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 옛집에서 죽치고 놀기 ㅋㅋ

2009.08.06 | 행사/교육/공지

어제 참 더웠습니다.
우리 아이(4살)와 함께 녹색희망 받으러 갔었죠
어린이집이 방학이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녹색연합 주변에 혹 들러볼만한 데가 있나 하고 뒤적여 보니
조용하게 쉬었다갈 만 한 곳이 몇 군데 있더군요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서 버스 타고 슈퍼 앞에 내렸는데
날씨도 덥고 지하철 40분, 버스 5분의 시간이 너무 지겨웠는지
지겨워하면서 아이가 힘들어했습니다.
마침 슈퍼에 아이가 좋아하는 자두가 바구니에 있더군요
피자두…
슈퍼 주인아저씨한테 최순우 옛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바로 앞이라고 하면서 볼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들 많이 사람들이 찾는지 모르겠다며 중얼거리더군요 ^^
사람마다 ‘볼 것’이라는 게 다 다르거든요라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이 손을 잡고 최순우 옛집으로 갔습니다.
정말 가깝더군요. 녹색연합까지도 여기서 한 100미터? 중간지점으로 딱이죠.
자두를 먹고 싶어 해서 집 안에 들어가서 수돗가에서 씻어서 주려고 했더니
관리하시는 분이 안에서는 음식물 먹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할 수 없이 아이에게 나가서 지금 먹고 들어올까 아니면 여기서 조금 놀다가 나가서 먹을까 물었더니
예상과 달리 놀다가 먹자고 하네요. 속으로 별일이다 싶었습니다. 먹는 게 제일 먼전 줄 알았는데…
물확(처마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는 돌 그릇)에 고인 물로 ‘받아라’하며 장난도 치고
무덤지키는 사자상들을 보면서 ‘이건 뭐야?’하고 묻곤, 얼마전에 제주도 갔다와서 그런지
‘이건 돌하지방(돌하르방)이야?’하고 묻더군요. 물론 돌하르방이라고 가르쳐주었지만
녀석, 장난으로 그러는지 계속 돌하지방이라고 하면서 웃습니다.
뒤꼍에 갔더니 앉아서 쉬라고 돌의자도 마련되어 있고 보온병에 보리차도 마실 수 있게 준비되어 있더군요. 좋은 사람들끼리 와서 둘러앉아 이야기도 나누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애 엄마랑 셋이 같이 와보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는 한 번 가본 곳에 가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친숙한 공간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자기가 아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인지…
자두 먹고 싶다고 해서 집 앞 계단에 앉아 피자두를 먹었습니다. 역시, 피자두는 피자두…
먹고 났더니 녀석 입 주위가 온통 빨갛게 변했네요. 사진으로 찍어둘 걸 ㅋㅋ
한 한 시간 정도 죽치고 놀았습니다. 건물까지 7-80평 정도 되려나 모르겠는데
더운 날씨에 시원하기도 하고 옛건물이 주는 편안함때문이기도 했는지 시간이 어느새…
녹색연합에 가려고 나왔는데 좀 힘들어 해서 안고 갔는데
사무실 앞에 놓여있는 자갈돌들을 보더니 녀석 힘을 냅니다. 돌맹이다!
우리 들어가서 책 받아서 나와서 오래 놀다가 가자 설득했습니다. 돌맹이라면 사족을 못쓰거든요
결국 점심먹으로 가는 길에도 돌맹이 3개를 무단으로 가져왔습니다.
그 돌맹이 우리 집에 아직도 모셔져 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타자 마자 쓰러져버려서
과천청사역에서 집까지 겨우 안고 오느라 땀은 삐질삐질…미끌미끌
그렇지만 뒤척였을텐데도 녀석 집에 와서 눕혀놨더니 3시간을 연속으로 곤히 자더군요
하긴 전날 늦게 자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났으니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점심 먹고 다시 최순우 옛집으로 가서 또 한 시간 놀았습니다.
기부함에 천원짜리 한장 쥐어주고 넣어주라고 하고
뒤꼍으로 다시 갔더니 오전에 못봤던 이야기책들이 바구니에 가득…
이야기도 읽고 또 물장난도 하고 하다보니 피곤해 하는 것 같아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빠의 욕심때문에 먼 곳까지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온 것이지만
마냥 어딘가로 가는 걸 좋아하는 철없는 아이여서
아빠의 욕심을 욕심으로 보지 않고 따라와주어서 어제는 아니었지만
오늘은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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