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은 13일 대한민국 국회가 ‘국가관할권 이원지역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협정(BBNJ 협정, Agreement on Marine Biodiversity of Areas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킨 것을 환영한다. 이번 국회 비준으로 한국은 BBNJ 협정에 참여한 21번째 국가로서 전 지구적 해양 보호 노력에 동참하게 됐다. BBNJ 협정은 전 세계 공해와 심해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역사적인 유엔 해양법 이행협정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는 국제사회 노력의 주축이다. 한국 국회의 비준 결정은 국제 사회에서 해양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이다. 게다가 윤석열의 내란 시도 이후 양극으로 찢어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갈등으로 얼룩진 22대 국회의 상황 속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라 해야겠다.
국제사회 약속과 국내 해양 보호 정책의 괴리
하지만 국제사회에서의 해양 보호 약속을 빈말로 만들지 않으려면, 국내 해양 보호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국제 협약 비준을 환영하는 한편으로, 국내 해양 보호 정책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제15차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합의하며 2030년까지 국내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해역 중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고작 1.8%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어업 등 인간 활동이 제한 없이 이루어지는 곳이 많아 실질적인 보호 효과는 미미하다.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된 원인인 남획, 해양개발, 심해저 광물 채굴 등의 문제에서도 한국은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명분으로 심해저 광물 채굴을 추진하는 등 해양 환경을 위협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으며, 연안 개발로 인한 해양 서식지 훼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처럼 국제 무대에서 거창한 해양 보호 약속을 잇달아 내놓으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실행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국내에서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모습은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해양 보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할 뿐이다.
약속 이행을 위한 해양 보호 정책의 실질적 강화 촉구
국회의 BBNJ 협정 비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BBNJ 협정을 국내에서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되는 법률의 제정과 해양수산부와 외교부 등 관계 기관 간 원활한 협력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예산 확보와 전문 인력의 배치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국제협정의 비준이 해양 전반의 문제를 알아서 해결해주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영해 밖의 공해 보호를 위한 협약이 의미를 가지려면 국내 해양보호구역의 확충과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가장 먼저 2030년까지 국내 해양보호구역을 30%로 확대하겠다는 약속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면적 숫자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어업을 포함한 모든 개발 행위를 금지하는 ‘절대보호구역’을 도입하는 등 보호구역의 질을 높여야 한다. 또한 해양생태계 파괴를 초래하는 정책과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저 터널 등 해상 토건 사업이나 심해저 광물 채굴과 같은 사업은 해양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신중히 재고하고 국제 협약의 취지에 맞게 규제해야 한다. 연안 개발로 인한 제주 연산호와 서해 갯벌 훼손을 막고, 남획을 통제해 해양생태계의 회복을 도모하는 강력한 조치 등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은 다음 달에 부산에서 제10차 아워 오션 콘퍼런스(OOC)를 개최할 예정인 만큼, 개최국으로서 국내 해양 보호 정책에 있어 확실한 개선 의지를 드러내 국제사회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방향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국제 무대에서 “해양 선도국”을 자처한 한국 정부라면, 이제 그 말에 걸맞은 행동을 국내에서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녹색연합은 이번 BBNJ 협정 비준 동의안 통과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국내 해양 보호 정책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실제 이행하기를 촉구한다. 종이 위의 약속을 현실의 변화로 이어갈 때, 비로소 BBNJ 협정 비준의 의미가 살아나고 우리 바다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정부는 이제 약속을 지키는 행동으로 해양 보호에 대한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
문의: 자연생태팀 최황 활동가 (hoan@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