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며

2009.02.17 | 환경일반

故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아버지, 민주화의 상징, 한국사회의 큰 별이 졌습니다.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오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어제 오후 6시12분 향년 87세로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교회는 자기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고 세상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남을 위해서 있다”는 故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은 한 사람의 훌륭한 종교인을 넘어 스스로 횃불이 되어 한국사회의 나아갈 길을 밝힌 그 분의 삶을 대변합니다.

서슬 퍼렇던 1970년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꺾임 없이 유신독재와 맞섰고, 1980년대 6월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서서 교회의 담을 허물어 기꺼이 명동성당을 민주화의 성지로 내어주셨습니다. 그 어떤 정치적인 입장 없이 오직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이 있는 곳에,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그 자리에 함께 하셨습니다. 가난한 노동자 농민에게, 사형수와 북한의 동포에게, 이 땅의 사회 약자라면 누구에게라도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하나로 모든 것을 안았던 그 분의 헌신으로 우리 사회는 민주와 평등의 큰 걸음을 딛을 수 있었고, 가난한 자와 약자를 저버리는 곳에는 정의사회 구현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오로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생을 바친 추기경의 삶은 인명을 경시하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화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벌어지는 갈등과 뭇 생명과의 부조화를 이루는 현실을 부끄럽게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이, 사랑과 평화가, 참된 민주주의가 넘치게 하는 것만이 그 분이 이 땅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 정신을 실천하는 길일 것입니다.  

시대에 온 삶을 오롯이 바친 故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온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애도하며 아름다운 그 분의 삶 앞에 깊이 허리 숙입니다.

2009 년 2 월 17 일

녹  색  연  합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