍력개발계획에 이어 2.0 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지금, 제주에너지공사를 비롯해 제주도가 진행했던 공공주도 풍력개발계획에 대한 평가는 다양합니다.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가진 역량과 제도적 한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업 추진 속도와 사업성과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아직 제주의 에너지전환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섣불리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공공적 관리가 순기능이 더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

계통수용성, 기술적 문제도 놓치지 말아야

마지막으로 제주에서는 ‘출력 제어’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출력제어란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많아지는 낮시간대에 송배전망이 이를 다 수용하지 못해 발전을 제한하는 것으로, 2015년 당시 1년에 152회에 불과했던 풍력발전에 대한 출력제어 횟수는 2021년 12,016번까지 증가했습니다. 

태양광의 경우 낮시간대에 전력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나다가 밤시간대에는 출력이 0이 되고, 풍력의 경우에도 한여름 밤시간대에는 발전량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에 낮과 밤 사이에는 급격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차이가 존재합니다. 재생에너지 출력이 현저히 줄어드는 저녁 시간 대의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제주도는 출력을 조정하기 어려운 기력 발전기를 고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직된 화석연료 전원인 운영으로 인해 풍력 발전에 대한 출력 제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높아지면서 화력발전과 같이 실시간으로 출력을 조정하기 어려운 전통적 발전기와 재생에너지가 충돌하고 있는 것입니다.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계통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경직성이 높은 화석연료 발전원을 중심으로 계통을 운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수단들을 미리부터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출력제어와 같은 기술적 문제들이 발생하는 제주의 사례를 통하여, 단순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는 것만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 발전원과는 다른 재생에너지가 주요 전원이 될 수 있도록 에너지 믹스를 미리부터 설계하고,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력 수요의 변화, 안정적인 계통 확보가 함께 이루어져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2박 3일의 시간동안 제주의 여러 기관을 방문하며 제주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정과 현재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환경성과 공공성, 계통이라는 키워드로 들어보았습니다. 말로는 많이 들었지만 현실로는 잘 와닿지 않던 재생에너지. 제주를 가보니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에너지 전환이 구체적인 실물로 다가오는 듯 합니다. 육지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는 제주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전체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 : 녹색연합 이다예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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