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고 별을 켜자

2006.02.10 | 행사/교육/공지


예전에는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시를 읊었고, 별을 보며 사랑을 나누었지만,
이제는 인공의 조명이 그 배경이다. 한 해가 저물 때가 되면 광화문은 빛으로 가득하다. 연인들과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와 사진을 찍는다.
인공의 빛에 가려 별빛은 옛날 이야기 속으로 함께 사라져버린다.

도시는 밤을 잊었다.
서울시는 2007년까지 도심 4대문 안 역사. 문화 유산을 빛으로 연결하는 ‘빛의 네트워크’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서울은 빛의 혼란이다. 화려한 색깔들로 휘영청 밝은 간판들이 도심을 어지럽게 한다. 거기에다 밝은 가로등이 빛을 더한다.

이제는 ‘빛공해’ 라는 말까지 나왔다. 도시 하늘을 지붕처럼 덮고 있는 미세한 먼지층에 조명 불빛이 반사돼 밤하늘을 희뿌옇게 만드는 것이 빛공해이다.
대도시에서는 밝은 도시 불빛 때문에 원래 낮에만 우는 매미가 밤에도 울어대고, 현란한 네온사인과 밝은 가로등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도 많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습성이 있는 연어와 청어가 북태평양의 인공불빛 때문에 이동하지 않거나, 밝은 조명 때문에 부화한 바다거북이 방향감각을 잃고 해변으로 몰려오고 있고,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서는 불법 이민을 감시하기 위해 세운 조명탑이 야간 사냥꾼인 스라소니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너무 밝은 도시는 조금 어둡게 하고, 빛이 꼭 필요한 곳에 나누어주면 어떨까
어두운 골목 가로등이 깨져서 밤마다 손전등을 들고 할머니를 모시러 나가는 아이들을 위해 가로등을 달아주는 드라마 주인공처럼 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칠흙같이 어두운 밤, 밝은 별 아래, 반딧불이의 꽁지불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라고 하면 너무 소박할까..

빛공해 이렇게 줄이자.
* 꼭 필요하지 않은 전등은 끄자
* 가게영업이 끝나면 간판불도 꺼서 잠시 쉬게 해주자.
* 사무실을 마지막으로 나가는 사람은 불을 끄고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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