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인해 희생된 분들과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밤낮없이 산불 진화에 나서고 있는 모든 소방대원과 진화대원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들의 안전과 무사 귀환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녹색연합은 모든 생명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활동합니다. 산불이 발생한 다음날, 녹색연합 활동가는 야생동식물과 지역주민에 대한 걱정으로 한달음에 재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환경활동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현장의 기록을 남깁니다.

3월 23일
경북 의성 산불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의성 산불이 기록적 산불 재난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가 피해도 70가구 이상 확인되고 있다. 3월 23일 오후 9시 30분 현재, 산불 피해 면적이 4,800헥타르이며 산불의 길이, 즉 화선의 길이가 38km가량 된다. 산불이 수요일까지 계속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주변 산지의 소나무 밀도가 80%가량되는 곳도 있어 산불의 연료가 상당하다. 내일은 경북 산지 곳곳이 건조 특보에 강한 바람이 예보되어 있다.

3월 24일
의성 산불이 3월 24일 낮 1시부터 악화하고 있다. 일기예보처럼 오후가 되면서 의성 일대에 초속 5~9미터가량의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화선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는 비화가 나타났다. 의성군 단촌면 점곡면 옥산면 일대는 잿빛 연기가 하늘을 가리고 있다. 하늘의 햇살은 붉게 타고 있는데, 산불의 연기로 3개 면 모든 지역이 먹구름이 들어찬 것 같은 상태를 보인다.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단촌면 상화리, 병암리, 점곡면 명고리, 윤암리 일대는 화산재와 같은 연기가 산지와 들녘 그리고 마을까지 뒤덮었다. 단촌면, 점곡면, 옥산면 일대의 산지 능선과 사면, 그리고 계곡에는 소나무의 밀도가 높다. 주요 능선부는 소나무 밀도가 80~90%가량 되는 곳도 있다.
오후 2시 전후부터 서산-영덕 고속도로 북의성ic양쪽으로 산불이 넘나들면서 고속도로가 통제되었다. 오후 5시 10분 현재 점곡면사무소 앞에서도 고속도로로 내려온 불길이 보일 정도다. 의성 산불은 오후 3시 기준 피해 추정 면적이 6000헥타르에, 산불의 화선이 약 30km가량 펼쳐져 있다. 민가 피해는 70여 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오후 4시~5시 사이 산불이 의성 옥산면에서 안동시 길안면으로 넘어갔다. 오후부터 불기 시작한 서풍 영향으로 산불의 화선 동쪽 끝에서 타들어 가고 있던 불길이 안동시 길안면 금곡리, 백자리 쪽으로 넘어갔다. 의성 산불은 이번 주 수요일 저녁까지 진화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상청 예보에는 3월 27일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다. 3월 27일 야간까지 의성, 안동 산불은 계속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의 실체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겨울철 건조에 봄철 이상 고온이 겹쳐진 가운데 곳곳에서 국지성 강풍이 불면서 기록적인 산불이 마주하고 있다. 정부가 세 개의 대형 산불과 사투하는 것은 처음이다.

3월 26일
경북 의성 산불이 안동을 거쳐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졌다. 산불이 5시간 만에 40여킬로미터로 확산한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산불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번진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산불 전문가들도 해석이 어렵다고 하는 상황이다. 산불이 두세 시간만에 40킬로미터를 날아가면서 곳곳에 불씨와 불똥을 퍼트렸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북부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해안 시군인 영덕군 영덕읍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
25일 밤 11시까지 총 1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역별 사망자는 청송군 3명, 안동시 2명, 영덕군 6명, 영양군 4명 등 총 15명이다. 이번 산불은 26일 새벽으로 국내 최대 산불로 기록될 것 같다. 25일 오후 안동 길안면 동안동IC 일대의 상황은 기후재난 산불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하늘을 가린 구름과 재가 온 천지를 뒤덮고 숲이 있는 곳은 온통 불바다를 이루고 있다. 안동 길안 현장은 산불 재난의 현장이 뭔지 그대로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안동시내는 화산재가 흘러가는듯한 연기가 온 도시를 휘감듯 밀려들고 있었다. 2000년 동해안 산불부터 2022년 울진산불, 그리고 2023년 강릉 충남 산불을 겪었지만 의성 안동의 이런 연기와 화염은 처음인 것 같다. 인간이 1.5도를 넘어선 결과가 이번 산불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기록: 자연생태팀 서재철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