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캠핑은 자연스러움이다!

2013.06.24 | 행사/교육/공지

난 자연이 좋다.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서 현재는 지키는 일을 하고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살았지만 멈출 줄 모르는 여행에 대한 집념이 나에게 자연과 마주할 시간을 줬다. 그 중 캠핑은 으뜸 공신이다. 도시의 빌딩이 사라진 곳에서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마주하다 보면 난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연이 주는 감동에 고스란히 빠져든다.

녹색캠핑을 과연 뭐라고 해야 할까. 나의 지난 캠핑역사들을 찬찬히 돌이켜봤다. 미국 요세미티, 옐로스톤 국립공원, 호주 로드캠핑, 탄자니아 세렝게티, 보츠와나 델타, 이집트 사하라 사막, 필리핀 아포섬. 자연을 즐길 거리가 있고, 흔치 않는 볼거리가 있는 곳, 과연 이런 곳에서 캠핑한 것이 녹색캠핑일까?

자연을 즐기고 자연과 하나되는 것을 느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녹색캠핑은 나 스스로가 자연의 한 톱니바퀴일 뿐이란 걸 깨닫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고, 자연 속의 순리를 깨닫는 것이 바로 녹색캠핑이라 생각한다.

많은 캠핑 경험 중 내가 녹색캠핑으로 뽑는 것은 호주에서의 캠핑이다. 투어 이름은 가물가물하지만 호주 남쪽 아들레이드부터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유명한 에어즈락까지의 10박 11일 캠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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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이 모여 지프 한대에 2, 3일치 식료품과 물을 싣고 자연으로 달린다. 무게에 제한이 있어서 먹을거리가 넉넉치도 않다. 황무지 위, 중간중간 길도 없는 곳을 지도와 나침판을 이용해 달리다보면 예측지 못한 야생동물과 마주치기도 하고, 신비한 자연지형이 펼쳐지기도 한다. 오후에는 잘만한 곳을 찾아 멈추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달리는 내내 먼지를 계속 뒤집어 쓰지만 물은 항상 부족해서 샤워는 커녕 고양이세수도 감지덕지다. 설거지를 위한 물은 딱 한 대야. 10번째로 그릇을 씻을라 하면 물은 이미 시궁창색이다. 그래서 더더욱 음식을 남길수가 없다. 핸드폰은 물론 안된다. 전기도 없다. 여가시간엔 책을 읽거나 낙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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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정도의 고생은 여느 캠핑에서도 할법하다. 내가 호주를 녹색캠핑이라고 꼽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잠자리다.

난 캠핑 내내 바닥에서 잤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 두꺼운 바닥이 있는 침낭에 몸을 의지하고, 하늘을 천장 삼아 잤다. 허허벌판에 누워서 해가 지고 모닥불이 꺼지면 잤고,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눈이 부셔서 일어났다. 처음엔 물론 어색했다. 하지만 익숙해 지니 하늘의 별을 잠들때까지 보는게 좋았고, 빛으로 번져가는 아침의 풍경을 보는게 익숙해졌다. 물론 가끔 뱀과 전갈의 흔적이 머리맡에 생겨있을때면 경악스럽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매일매일 10시간씩 땅과 교감하면서 난 자연을 배웠다. 모든 벌레들과 동물들처럼 우리들도 자연이 정해준 시간을 따라 움직였다. 해가 뜨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이동하고, 밤이 되면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잠자리를 펴서 잔다. 부족한 것은 없었다. 우리에겐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음식이 있었고, 움직일수 있는 차와 지도가 있었으며, 이 모든걸 가능하게 해주는 자연이 있었다. 열흘 내내 그 거대한 자연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 속에서 보냈고, 아주 작은 점 같은 존재인 내가 그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고,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나를 경험했다. 그리고 내 삶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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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캠핑 이후에도 많은 캠핑을 경험했고 자연을 쫓아 여행을 다녔지만 이처럼 큰 영향을 준 것은 없었다.

도시가 익숙한 우리들은 어느 순간 자연의 흐름을 잃어버렸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서 무언가에 집중하며, 해가 지고서도 키보드를 두드린다. 무엇이 옳다고 할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스스로의 삶을 불평하는 요즘, 가끔은 자연의 시간을 따르는 것도 좋은 극복방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 속에서 자유롭게 얼마나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를 경험한다면 많은 불평불만이 하찮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을 깨닫게 해준 녹색캠핑이 참 고맙다.

글과 사진 / 김나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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