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에는 벼들이 알이 꽉 차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가을 들녘을 보면 참 아름답고 고맙습니다. 그러나 가장 기뻐야할 수확의 시기에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갑니다. 추곡수매제 폐지, 밥상용 쌀의 수입으로 쌀은 팔리지 않고, 쌀값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유기재배 농민들은 더욱 힘이 듭니다. 땅을 살리기 위해,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해, 쌀을 먹는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건강을 살리기 위해 어렵디 어려운 유기재배 농사를 지었건만, 아직도 2005년 쌀을 다 팔지 못해 남은 쌀이 창고에 그득하게 쌓여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겨우 26%정도, 쌀의 자급도만 100%를 넘습니다.
매년 줄어드는 쌀의 소비량은 올해 1일당 1년에 78kg으로 줄었습니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한 가마도 먹지 않는 셈입니다. 하루 소비량으로 따지면 채 두공기가 되지 않는 양입니다. 아침을 먹지 않거나 외식을 하며 쌀 대신 다른 음식을 먹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것입니다.예전엔 가난한 사람이 라면을 먹는다고 했습니다.
요즘엔 부자가 라면을 먹어야 정상입니다. 유기재배 쌀값은 밥 1공기 분량으로 400원 가량입니다 라면이 600원 가량, 껌이 500원 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유기재배 쌀값이래야 라면보다 훨씬 쌉니다. 그나마 일반재배 쌀은 250원 가량 하지요.
논은 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논이 습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새와 곤충이 함께 살수 있도록 해주고, 홍수조절, 산소 발생, 지하수의 물 공급과 수질정화도 해줍니다. 또 다랑이 논은 산사태를 막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제 곧 햅쌀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농민들은 2005년 쌀을 바라보며 한숨이 납니다. 2005년 쌀이어도 벼 상태로 저온저장고에 보관했다가 주문할 때 마다 도정을 하기 때문에 햅쌀과 다름없는 밥맛입니다. 환경과 농민과 건강을 살리려면 꼭 쌀을 많이 먹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유기재배 쌀을 많이 드세요. 영양도 풍부하고 생명과 땅을 살리는 방법입니다.
간식을 먹으려면 떡이나 한과와 같이 쌀로 만든 간식을 선택해보세요. 그리고 햅쌀만 고집하지 마시고 2005년 쌀도 많이 드세요. 요즘은 생산지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2005년 유기재배 쌀을 할인판매하기도 하니, 이런 기회에 유기재배 쌀을 맛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나 학교의 급식용 쌀을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선물은 유기재배 쌀로 하는 건 어떨까요?
쌀을 많이 소비하는 것이 정말 환경사랑, 농업사랑의 좋은 실천입니다.
글 / 신근정 (녹색연합 시민참여국)
일러스트 / 엄정애 (녹색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