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은 한반도의 근간을 이루는 산줄기로 남과 북을 잇는 주축이다. 한민족의 상징성을 지닌 긴 역사 속에서 형성된 생활권역이기도 하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는 우리나라 생물의 다양성을 대표하는 곳으로 그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 농림업·광업 등 산업에 자원이용 기회를 제공하고, 국민의 여가공간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복합성 때문에 백두대간은 명확한 실체나 자연환경의 가치가 제대로 구명되기 전부터 수많은 환경적 압박을 받아 왔다.
최근 정부·학계·환경단체 등이 중심이 돼 백두대간 보전을 위한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말쯤 정부의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안'(백두대간법)이 제정돼 법적 장치도 마련된다.
백두대간을 대상으로 한 최근 일련의 연구와 정책적 논의에서 확인되는 것은 백두대간이 지형·생태적, 인문·사회적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백두대간법이 집행되기도 전부터 정부와 지역사회간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이런 마찰로 인해 효율적인 백두대간의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염려스럽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와 지역사회가 보전 당위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관련 법률도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두대간에 편입된 많은 부분이 공공재적 특성을 지닌 환경재인 까닭에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정당시된다. 환경관련정책은 규제정책의 한 분야로, 정부의 강제력이 동원되며 규제에 대한 찬반 집단간 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서 주민참여는 해당기관의 필요에 따라 이해와 협력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운영된 사례가 많았다. 이는 지역주민의 지역사회 쟁점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이 부족했고, 정부 또한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백두대간 정책은 지역사회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며, 이는 지역사회 의견의 적극적 수렴에서 시작된다. 백두대간의 기본은 자연환경의 가치이나 삶의 터전으로서 형성된 사회·인문적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형식적인 주민참여 운영방식을 탈피하고 신뢰가 바탕이 된 지역사회와의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에 대한 지역주민의 신뢰는 백두대간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의 충실한 제공으로부터 비롯되며, 모든 정보가 지역사회와 공유될 때에야 비로소 정책결정에 따른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 입장에서는 백두대간과 관련된 주민조직의 통합화가 우선 요구된다. 지역개발과 관련한 현안문제에 있어 주민조직을 통한 대응은 현실적인 대안 중의 하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지역 관련 사안이 발생하면 집단별 조직이 다수 형성되고 주민조직들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인해 오히려 주민참여의 비효율성이 나타나곤 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현안에 대한 지역사회 전체의 인식을 공유하고 통합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대표성을 띤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관련 사안에 대한 전문성 확보 또한 필요하다.
백두대간에 대한 환경관련 정책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전문성이 결여된 주민조직의 의견 제시는 자칫 집단의 이해와 관련된 단순한 요구사항에 그칠 수밖에 없으므로 효과적인 주민참여를 위해서는 지역의 관련 사안에 대한 전문성 확보가 필수요소다.
이제 정부와 지역사회는 물론 국민 모두가 백두대간은 지역의 자원 차원을 넘어 국가의 대표적 생태자원의 보고로서 해당지역과 정부가 국민을 대리해 관리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행정적인 융통성을 가지고 환경자원에 대한 규제 차원이 아닌 국보(國寶)관리라는 공감대에 기초해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
< 서울신문/유기준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