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북한산 케이블카 추진하는 환경부를 규탄한다

2010.01.19 | 4대강

북한산 케이블카 추진하는 환경부를 규탄한다
케이블카 반대, 자연공원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일인시위 100일을 맞이하며

돈으로도, 시간으로도, 사람의 힘으로도 만들 수 없는 것이 지리산이요, 설악산이요, 북한산이다. 이곳만은 지키자고 국가가 나서서 지정한 곳이 국립공원이다. 따라서 국립공원은 보전이 제1의 원칙 이어야하며 이용은 보전을 전제로 한 이용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용과 보전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기회주의적인 발상으로 우리나라 생물자원의 핵심 공간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와 같은 개발 사업을 승인한다면 국립공원이라는 제도도 필요 없고 환경부 역시 필요 없는 조직이다.

2009년 10월 12일에 시작한 케이블카반대 일인시위가 2010년 1월 19일로 100일을 맞이하고 있다. 인간의 수명으로는 짐작도 하기 어려운 시간을 수많은 생명들을 품고 거친 사람들의 발걸음을 몸에 새긴 세월에 비하면 100일은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유난히 춥고, 많은 눈과 세찬 바람으로 기억될 겨울을 산에서, 거리에서 지내기엔 긴 시간이었다. 동식물의 마지막 피난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올리려는 욕망과 마주해야하는 아주 고통스런 시간이었다.

힘들지만 기꺼이 산에 올랐던 우리는 국립공원 보전에 대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환경부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100일을 맞이한 지금 이 순간 까지도 환경부는 국민의 대다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으며 국립공원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달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얼마 전까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는 지리산과 설악산이 우선순위라며 북한산은 여건이 조성되면 나중에 하라고 했던 환경부가 북한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조사를 하려하고 있다.

최근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는 ‘북한산국립공원 탐방문화 개선 대책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용역’을 발주해,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추진하기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탐방문화 개선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내용은 ‘노약자, 장애인 및 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탐방편의시설 공급 방안을 마련’한다는 케이블카 추진할 때와 똑같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것은 북한산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케이블카반대 일인시위 100일을 맞이한 우리의 심정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넘어 허탈하기 그지없다.

북한산의 탐방문화 개선을 위한다면서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한다는 것이 도대체 국립공원을 보전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해야 될 일인지 묻고 싶다. 북한산은 이미 연간 1,000만 명이 이용하는 국립공원으로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문제인 곳이다. 관광활성화 보다는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국립공원에 대해 제대로 홍보하고 교육하는 세심한 관리기법을 요구하는 곳이다. 정상정복형 탐방문화 개선을 위해 둘레길까지 계획하고 있으면서 국립공원을 외관상 경치만 보고 가는 관광지로 전락시켜 사람과 자연과의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시설인 케이블카를 탐방문화 개선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진정 우리나라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조직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자연공원법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드러내는 이 때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자들이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을 발주한다는 것은 화약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우리는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설악산과 이천만 수도권 시민들이 사랑하는 북한산에까지 케이블카가 올라가도록 자연공원법이 개정(자연보존지구내 케이블카 거리를 2㎞에서 5㎞로 연장)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산국립공원 탐방문화 개선 대책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용역’에 반대하며 당장 중단하기를 요구한다. 만약 환경부안대로 자연공원법이 개정된다면, 또한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다면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 이외에도 한라산, 소백산, 월출산, 속리산 등 많은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하려 할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관리를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100일,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국립공원과 함께 하는 길이어서, 우리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어서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것도 달라지지 않은 지금, 아니 오히려 더 거세어지는 개발의 광풍이 부는 지금 우리는 산을 내려 올 수가 없다.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가치를 위해,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의 평화를 위해, 역사와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케이블카 없는 국립공원을 꼭 지켜나갈 것이다.

– 환경부는 케이블카 건설을 위한 자연공원법 개정 시도를 즉각 중지하라!
– 이명박 정부는 국립공원을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개발정책을 포기하라!
– 북한산 케이블카 추진을 위한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을 당장 중단하라!

2010년 1월 19일
국립·도립·군립공원안 관광용케이블카 반대 전국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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