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 되면 “최고의 무더위”, “30년 만에 오는 무더위” 등등 뜨거운 여름을 경고하는 광고들이 기승하며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한다. 그리고 그 해가 지나고 다음 해가 오면 작년 여름을 무색케 할 만큼 아찔한 카피로 또 다시 여름을 대비하게끔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정말 최고의 무더위가 올 지도 모른다. 그것도 에어컨이나 선풍기 냉장고와 같은 전기제품으로 막을 수 없는, 여름 한철만이 아니라 1년 내내 기승을 부려 서늘한 가을을 기대할 수 없는 무더위, 바로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말 그대로 기후변화다.
지구의 역사상 기후는 우리가 깨닫지 못할 만큼 꾸준히 변해왔다. 그 시대의 동물이 견디지 못할 만큼 추웠던 빙하기가 있었는가 하면, <여름이 되어도 이상하게 서늘하여 농사를 짓지 못하였다>라는 조선시대의 기록에서 보듯 인간의 삶에 약간의 영향을 미친 기후변화도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지구의 기후는 변한다고 하지만 70년대 이후 급격히 올라간 온도는 의심할 만하며 그것은 분명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임을 지구는 경고하고 있다.
고기후학에 따르면 과거 125,000년간 지구의 온도변화는 1℃ 내외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1990년에서 2100년 사이 약 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2℃에 대해 둔감하다면 우리의 몸을 생각하면 된다. 인간의 체온은 36.5℃이지만 38℃만 되어도 열이 나고 몸이 떨리고 40℃를 넘으면 위험한 상황이 된다. 가이아이론처럼 지구 역시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지구의 온도가 1, 2℃ 올라가는 것을 우습게 여길 수는 없다.
물론 국제사회는 이 상황을 손놓고 있지 않다. 79년 열린 1회 세계기후회의에서 온도상승이 인간복지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하였고 80~90년 다양한 조사를 통해 마침내 92년 리우에 모인 154개국은 세계기후변화협약(UNFCCC: UN for a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을 채택하였다. 그 뒤 95년부터 시작된 당사국 총회를 통해 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으며 지루한 논의 끝에 2005년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되었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되어 38개의 의무감축대상국은 08~12년까지 90년과 비교하여 평균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동의하였다.
UNFCCC협약 상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OECD국가로는 멕시코와 한국 두 국가만 의무감축을 면제받았지만, 한국이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임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2차 의무대상국에는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에서도 다양한 관심을 보이며 대책을 마련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 환경부가 개최한 제1회 기후변화 국제심포지엄을 다녀왔다. 궂은 날씨 속에도 130여명의 사람이 찾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었다. 2006년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환경부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은 △CO2 감축 △CDM 사업의 전망 △기후변화 적응 총 3가지 세션으로 진행되었다.
SECCION1: 2012년까지 CO2를 감축해야 한다.
의무감축대상국이 된 38개국은 08~12년까지 할당량을 감축해야 하는데, 유럽은 비교적 느긋한 반면 비유럽국가들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 중에서 90년과 비교해서 6%를 감축해야하는 일본은 02년 오히려 7.6%나 증가하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CO2만 따져봤을 때 산업부분은 1.7%, 수송부분은 20.4%, 상업 및 발전 36.7%, 가정은 28.6% 증가하였으며 온실가스 종류로 봤을 때는 N2O, CH4는 각각 감소하였지만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CO2가 오히려 증가하였다. 97년부터 지구온난화대책추진본부를 구성하고 98년부터 지구온난화대책추진법률을 만든 일본이지만 CO2 감축이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임을 보여준다. 일본은 2010년까지 현재의 제도로 6%, 추가제도로 6.5%, 산림흡수로 3.9%, 교토메커니즘으로 1.6%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그 계획 중에 일본이 소개한 것은 “Team- 6% 캠페인” 이다.
일본 환경성은 CO2를 줄일 수 있는 6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 계획들은 △냉방온도는 28도, 난방온도는 20도로 △수도꼭지는 물이 약하게 나오도록 △자동차를 통한 에코라이프를 △친환경제품을 사용하기 △과대포장을 줄이기 △코드 뽑기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이다. 내용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내용이지만, 그만큼 얼마나 일상생활의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지 그리고 실천하기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이 때 개인이 하게 되면 실천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팀을 만들어 서로를 독려하는 것이 바로 “Team-6%캠페인”이다. 참여하는 단체는 기업에서 NGO, 지자체까지 그리고 일반시민까지 범위가 다양하여 현재 약 33만 명이 선언하여 실천 중이다.
다음은 조금 재미있는 방법인데 바로 일본고유의 보자기인 후로시키를 이용하여 1회용봉지를 줄이자는 것이다. 환경부장관이 직접 후로시키의 디자인을 만들고, 그 외에 후로시키 디자인전 개최, 후로시키 매듭법 공모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후로시키를 적극 사용하도록 한다.
또, 전력사용을 줄이기 위해 오다이바의 관람차를 비롯하여 도쿄타워 등 전국 39,839곳의 시설이 22시부터 24시까지 불을 끄며 CO2 감축을 위해 노력하는 라이트다운캠페인을 실시한다.
이 외에 여름을 에어컨 없이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으로 넥타이 없이 출근하거나, 옷감의 소재 및 디자인 등의 방법을 제시하는 COOLBIZ 캠페인도 진행한다.
한편 유럽의 경우 유럽위원회 내에서 European Climate Change Program을 통해 진행하며, 프로그램의 내용은 03~09년까지 건축물 효율 및 재료의 인증제 실시, 에너지제품에 과세, 09년까지 차량의 배출량을 140g 으로 감축, 2010년까지 차량의 바이오에너지 사용량을 75%로 확대, 유럽각국을 모니터링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폭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동시에 POST2012, 즉 1차 감축기간 후 교토체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CO2감축이라는 것이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수치상으로 CO2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위해서는 그다지 간단한 일은 아니다. 개인의 CO2와 지역의 CO2, 국가의 CO2, 나아가 지구 전체의 CO2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생활을 전면 바꾸어야 한다. 산업뿐만 아니라, 가정, 수송 분야 등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했던 현재의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것, 그래서 탄소는 인간에서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SECCION2: 걱정스러운 CDM사업
지난 9월 독일 본에서 개최된 UNFCCC 21차 청정개발체제(CDM) 집행위원회는 온두라스와 인도에서 추진된 CDM사업 3건에 대해 온실가스배출권 발행을 승인했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고 CDM사업으로는 첫 배출권이 발행된 것으로 무형의 탄소가 일종의 유가증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교토메커니즘이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는 당사국이 자국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감축하게 되면 한계가 있으므로 유연하게 CO2를 감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으로,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 : 선진국A가 선진국B에 투자하여 발생된 온실가스 감축분의 일정부분을 A국의 배출저감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선진국A가 개발도상국B에 투자하여 발생된 온실가스 배출감축분을 자국의 감축실적에 반영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국가에 배출쿼터를 부여하여 국가간 배출쿼터의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 |
온실가스를 유연하게 감축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려할만한 부분이 있다.
현재 승인된 사업의 내용을 보면, N2O가 83.3%로 가장 많고 그 뒤를 HFC 11.2%, 신재생에너지 약 5%이다. 그러나 온실가스의 배출구성비를 따져보면 CO2가 89.3%로 가장 많고, 다음이 CH4 1.0%, N2O 0.9% 그 외 HFC, PFC, SF6 등이 1.5%를 차지한다. 따라서 실제로 CO2가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CO2감축을 위한 사업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이는 결국 CDM사업이 원래 의도한 목적에서 벗어나 자본이 돌고 도는 하나의 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아직 CDM사업이 초기화 단계이고, CO2 감축을 위한 기술이 정비되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단순한 우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단 CDM사업뿐만 아니라, 현재 전 배출량 중 25%를 차지하는 미국과 호주와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는 중국, 인도 등의 나라가 감축국가가 아닌 점, 교토체제 내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의견차, 탄소가 적게 배출된다는 이유로 원자력을 친환경에너지로 분류시키려는 움직임 등 교토의정서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모처럼 전 세계가 한 목소리를 내어 움직이는 만큼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교토체제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SECCION3: CO2 감축뿐만 아니라 CO2 적응도 중요하다
CO2 감축이 대기 중의 CO2 농도를 안정화시켜 미래에 준비하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현재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기후변화 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 적응이란 현재 나타나거나 미래에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영향 및 파급효과를 파악하여 취약성을 찾아내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거나 기후변화로 인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과정 등의 변화를 말한다. 특히 선진국의 무분별한 CO2 배출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후변화적응은 매우 긴급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주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기후변화감축을 주로 논의하였지만 02년 기후변화적응을 강조하는 델리선언문이 채택되며 본격화되었으며 05년 몬트리올 회의에서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 5개년 작업계획이 채택되었다. 이 개념은 연구된 지 7년쯤 되었고 작년 3월에서야 개념이 인정된 만큼 생소한 부분이지만 실제 우리 생활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예를 들어 에어컨을 많이 틀고 있는 건물이 있다면 무조건 에어컨을 끄는 게 아니라, 에어컨을 줄이며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할 때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노력은 CO2감축이고 나무를 심는 노력이 CO2 적응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05~08년까지 3개년 계획으로 적응정책을 수립하였는데 첫 번째 해에는 기후변화가 농업, 산림, 인간복지, 산업/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두 번째 해에는 수자원과 연안지역으로 섹터를 확대한다. 그리고 섹터별로 나눈 영향에 따라 평가기술을 개발하며 세 번째 해에는 첫 번째 두 번째 연구를 통한 결과로 국가별 수준에 맞는 적응정책을 수립한다.
05년 연구된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이 가능한 지역은 점차 북으로 상승하는데 농업은 특히 홍수나 가뭄 등 기후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방재 및 재난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산림과 산업 역시 생물다양성 감소, 먹이사슬 이상, 화재와 가뭄 같은 자연재해 증가로 피해를 입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서울의 경우 1℃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3% 늘어나며 특히 어린이와 노인의 경우 피해가 크다는 결과가 있다. 물론 아직은 연구초기 단계라 더 정확한 데이터가 쌓여야하겠지만 기후가 올라갈수록 인간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으며 특히 개발도상국과 같이 취약한 국가, 노인이나 어린이 그리고 동식물 등 취약한 그룹은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CO2 감축으로 나아가야 할 때
아무리 지구자체의 기후변화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인위적인 행동이 이러한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은 경제규모 세계 11위, 배출량 세계9위로 2차 의무감축대상국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의무감축을 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의무감축양을 줄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른 기류에 묻어갈 수 있을까 라며 국제사회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이것을 감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것 또한 자랑스럽지 않을까.
글 : 녹색사회국 배난주 활동가 02-747-8500 nanju@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