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이다. 자연 그대로인 산이 파헤쳐져 허옇게 무너져 내리고 강의 물길을 막아 굽이굽이 부드러운 곡선의 물길은 반듯한 콘크리트 직선으로 잘리고 막히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강, 산, 습지, 갯벌, 해안선은 개발의 손들이 블럭쌓기 놀이를 하듯 허물고 부수고 쌓기를 한다.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닌 것이다. 개발주의를 뒤집어 쓰고 있는 개발정부, 지방정부, 토목업자들은 자연 그대로의 둥글고 부드러운 긴 곡선의 아름다움과 생명을 품은 지혜를 알지 못하고 일직선으로 잘라 내 생명의 보금자리, 따뜻한 주민의 생존의 땅을 앗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전 국토는 경기부양이라는 이름으로 공사중이다. 1월 3일 을유년 새해벽두 초록행동단과 함께 길을 나서 느끼는 환경파괴 실상이다. 지난해 환경단체는 노무현 정부의 반환경개발정책에 항의하며 환경비상시국을 선언하고 광화문 단식농성, ‘자연아 미안해’ 대시민환경캠페인 등 비상행동을 해 온 터라 그 반환경개발현장을 찾아 그 실상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시민들에게 알리며 해결의 길을 찾는 것이야말로 새해 환경운동의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었다.
초록행동단이 20여일 혹한의 길 위에서 초록불씨를 피우며 한 줌 따뜻한 봄 햇살에 피어나는 녹색희망을 피우리라 길을 떠난 이유이다. 백두대간 난개발의 상징인 자병산은 더 이상 산이 아니었다. 30여년 가까이 석회석을 캐낸 그 자리는 울창한 숲과 야생의 생명 대신에 산을 진동하는 폭파음과 쉬임없이 돌을 캐내는 날카로운 트럭의 행렬로 백두대간 마루금이 잘려 나가고 있었다. 깊고 넓은 자병산은 도로, 댐, 도시 등 문명의 이기와 건설경기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허옇게 무너져 있었고 백두대간보호법을 시행한다 하면서도 앞으로 20년 이상 개발을 더 한다니 자병산이 백두대간에서 사라질 위기에 있다.
안동댐, 임하댐 등 전국의 댐은 지역의 생태, 문화와 역사, 주민의 삶과 공동체 그리고 살아 있는 경제력을 수장시키고 오염된 탁수만을 남겨 놓았다. 건설교통부는 치수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강에 둑을 쌓고 강 바닥에서 골재를 파내 생명이 머무르는 수변의 습지를 없애고 강폭을 줄여 하류지역 주민이 홍수를 만나면 팽창한 동맥마냥 봇물이 터져 더 큰 홍수 피해를 주고 있다. 연안의 맹그로브 숲, 산호초 그리고 갯벌과 만, 강의 습지가 있어 사나운 홍수와 해일을 부드럽게 품어 사람이 살 수 있는 공존의 땅을 만드는 자연의 진실에 무지한 개발의 손길이 더 큰 환경재앙을 불러 오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눈만 뜨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 개발하기 좋은 나라를 정책으로 내세우며 이를 위해 각종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개발특별법을 만들고 있다. 이는 전국에서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게 하고 대기업과 공기업, 지방정부의 땅장사를 합법화하고 있다.
경남 밀양에서 한국화이바가 공장증설이라는 이름으로 마을 뒷산을 잘라내 허가가 나지 않을 석산을 개발해 돈벌이를 하고 주민에게는 소음과 진동으로 마을의 평화를 깨도록 하는 것도 합법절차를 내세워 하고 있다. 3200만평의 해남 J 프로젝트도 기업도시특별법이라는 합법절차에 의해 농민의 드넓은 농지를 외국자본에게 강제 수용시킬 것이다.
지리산 자락 산수유마을로 유명한 구례군 산동면 사포리 마을은 온천업자가 추진하는 골프장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수억원의 재산 가압류와 손해배상을 청구당하고 법없이도 살아 왔던 주민들을 매일같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경찰서에 불려 다니게 하고 있다.
아산탕정지역은 거대 자본 삼성에 의해 추진되는 산업단지에 의해 토지를 강제로 몰수당하고 탕정포도의 명성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 땅을 섬기며, 소중하게 일구어 생명의 땅을 지키며 살아 온 농민, 원주민을 몰아내고 거대한 기업도시와 도시 구조물을 만들어 부를 창출한다지만 원주민은 도시빈민으로 내몰리고 사회는 더욱더 빈부의 양극화로 치달으니 참여와 개혁 그리고 균형발전을 내세운 폭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의 반환경개발정책이 결국 반지역, 반민중정책이 되는 이유이다.
북한산, 계룡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길을 내고, 천성산 습지보호구역을 관통하는 고속철도를 내고, 속리산 국립공원에서 온천수를 파올리는 정부이니 오죽할까마는 이런 막개발은 너무하다. 초록행동단은 환경파괴 현장의 아픔과 진실이 있는 길에서 환경운동의 길을 찾는다. 노무현 정부의 반생명, 반환경정책의 본질을 환경현장에서 바로 보고 생명의 소리, 지역주민의 소리에 가까이 하지 못하고 무디어져 있던 환경운동의 초심을 바로 세운다. 그리고 ‘자연에게 미안하다’고 반성하며 개발주의에 맞서 ‘자연을 그대로 두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와 저성장시대를 준비하는 녹색희망을 가지고 다시금 길 위에 선다.
위글은 시민의 신문 ‘시민포럼’에 기고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