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더불어 부상을 당하신 많은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지자체 홍보를 위한 정월 대보름 행사 중 있을 수 없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경남 창녕군 주최로 정월 대보름인 어제, 화왕산에는 전국 각지 2만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액운을 막아주는 억새태우기 행사에서 행사안전요원들이 너비 50m, 길이 250m의 방화선을 사이에 두고 일제히 불을 붙였고, 바람의 방향이 뒤바뀌면서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사고로 2월 10일 2시 현재까지 사망자 4명, 50여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예측불가능한 산불의 특성을 무시한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사고인 인재임이 틀림없다.
창녕군이 주최하고 창녕군 의회, 창녕경찰서, 창녕소방서 등이 후원으로 나선 억새태우기 행사에 해발 700미터가 넘는 산 정상부에 2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모였지만, 안전장치라고는 너비 50m의 방화선과 110여명의 안전요원 뿐이었다. 긴급 대피로조차 정해져 있지 않아 불길을 피해 몰린 사람들이 한 곳에 몰리면서 더 많은 사상자를 냈던 것이다. 이미 1996년 고성 산불의 경험 상, 산불방재를 위한 방화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교훈을 얻은 바 있다. 특히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바짝 마른 억새나 소나무 등 연소가 빠른 초목들이 노출될 경우, 바람에 의한 산불은 엄청난 위력과 속도로 번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난 2000년 동해안 삼척시 가곡면 가곡천 산불 당시, 불덩어리가 당시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700미터를 날아가기도 했다.
특히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달 말, 올해 심한 건조기를 감안해 예년보다 한 달여 앞당겨 산불조심기간을 정해 입산 통제를 예고했다. 그럼에도 창녕군은 소방대원 20여명을 형식적으로 대기한 채 대형 산불 축제를 벌이다 사고를 자초한 것이다. 심지어 창녕군이 공지한 주요행사 일정표에는 소방관 20여명, 경찰관 40여명의 역할이 행사 후 하산 안내와 셔틀버스 운행이었고, 비상시 안전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도 되어있지 않았다. 얼마나 안일하게 행사에 대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3년에 한 번씩 치룬 행사라 할지라도 극심한 겨울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허가를 승인하는 쪽이나 주최측 둘 다 이 번 행사에 대해 예년과는 다른 안전조치를 강화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위험요소를 사전에 인지하고 누구보다도 상황판단을 먼저 해야 할 소방당국이 현장에 있었음에도 바람이 부는 마른 억새군락에 불을 내는 축제를 감행했다는 것은 사람들의 안전 보다는 행사 치르기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1년 전, 오늘은 남대문 화재로 국보 1호가 잿더미로 남겨진 쓰라린 날이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의 화재도 막아내기 어려운데, 해발 700미터 산 정상의 불놀이는 더더욱 예측불허의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특히 비상대피로 확보, 확실한 안전요원 배치 등 모든 위험 요소에 대비한 철저한 안전장치 없이 산 정상부에서 불을 다루는 위험한 행사는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려는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 화마로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이런 참극을 피할 수 있을 지 안타깝다.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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