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와의 결별” 세계 각국의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동향

2009.11.17 | 재생에너지

태양광핸드폰이 제품으로 나왔다. 마치 광합성하는 식물처럼 핸드폰에 햇볕만 쬐어주면 절로 충전된다. 그 뿐인가 도심 아파트 옥상위에도 태양광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와 가로등에 사용하는 공용 전기를 태양이 생산해낸다.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가방에 태양광 판넬을 붙이고 다니면서 여행 중에 필요한 전기를 얻기도 한다. 재생가능에너지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가 지난 200여년을 풍미해온 에너지라면, 이제 태양, 바람, 지열, 파도, 바이오매스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 새로운 자연에너지들은 대기오염과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는 친환경에너지고, 무엇보다 고갈될 걱정이 없다.  

재생가능에너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발전이다. 세계 태양광패널 생산량은 2008년 7.3 GW로 전년대비 80%가 증가했다. 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의 용량이 15GW라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전 세계 태양광의 60%가 유럽에 설치되어 있다. 놀랍게도 세계에서 태양광 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중국(2.4 GW)이다. 유럽(1.9 GW)과 일본(1.2 GW), 타이완(0.8 GW)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세계 태양광 산업은 세계금융기위의 여파로 올해 초까지 고전을 겪었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태양광발전은 태양이 비추는 곳이면 어디든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장 널리 응용되고 있다. 주로 옥상에 설치되던 것이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 시스템(BIPV)이 개발되면서 건물 천장과 외벽에 달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창문 유리에 엷은 특수염료를 발라 전기를 만드는 염료감응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은 흐린 날과 인공조명에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올해 뉴욕에서 열린 친환경디자인 경연대회 ‘그리너 가제트’에 ‘블라이트’라는 기발한 작품이 등장했다. 창문에 설치하는 블라인드에 태양광발전 장치를 붙인 것이다. 블라인드는 낮에 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해 충전기에 저장한 뒤 밤이 되면 전등이 된다. 이처럼 태양광발전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태양열을 이용하면 온수급탕과 난방에 활용할 수 있다. 태양열 이용시설은 다른 재생가능에너지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기술과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중국 더저우와 선양에서는 신축·개조하는 주택을 포함한 모든 건축물에 태양열 온수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2010년 세계솔라시티 총회가 열리는 더저우에 가면 연립주택 지붕위에 빼곡히 올려진 태양열온수기를 볼 수 있다. 중국에서 태양열온수기는 가전제품과도 같다. 전자제품 매장에서 세탁기, 냉장고, 텔레비전을 파는 것처럼 도심 곳곳에 태양열온수기 전문 판매장과 수리점이 자리 잡았다. 많이 쓰다 보니 가격도 저렴해지고, 기술수준도 빠르게 발전한다.  

재생가능에너지 중에서 화석연료와 겨뤄 경제성에서 뒤지지 않는 에너지가 바로 풍력이다. 풍력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질이다. 바람이 세게 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일정 속도로 꾸준히 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해안가나 산간지역에 많이 설치되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 풍력산업을 선도하고 있는데, 이미 전력의 20%를 풍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세계 1위 풍력기업도 덴마크 기업인 베스타스이다. 세계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5대중에 한 대는 베스타스가 만든 것이다. 최근 풍력발전은 육상보다는 대규모 단지형으로 해상에 설치하는 추세이다.

재생가능에너지 하면 태양과 바람을 먼저 떠올리지만 인류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쓰기 전부터 써오던 에너지원이 바로 바이오매스, 생물연료이다. 바이오매스란 일반적으로는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는 식물이나 생물을 의미하며, 나무, 풀, 짚, 해초, 미세조류, 가축분뇨 등이 있다. 난방과 조리용 땔감으로 쓰던 나무는 우드칩이나 바이오 팰렛 형태로 효율을 높여서 사용하고 있다.  

운송 부문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유채씨, 콩, 자트로파의 기름을 짜내 바이오디젤로 만들거나 옥수수, 밀, 사탕수수를 원료로 바이오에탄올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식물연료는 토지와 물의 과다사용, 식량과의 충돌 문제가 발생하면서 차세대 식물연료 개발로 전환되고 있다. 지금은 나무나 짚으로부터 천연가스를 뽑아내 연료로 사용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한 항공운행은 이미 성공했고, 스위스에서는 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를 개발해 첫 세계일주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기성폐기물이 혐기성 소화를 하면 생성되는 것이 메탄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의 22배에 달하는데, 천연가스의 주성분으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가축분뇨나 하수종말처리장의 메탄을 회수해 태워서 전기를 생산하거나 고도로 압축해 운송수단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스웨덴에서 많이 개발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바이오가스를 버스나 기차 연료로도 사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무레크는 인구 1,700명이 사는 시골 마을로 에너지 자립도가 무려 170%이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유채와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 공장, 잡목과 돼지 똥을 이용한 열병합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의 무레크처럼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마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석유’와 ‘석탄’에서 자유로운 마을들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까지 1차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비율을 5%로, 2030년까지는 11%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우리가 쓰는 1차 에너지 비율은 2.13%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폐기물 소각열과 수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성장은 국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화석연료가 지배적인 세상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자리를 잡을 수 있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 기술과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시작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최근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두고 “새싹이 나무가 되었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가능성만 인정받아오던 것이 이제는 점차 현실 속에서 당당한 에너지원으로 한 몫을 하게 된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더 이상 ‘미래의’ 에너지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에너지이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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