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생활 강조한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서 빠진 것

2009.08.10 | 환경일반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라디오 연설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녹색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녹색생활을 주요 운동기조로 삼고 있는 녹색연합 사무처장으로써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설 내용과는 달리 최근 발표한 한국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는 오늘 대통령 연설에 담긴 내용을 전혀 담고 있지 못해 연설 내용의 진의를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면 오늘 대통령 연설이 입에 발린 내용일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터무니없이 낮은 감축목표를 설정한 것일게다.  

이 대통령은 오늘 연설을 통해 국제에너지기구의 입장을 인용해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3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절약을 제 5의 에너지라고 한다”며 녹색생활을 통한 에너지 절약을 강조했다. 백번 옳은 말이고 녹색연합을 포함한 시민사회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던 내용이다.   

그는 또한 “우리나라가 에너지를 사실상 100%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10%만 절약해도 한 해에 10조원 이상을 벌게 된다”며, “국민과 기업에게 정책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빨리 변화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국익도 적극적으로 챙기기 위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 또한 흠잡을 때 없는 내용이다.   

위의 내용만 보면 대통령 연설이 아니라 환경단체 대표의 연설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대통령 연설문 곳곳에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들며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절약을 강조했지만 실제 지난 주에 정부에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는 대통령의 이러한 연설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정부가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관한 3가지 시나리오를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부탁했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는 202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2005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목표인 2012년까지 1990년대비 5.2% 감축과는 거리가 엄청 멀다. 한국은 이미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나 늘어난 상태이다. 이 상황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유지한다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차이가 없다.  

이미 재생에너지 사용 증대, 에너지 효율향상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고, 선진국 상황을 볼 때 어느 시점에 가면 에너지 사용량이 감소로 돌아서고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자연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BAU 대비 21%니, 30%니 하는 것은 하는 것은 수치놀음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감축의지이다. 대통령이 정말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를 감축목표에 반영해야 한다.

대통령은 오늘 연설 끝 부분에서 정부가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했다. 그 의견수렴이 8월 13일로 예정되어 있는 ‘날림 공청회’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주에 제시된 감축목표는 전혀 설득력이 없고 국제사회의 망신거리만 될 것이다.

경제 규모 세계10위권이며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에 걸맞는 수준의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 국민들의 이해와 참여를 요청하는 것이 지금 대통령이 해야할 일이다. 말로만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감축, 녹색생활을 외친다고 환경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한국정부의 책임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일일까?!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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