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고속도로·국도 신설·확장
공사의 중복·과잉투자 구간 27곳, 중복거리 434.8km
녹색연합은 지난 6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로 공사현장을 조사하며, 도로 건설이 어떤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는지 그 현실을 조사하였다.
녹색연합은 이번 조사 내용의 주요 핵심 주제가 지난 국민일보 보도 내용과 유사하지만 도로중복·과잉투자가 일회성 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요한 환경운동 과제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도로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책임감 아래 도로중복투자의 현장을 다니며 무엇이 문제인가를 밝히기 위해 이번 정책자료집을 발간하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이번 도로정책자료집 발간을 통해 우리나라 도로문제에 대한 열띤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회를 진행할 것이며, 현재 진행 중인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안)에 올바른 도로정책을 반영하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녹색연합의 도로현장 조사결과 산지를 깎고, 농지를 메우는 등 도로 건설이 가져오는 생태계 파괴와 단절의 피해는 매우 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피해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도로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32번국도 확장공사, 당진~대전고속도로 건설공사, 4번·40번국도 확장공사, 공주~서천고속도로 건설공사 등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충남의 서부지역은 현재 도로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특히 4차선국도 확장은 말이 확장이지 실제는 새로운 노선이 뚫리는 구간이 대부분이어서, 산림면적과 농지면적의 감소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고속도와 국도의 건설에 따라 없어지는 논과 밭, 산림은 쉽게 복원되지 않으며, 2004년 한해에만 도로, 철도 등 공공시설에 따른 농지 전용면적은 5,742ha로 여의도 면적의 6.5배에 이른다. 국도확장의 문제는 이처럼 생태축의 단절과 농지·산지 전용의 문제 이외에 기존 국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우리 사회에 숙제를 던져 주고 있다.
녹색연합은 이번 현장 조사 결과, 현재 국도 건설 공사 구간 중 24곳, 고속도로 건설 공사 구간 중 3곳이 중복·과잉 투자되고 있으며, 이들 중복·과잉투자 구간의 총 연장길이는 434.8km로 경부고속도로 길이(417.4km)보다 더 길며, 이 공사로 낭비되는 예산은 무려 5조 4천억 원에 이른다고 18일 밝혔다.
녹색연합이 고속도로와 국도의 중복·과잉투자 구간으로 뽑은 곳은 ① 고속도로와 국도가 인접하여 나란하게 뚫려있는 구간 중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어 있거나 확장공사 중이며, ② 지난 5년간 국도 통행량의 변화가 거의 없거나 통행량이 줄어듦에도 국도의 4차선 확장공사나 고속도로 신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구간이다. 이들 공사현장을 중복·과잉투자 구간이라고 일컫는 근거로 지난 5년 간 교통량의 변화를 들었다.
대표적인 예로, 32번국도 4차선 확장공사와 당진~대전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32번 국도의 교통흐름을 살펴보면 지난 2000년 교통량과 비교하였을 때, 2004년 교통량이 구간별로 적게는 하루 500대에서 많게는 하루 약 2000대까지 줄어든 실정이라고 한다(도로교통량통계연보자료). 교통량의 변화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이 구간에 같은 기능을 하는 4차선의 새로운 고속도로와 국도가 뚫린다는 것은 중복·과잉투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녹색연합은 이들 공사구간이 개통 후 어떤 모습이 될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3번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인접하여 지나는 이화령구간을 들었다. 중복·과잉투자의 대표적인 구간인 이화령구간은 문경에서 이화령을 지나 수안보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이격 거리가 500m도 채 안 되는 공간에서 이화령을 지나는 4차선의 국도와 고속도로가 병행하며, 또한 옛 3번국도가 그대로 놓여있다. 특히 국도인 이화령터널 구간은 현재 교통량이 계획 당시 예측교통량(27,300대)의 20~30%에도 못 미치자 민자사업자인 새재개발(두산건설 자회사)이 국가(부산지방국토관리청)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 2004년 12월 29일 1심에서 704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아냈다고 한다.
녹색연합은 이와 같은 중복·과잉투자가 발생하는 이유로 ① 건설교통부 도로정책의 부실, ② 예산의 과잉과 자동차·도로 공급 중심의 교통정책, ③ 부풀려지는 교통수요예측, ④건설업의 과잉을 들었다.
녹색연합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국도 연장 길이가 OECD 국가들과 비교하여 결코 짧지 않음에도 건설교통부가 도로율이 낮다는 논리를 내세워 국도와 고속도로 확장·신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우리나라 국토면적당 고속도로연장은 OECD국가 중 여섯 번째 이며, 건설교통부가 흔히 비교하는 일본, 미국, 영국과 인구당·국토면적당·차량당 도로연장, 국토계수당 도로밀도로 비교해도 고속도로의 경우 각각의 지표가 일본이나 영국보다 높으며, 국도는 일본이나 영국과 비교해서 약간 높거나 낮은 상태이다. 우리나라 도로율이 낮은 이유는 고속도로와 국도에는 상관없는 지방도로와 기타도로의 부족 때문임에도 건설교통부가 이를 뭉뚱그려 선진국의 1/3~1/4 수준이라고 이야기하며 국도와 고속도로 확장이나 신설에 나서는 것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지방도로와 기타도로는 건설교통부 주무소관이 아님) 국민들을 속이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중복·과잉투자를 막기 위하여 고속도로와 평행한 국도 구간의 획일적인 4차선 고규격화 확장 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과 7X9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고속도로와 국도의 유기적 연결 관계를 고려한 도로정책을 다시 수립할 것을 촉구하였다. 또 현재 검토 중인 국토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안)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시킬 것을 촉구하였다.
녹색연합은 도로중복투자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건교부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교통, 환경)등이 참여하여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광역시도 등 주요 도로망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도로건설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검토하는 가칭 ‘도로 타탕성 검토위원회’를 둘 것을 건교부에 제안하였다.
첨부 : 도로정책보고서_중복투자
녹색연합
문의 : 윤기돈(011-9765-7276, kdyoon@greenkore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