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환경의 날, 생명의 다양성이 숨쉬지 못하는 한국

2010.06.04 | 환경일반

환경의 날, 생명의 다양성이 숨쉬지 못하는 한국
– 국책사업과 규제완화로 서식지 훼손과 단절을 심화시키는 녹색정부

2010년 세계 환경의 날 슬로건은 “생명의 다양성이 숨쉬는, 하나된 지구, 하나된 미래를 만들어요! (Many Species, One Planet, One Future!!)”다. 그러나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에 환경의 날을 맞는 한국사회의 생물다양성은 그 미래가 밝지 못하다. 인류공동의 자산인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국책사업과 환경규제완화를  일삼으며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단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표적인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로 그 어느 때보다 멸종위기종과 서식지 파괴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4대강 사업 외에도 대규모 조력발전사업으로 인한 갯벌파괴, 도로 건설로 인한 백두대간 단절, 국립공원 규제완화, 골프장 규제완화 등은 강, 갯벌, 숲 등 한반도의 생태계의 다양성이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다.

서식지 훼손과 단절 가중 시키는 국책사업

  • 4대강 살리기 사업  –  하천생태계 파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서 진행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국가예산이 22조원이 넘게 드는 건국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사업의 환경영향평가가 불과 4개월 만에 끝나 처음부터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에다, 그 결과 심각한 생태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남한강 여주구간에서 환경영향평가상에서 누락된 6종의 멸종위기종를 시민단체가 발견하며 결국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환경영향평가상에서 누락된 멸종위기종은 ‘생태복원’ 사업이라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오히려 서식지를 잃게 생겼다. 그런데도 정부는 흰수마자, 얼룩새코미꾸리 등 일부 어류에 대해서 복원증식계획을 세우고, 단양쑥부쟁이(Aster altaicus var. uchiyamae) 등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에 대해서는 황학산수목원 등 5개 기관에서 복원, 증식 중이므로 멸종위기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멸종위기종복원은 서식지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판단될 경우 이루어진다. 따라서 단양쑥부쟁이가 서식지가 아닌 다른 식물원이나 연구기관에서 증식복원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현재 공사 때문에 원 서식지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다.
    더구나 4대강 사업본부가 주장하는 5개 기관 중 어느 곳도 정확한 증식복원 성공 결과를 갖고 있지 않다. 이 중 1곳은 올해 2월에서야 서식지외 보전기관 허가를 받은 곳이고, 가장 먼저 증식을 시작한 식물원도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2년생 식물인 단양쑥부쟁이의 증식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다. 2곳을 뺀 3개 기관은 정부 지원도 없이 개인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인데, 4대강사업본부가 반박자료에서 “단양쑥부쟁이는 척박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종으로서, 증식․복원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인용한 관계자가 있다는 황학산 수목원은 아직 정식개장도 하지 않은 곳이다. 더구나 식물원에서 증식된 단양쑥부쟁이를 어디서 복원시킬지에 대한 계획도 아직 없는 상태이므로 증식 복원계획이라 할 수 없다.

    환경부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증식복원종합계획’을 통해 멸종위기종의 관리 기본방향을 ‘멸종위기종의 증식복원을 통해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리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첫 번째 기본원칙을 ‘서식지 보전 관리 우선’에 두고 있다. 다만, 호랑이처럼 현재의 변화된 자연환경이 종이 필요로 하는 서식여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경우에만 서식지외 보전기관에서 종보전을 담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서식지 보호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기 전에 식물원에서 잘 증식하고 있으니 문제없다는 식의 정부 대책은 종복원의 기본도 무시한, 한심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다.

    16개 대형 댐 건설과 전 구간에서 벌어지는 동시다발적 준설은 하천을 서식지로 살아가는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어류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단절시키게 된다. 일부 종에 대해 조성하겠다는 대체서식지 역시 이미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인위적으로 조성된 생태계의 효율적 관리방안 연구’를 통해 대부분 대체서식지 목표 종의 개체수가 감소했음을 밝히며 대체서식지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를 발표하였었다.  

  • 조력발전 – 갯벌 훼손 및 해안생태계 훼손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예상되는 조력발전소는 모두 4개다.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에 시화조력은 이미 건설 중이고, 충남 서산·태안 가로림만 일대에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인천시 강화군 석모도 일대에 강화조력발전소, 인천 장봉도 일대에 인천만 조력발전소가 건설예정에 있다. 조력발전은 바닷물을 인위적으로 가둬서 발전을 하므로 해안 지역의 입구가 좁은 만 또는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이 입지조건으로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발전방식으로 인해 발전소 인근 지역의 해수흐름의 변화가 불가피하며, 생태계가 훼손되거나 소실될 수밖에 없다. 갑문 안팎의 바닷물 소통량이 작아져 식물성 플랑크톤의 급증으로 인한 먹이 사슬 변화, 염분의 농도변화 그리고 해양성 어류가 둑을 자유로이 오갈 수 없는 이유로 생태계의 혼란이 우려된다. 또한 강어귀에 침전물이 늘어나 생태계와 발전 모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발전 사업자 측에서도 ‘조력발전 건설에 따라서 갯벌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축소’ 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조력발전 건설에 따라 지역 생태계 변화와 갯벌유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조력사업은 최근 녹색성장의 열풍을 타고 더욱 가속화되며 지자체가 추진하고 국토해양부가 이를 허가해 주고 있다.
    특히 국내 조력발전은 그 규모가 세계 최대조력발전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어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도입의 원칙에도 위배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랑스 조력 발전소 건설 1967년 이후 대규모 조력발전소는 거의 건설되지 않고 있다.

  • 백두대간 단절
    백두대간은 자연환경기본계획(2006~2015)에 따른 한반도 3대 생태축 중 하나이며, 우리 민족의 상징성을 지닌 국토의 근간축으로 휴전선 이남의 향로봉(1,296m)에서부터 지리산까지 주요 산군별로 다양한 생태계자원이 분포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향로봉, 설악산, 점봉산, 오대산, 청옥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민주지산, 덕유산,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산군은 생물다양성의 실마리가 되는 기후요소에서 수직 및 수평적으로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즉, 수평적 기후대로 위도가 높은 향로봉에서부터 위도가 낮은 지리산 그리고 수직적 기후대로 해발고가 낮은 곳에서부터 한대기후대를 나타내는 고산지대까지 연속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백두대간은 세계에서 드문 생태벨트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놓았지만, 연속성이 단절되어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백두대간을 단절하는 요소 중 가장 큰 것은 도로와 풍력단지다. 백두대간을 통과하는 고속도로(고속국도)는 경부고속도로(1), 중부내륙고속도로(45), 중앙고속도로(55), 영동고속도로(50), 통영대전간고속도로(35), 88올림픽고속도로(12), 당진상주고속도로(30) 등 7개와 현재 공사가 진행중에 있는 춘천-양양간 고속도로가 있다. 따라서 백두대간은 7.8km 마다 도로로 단절되어 생태계가 단절된 모양새다.
    도로단절은 생태통로(생물이동통로)를 장기적으로 설치하는 작업이 추진중이나 생물의 연속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질과 양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녹색성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풍력발전은 현재 57기가 운영 중인데 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차원에서 백두대간이나 기타 마루금지역에 도입이 고려되고 있으나 마루금의 경관 및 환경을 훼손하므로 백두대간에서는 논외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식지 파괴 부추기는 규제완화

  • 케이블카
    우리나라 20개 국립공원 중 7개가 백두대간에 있고,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정한 국립공원 카테고리 2에 속한 국립공원인 설악산, 지리산, 월악산, 소백산, 오대산, 월출산, 주왕산, 속리산, 다도해해상 국립공원 등 9곳도 여기에 속한다. IUCN 은 보호구역 지정과 관리에 관한 과학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Applying Protected Area Management Categories)을 마련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국립공원은 이용자 수를 강력하게 제한할 수 있는 핵심 구역을 두고 엄격한 자연생태계 보호(과학적 연구, 환경 교육 등을 위한 자연환경 확보)와 대중 접근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국립공원 지정 취지에 맞는 관리방안은 ‘선보존, 후이용’임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자체는 국립공원을 관광수단으로 여겨서 각종 개발의 유휴지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인 국립공원의 케이블카문제다.

    환경부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줄곧 자연공원법 개정안에서 자연보존지구 안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km에서 5km로,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로 완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안이 통과되면 지리산 천왕봉(제석봉), 설악산 대청봉 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될 수 있다. 지금 환경부가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까지 설악산, 지리산 정상에 케이블카 건설을 촉진하는 것은 인공 시설물과 과도한 등반객 유입으로 국립공원 핵심구역의 생태계 훼손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국립공원의 핵심 구역인 자연보존 지구 안에 케이블카 설치를 촉진시키는 것은 한국정부가 준수하려고 노력해온 국제 기준과 정책에 역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IUCN 회원국의 지위도 무색케 하는 정책이다.  

  • 풍력발전
    풍력발전은 이 정부가 주창하는 녹색성장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우후죽순 건설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 청정, 대안에너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풍력발전이 건설되는 곳곳마다 주민갈등과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008년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사업 여건상 5부 능선 이상 산악지형에도 산지전용이 가능하도록 산지관리법(산지관리법시행령 제7조의 2 및 산림청 고시)을 개정하였다. 산지의 경관 보전을 위하여 전용하고자 하는 산지는 당해 산지의 표고의 100분의 50미만에 위치하여야 하나 풍력발전 시설의 경우에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활성화 차원에서 사업 여건상 5부 능선 이상 산악지형에도 산지전용이 가능하도록 산지관리법 개정한 것이다. 이 결과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에 계속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서 이 일대의 생태계가 위험에 처해 있다. 지난 해 국내 최대 풍력발전단지를 만들겠다는 경북 영양 맹동산풍력발전단지에선 멸종위기종 2급 노랑무늬붓꽃이 환경영향평가상 누락된 채 사업이 진행되고 낙동정맥 정상부 절반이 잘려나간 일이 이슈화되기도 하였다. 사전환경성검토를 거치지 않아도 발전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입지타당성을 검토하지 못한 채 풍력단지가 건설되면서 발생되는 문제이다.  

  • 골프장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쏟아낸 많은 규제완화 정책 중 주목할 것은 ‘보전산지’에서의 골프장 전용 비율이다. 정부가 녹색산림보전을 위해 전용을 제한해 오던 ‘보전산지’에서의 지난 5년간 골프장 편입 비율은 평균 33%였으나, 2008년에는 57%로 높아졌다. 처음으로 골프장 부지 편입면적에서 ‘보전산지’의 전용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보전산지 전용 실태에서 공장, 도로 등 다른 전용 용도와 비교해 보면 골프장의 전용 면적만 유일하게 더 넓다. 이렇게 2008년 보전산지의 골프장 전용 비율이 늘어난 이유는 산지관리법이 개정(2008년 7월)되면서 골프장의 경우 보전산지 편입비율을 75%까지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정책이 계속 추진될 경우, 골프장 개발로 인한 산림면적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보전산지는 산림보전을 목적으로 지정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골프장 편입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사실상 그 의미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따라서 최근 강원도를 비롯한 곳곳의 골프장 건설 예정지에서 수달, 삵, 하늘다람쥐 등 여러 멸종위기종 발견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2009년 12월말 기준 대한민국 골프장은 477개에 달한다.

    국제적 흐름도 어긋나고 전략도 없는 환경부 정책
    지난 5월, CBD 사무국은 제3차 세계생물다양성보고서(Global Biodiversity Outlook 3)을 발표해 현재 지구가 처한 생물다양성의 심각성을 일깨워주었다. 3차 보고서는 110개국이 제출한 각 국가별 국가전략보고서와 200개가 넘는 과학에 기반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2010년 현재 지구적 생물다양성 현황을 분석하고 앞으로 21세기의 생물다양성 감소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5가지를 꼽고 있는데, 서식지 변화, 기후변화, 남획, 토양 오염, 외래종 등이다.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협약 대상국은 모두 국가전략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한국은 2009년 6월 이후 올해 나고야 총회 전까지 5차 국가전략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국가전략보고서를 보면 한반도 생물다양성에 관한 실태를 기술해 놓고 있으나 위협요인에는 기후변화, 외래종침입, 생물다양성 보전체계 미흡 3가지만 기술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 체계는 ‘국가수준의 통합적 생물다양성 조사체계・정보화가 미흡하고, 생물다양성 보전 인프라 구축 및 전문인력, 대국민 인식 확산을 위한 교육・홍보체계도 미흡한 실정’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가장 핵심적인 위협요인은 이 세 가지가 아닌 오히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국책사업과 규제완화이며,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방안도 갖고 있지 않은 환경부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정부가 말로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가장 핵심적인 위협요인이다.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원인으로 국제적으로 꼽히는 가장 첫 번째 원인인 서식지 변화를 막기 위한 대응 전략이 전무한 상태다. 보호구역 면적을 넓히기 위해서 최근 환경부가 국립공원 추가 지정을 계속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 국립공원의 사유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른바 서류상 보호구역이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보호구역 추가 지정은 수치상의 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핵심원인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전략도 부재한 상태다. 심지어 지난 5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생물다양성 국가전략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환경부 사무관은 우리나라의 주요 생물다양성감소 원인을 ‘밀렵’이라고 소개해 참석자들에게 자료출처를 밝혀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과연 환경부가 제대로 된 현황 파악과 원인분석을 하고 있는지, 혹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그동안 WCC (세계자연보전연맹총회), IPBES(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 정부간 과학-정책기반) 등 국제회의 유치에만 혈안이 되었지 정작 환경정책은 국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지방선거에서 많은 국민들이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반대하는 민심을 보여주었다. 이번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부는 본연의 역할을 자각하고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기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2010년 6월 4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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