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칼라 이코노미 – “녹색일자리가 환경과 경제에 대한 해답이다”
<녹색성장의 유혹>을 읽으면서 심각한 경제 불황 속에서 점점 더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 생각했다. 이들을 향해 지구의 생태 파국을 막기 위해 성장을 멈추고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자고 이야기한다면 과연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까운 공허한 메아리이다. 이 질문에 최대한으로 답을 하는 책이 바로 반 존스의 <그린칼라 이코노미>이다. 반 존스는 오바마 정부 정책의 청사진을 마련한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의 수석연구원이고, 그린포올(Green For All)의 설립자이다. 그린포올은 녹색경제를 통해 소외받는 계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실제 반 존스는 2007년 1억 2,500만 달러로 친환경 직업훈련에 투자하는 녹색일자리법안을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빈부의 격차와 환경파괴의 중심에 서있는 ‘석유’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린칼라’ 직업을 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칼라는 환경친화적 분야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고용으로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전기 기술자,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을 짓는 건설 노동자들을 말한다. ‘친환경적이도록 업그레이드된 블루칼라’라는 정의도 재미있다. 기존의 ‘블루칼라’ 직업을 가진 사람이 ‘그린칼라’로 직업을 전환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반 존스는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어온 ‘회색경제’를 ‘녹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괜찮은 그린칼라 일자리를 늘리고, 정부와 3P기업(Profit, Planet, People), 노동계, 시민운동단체, 환경주의자, 학생, 종교단체를 설득해 ‘그린성장동맹’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도 ’성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반 존스도 스탠 콕스와 마찬가지로 경제성장은 자동적으로 자원 소비가 증가하며, 소비주의와 연결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성장은 ’지속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면서 소비하는 재화의 양을 늘리지는 않는 성장‘이라고 정의한다.
대신 지금 단계에서 바로 탈성장적․탈소비적 ’에코토피아‘로 도약할 수 없기에 “모두에게 그린칼라 직업을”, “감옥대신 그린직업을 달라”, “먼저 빈민촌부터 그린화를”과 같은 슬로건을 통해 급진적인 요구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사람들을 끌어들이자고 이야기한다. ‘녹색‘의 가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린화 운동은 보통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생활비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반 존스의 녹색성장에는 ‘정의’와 ‘원칙’,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담겨있다. 그의 ‘그린화’ 전략은 모든 계급과 피부색을 포괄한다. 매력적이다.
스탠 콕스가 대안은 자본주의 이해관계에 봉사하는 정부의 외부에서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 존스는 정부를 포기하지 말고, 정부를 ’사람‘과 ’지구‘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정부가 감금산업과 전쟁, 화석에너지와 같은 ’문제아‘들의 파트너였고, 또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냈다면, 이제는 ’녹색‘세력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과연 ’그린화‘의 성실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그런 변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하고 근본적인 원칙‘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변혁의 원칙으로 내세운 ’모두에게 공평한 보호,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 모든 생명체에 존중을‘이라는 세 가지 원칙은 내가 일하는 환경단체의 강령과도 같다. 나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세밀한 녹색정책에 대한 대안보다도 원칙에 더 열광했다. 그 원칙의 잣대를 들이대면, 청정화석연료 기술과 원자력기술은 감히 ’녹색‘의 범주에 기웃거릴 수조차 없다.
반 존스는 기후변화 위기에 우리에게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최대한 많은 종을 구하려는 ‘노아’와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환경주의자들이 종종 범하는 ‘환경보전’에 대한 당위만이 아니라 ‘환경’과 보통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연결시킨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식품, 폐기물, 물, 교통 다섯 가지 분야에 대한 대안정책을 제시한다. 대표적으로 에너지는 지역에 기반을 둔 효율개선 사업과 재생가능에너지에, 식품은 로컬푸드, 폐기물은 재활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고 있다.
“태양은 환경오염의 해독제이고, 직업은 폭력의 해독제입니다.” -솔라리치먼드 의장 미셀 맥케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지출되는 식비의 10%만 주에서 생산되는 식품으로 흘러들어도 캘리포니아 주 농부들에게 약 8억4,800만 달러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고, 캘리포니아 주 경제에 13억8,000만 달러가 유입되며, 1억8,800만 달러의 세수가 확보되고, 5,565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아누라다 미탈
“미국에서 톤 단위로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가공하는 일은 소각보다 열 한배나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애니 레오나드
우리 사회가 내가 사는 국가가 좀 더 ‘녹색’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반 존스의 <그린칼라 이코노미>를 추천한다. ‘지구의 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뉴턴 풍력발전소를 방문했고, 미쉘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텃밭을 가꾼다. 미국의 녹색성장은 아직 실험단계이지만, 환경가치를 지키면서 보통사람들의 삶을 보다 나아지게 만든다면 누가 녹색을 마다하겠는가. 물론 경제위기와 석유업계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반 존스와 오바마가 꿈꾸는 녹색뉴딜이 과연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 체제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가도 관건이다. 경제학자 피터 커스터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5월호 기사에서 “진정한 녹색 뉴딜은 신자유주의를 극복해야 가능하다”라고 주장한다. 이 경고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