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를 수렴하여 이라크 파병여부를 결정하겠다던 노무현 정부가 파병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9월 29일 국회 답변과정에서 “신속하게 파병여부가 결정되고 그것도 파병쪽으로 결정되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경제실익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 등 국방부 관계자들이 미국을 방문하여 제임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리처드 롤니스 국방부 차관보 등와 파병문제를 논의하고 귀국한 직후 파병여부에 대해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곧 파병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윤영관 장관은 유엔총회에서 콜린 파월 미 국부장관을 만나고 돌아온 후 ‘파병이 너무 늦어져서는 곤란하다’며 ‘파병여부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던 종전의 입장을 뒤집었다. 윤영관 장관의 태도 변화 역시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거나 예정된 단계적 여론몰이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승주 주미대사는 국감장에서 “지난번 공병대와 의료부대를 파견때보다 이번 이라크 추가파병은 몇 배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가 조건없이 이라크에 파병한다 해도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조건을 달지 말고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요즘 많은 미국의 신용평가 기관들이 우리 경제의 신용평가에 있어서 한미 동맹관계를 척도로 사용한다”고 덧붙여, 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이 낮춰질 지도 모른다는 근거없이 국민을 위협하는 발언을 펼쳤다.
조기파병 망발 4명의 각료를 문책하라.

이를 4명의 각료들은 ‘실리’니 ‘국익’이니 하는 주장들을 늘어놓으면서 조기파병망언을 펼치고 있다. 그들의 갑작스럽고 돌출적인 잇단 발언은 미국의 잇단 압력성 발언과 면담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들이 관연 한국의 장관들인지 미국의 하수인들인지 의심하게 한다.
이들이 자신의 방발로서 선동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미국 냉에서 전쟁주도세력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들이 증거조작에 대한 특검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내에서도 실패로 인정한 이라크에, 다른 모든 나라들이 거부하고 있는 전투부대를 파견하여, 미군 대신 이라크 시민들과 교전하라는 것이다. 이같이 명확한 국익과 실리의 논리로 교묘히 포장하고 있다.
‘국익’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누가 국익을 판단하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익판단의 주체는 국민이다. 또한 정책결정과정의 민주주의야말로 국익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자 그 자체로 가장 중요한 국익이다. 함부로 국익을 단정하여 국민의 뜻을 억누르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독재체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특히 미국의 압력이 작용한다면 이보다 더 심각한 주권과 국익의 훼손은 없다. 현실적으로도 미국의 압력에 대해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국가주요각료들이 개인의 소견을 내세워 국가의 교섭력을 떨어뜨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상식임에도 이런 망발을 일삼아 도리어 우리의 국익을 현저히 훼손시키고 있다.
전투부대 파병 여부는 국익판단의 척도인 국민의 민주적 의견수렴과 선택에 따라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여 국민 대다수의 뜻과 배치되는 조기파병을 선동하는 각료들은 한국의 각료라 할 수 없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파병여부를 판단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다 어디로 갔는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대로라면 정부가 파병여부에 대해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오히려 파병여론을 선동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
‘함구를 엄명했다’던 정부 각료들의 이같은 잇단 망발에 대해 질책하고 문책해야 할 대통령이 도리어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노대통령은 지난 9월 29일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 등 미국의 주요 대 한반도 정책책임자들이 참석하고 있는 자리에서 파병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후, 10월 1일 국군의 날 경축사에서도 파병과 북핵을 연계하겠다며 사실상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대통령마저 스스로가 밝힌 약속과 방침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상황에 경악한다.
강력히 경고한다. 노무현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고 충분한 민주적 논의도 없이, 전투병 파병을 졸속으로 강행한다면 참여정부와 국민의 최소한의 신뢰관계마저도 종언을 고할 것이며 국민의 전면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특히 조기파병의 망발을 펼치는 4명의 각료들에게 경고한다. 과거 만주사변 참전과 정신대를 선동하던 이들도 하나같이 국익과 실리를 얘기했다. 이들이 국민의 합의도 없는 조기파병에 대해 대외적으로 이를 선동하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우리나라의 각료로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그에 준하는 국민의 심판을 가할 것이다.
2003. 10. 2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1. 명분 없는 전쟁, 거짓으로 점철된 침략을 지원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법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명분으로 내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테러 지원에 대해 지금까지도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세계를 속여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 미국 스스로도 실패를 인정한 전쟁에 한국군을 파견해선 안된다. 3. 한국의 파병은 헌법과 국제법에 위배된다. 4. 전투병 파병은 미래 한미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5. 전투병 파병은 미군을 도울 수도, 이라크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도 없다. 6. 이라크인들이 원하는 것은 파병이 아니라 점령군의 조속한 철수이다. 7. 전투병 파병은 한반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8. 전투병 파병과 한반도 안보문제는 별 관계가 없다. 9. 이라크 재건 특수를 노리고 전투병력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10. 파병에 따른 미국의 경제적 반대급부? 환상에 불과하다. 11. 유엔 결의도 여러 가지다. 점령군을 지원하는 다국적군 파병은 있을 수 없다. 12. 미국 압력 때문에 한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이 왜곡되는 것만큼 중대한 국익손실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