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살인 참사, 이명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최승국 / 녹색연합 사무처장
여섯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이다. 국민의 생명과 가치는 철저히 무시되고 오직 돈의 가치만 살아있는 한국사회의 슬픈 현실에 대한 투영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막가파식 공안통치에 의한 예고된 살인사건이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어느 날 갑자지 생활터전을 잃고 철거민 신세가 되었다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대가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정권에 빼앗겨 버렸다. 그 죽임의 과정도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일부는 불에 타 죽어야 했고 일부는 불에 타 죽은 것을 피하려다 건물에서 떨어져 죽어야 했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려웠을까? 그들이 농성을 시작했을 때 만분의 일이라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나 했을까? 그리고 그 가족들은 철거민에다 유가족 신세가 되어 목 놓아 울부짖어야 했다. 참으로 슬픈 일이고 또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건의 성격은 너무나 분명하다. 오로지 공권력에 의존해 불법행위에 대한 엄벌을 주장하며 자신의 막개발 정책과 막가파식 업무추진에서 나온 의도된 살인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총감독을 하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 용산경찰서장, 서울시장 등이 조연으로 출연한 ‘나쁜 드라마’의 참담한 결론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번 용산 살인 참사에 대한 최종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져야한다고 판단한다. 물론 진압책임자와 진압을 승인한 김석기 청장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하여 엄벌에 처해야 하며, 원세훈 장관 또한 파직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렇게 일선 책임자만 문책한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은 너무나 뻔하다.
어제 청와대와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 엄청난 참사를 놓고도 “불법 시위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겠다는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내각의 생각이 어디에 와있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에게는 어제 죽은 다섯명의 시민과 1명의 경찰관의 목숨 따윈 아무 상관이 없다. 오로지 공안통치로 정권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일 생각 뿐이다.
그들은 여전히 내용과 상관없이 떼법과 불법에 대해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발상을 갖고 있고 이러한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살인 행위’를 저지를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희생자는 내가 될 수도 있고 정당한 요구를 하는 일반 시민이나 영세상인, 농민, 노동자, 중소기업자 등 누구나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언제 떨어질지 모를 날벼락에 두려움을 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참사 원인을 직접 제공한 이명박 대통령이 그 책임을 져야함을 거듭 강조하는 것이다. 책임을 지는 방법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국민들에게 겸허하게 사과하고 앞으로는 절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공안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정책을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집행하겠다는 약속이다. 다시 말해 공권력을 동원해 밀어붙이기식 업무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하라는 것이다. 만약 이를 하지 못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생명과 사회가치,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역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4.19 혁명의 결정적 계기가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한 김주열 군의 시신이 발견된 비롯되었고, 최근의 그리스에서도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음을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 이 글은 내일신문(1월 21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