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어요]기후변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나쁜 에너지 기행”

2013.09.07 | 행사/교육/공지

나쁜 에너지 기행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나쁜 에너지 기행”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지음 / 312쪽 / 1만5천 원 / 이매진)

필리핀 이사벨라 주에는 바이오 에탄올을 만들기 위해 조성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때문에 고통 받는 원주민들이 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에는 메콩 강에 건설되는 대규모 ‘수출용’ 수력발전 때문에 쫓겨나는 지역주민과 소수 민족들이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대규모 핵발전과 화력발전, 수력발전이 아니라 시골 마을 냇가에 설치된 소수력 발전과 산골 마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다.

이른바 ‘제3세계’ 사람들을 우리는 대개 두 가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하나는 그런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 대해 측은하게 바라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무시하고 깔보는 시각이다. 상반돼 보이는 두 가지 관점 모두 구조적인 문제를 단순히 인간 윤리의 문제로 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러한 시각은 기후변화가 가져온 정치·경제·사회적인 문제들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할 위험이 있다.

“기후정의가 실현되려면 먼저 제3세계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높이고 에너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원조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과 보상의 문제다. 어쨌거나 그 사람들의 빈곤과 피해는 한국 같은 에너지 과소비 국가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단순히 값싼 관광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취급하지는 않았는지, 가끔은 동정의 눈길로, 때로는 멸시의 눈길로 바라보지는 않았는지, 우리가 그 현실을 야기한 가해자임을 애써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자.

이 책은 읽는 동안 당신은 불편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외면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해서 기후변화라는 현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글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권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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