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장파천 문화제에 참여했습니다. 장파천 문화제는 <댐건설장기계획>에 의해 계획되어 있는 영양댐으로부터 장파천의 아름다운 경관과 그 안에 사는 생명들, 그리고 이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문화제입니다.
장파천 계곡을 따라 함께 걷습니다. 장파천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을 하나 하나 눈여겨봅니다. 숲해설가의 이야기를 통해 몰랐던 나무, 풀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곳곳에 산딸기와 오디가 알알이 열매를 맺었습니다. 자연이 길러낸 열매, 하나씩 나눠먹으며 함께 걸었습니다. 이 날은 나비가 참 많았습니다. 특이하게 물이 살짝 고여있는 땅에 앉아있다가 사람이나 차가 지나가면 우루루 날아가는 나비, 뿔나비라고 합니다. 가까이서 보니 두개의 뿔이 있습니다. 한창 번식할 시기라 장파천 일대에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나비가 많다고 합니다.
걸으면서 여러 번 되풀이한 말이 있습니다. '예쁘다. 아름답다. 좋다.'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하염없이 바라만 봐도 좋겠다싶을 정도로 수려한 경치를 지닌 곳입니다. 물도 참 맑습니다. 그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앉아 자연과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장파천 걷기를 마치고, 우리의 염원을 담은 장승과 솟대를 세웁니다. 장파천 문화제에서는 매년 장승을 세우고 오색줄을 꼬은 솟대를 세웠습니다. 첫해는 '생명의 강'과 '평화의 땅' 장승이었고, 두번째 해는 '흙에살리라'와 '장파천을 지키리라' 장승이었습니다. 올 해는 '고향지킴대장군'과 '자연보전여장군'장승입니다.
장정 여럿이 장승을 나눠지고 출발합니다. 그 뒤를 사물놀이 패와 솟대가 따라갑니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무거운 장승은 자꾸 걸음을 멈춥니다. 그 때마다 막걸리로 기운을 충전하고 다시 나아갑니다. 사물놀이 패가 흥을 돋웁니다. 모두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며, 장파천을 지키기의 염원을 담은 장승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것이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 길어질 지 모르는 영양댐 싸움 앞에서, 흥으로, 웃음으로 함께 손잡고 서로에게 힘을 보태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생명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있어 참 좋았습니다. 마주 잡은 손 놓지 않고 함께 간다면, 장파천을 지켜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승을 세웁니다. 장파천을 지켜줄 세번째 장승입니다. 부리부리한 눈매가 참 든든합니다. 생명과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듬뿍 담겨있으니, 언제나 이곳에 서서 장파천을 지켜주겠지요. 장승과 함께 열심히 들고 온 솟대를 세워 오색줄을 꼬아감습니다. 한 줄에 한 사람, 여러 사람의 협동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이 곳에서 일어날 일들도 그럴 것입니다. 홀수, 짝수 순서대로 실을 들고 엮어가며 서로를 향한 믿음과 협력으로 오색줄을 꼬듯 장파천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처음에는 서툴러 자꾸 엉키지만 나중에는 결국 멋지게 꼬아지는 오색줄처럼, 영양댐으로부터 장파천을 지키기 위한 이 시간들도 결국 멋진 승리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모둔 순간에 함께 할 것이고요.
사진 : 황인철, 이다솜 (평화생태국)
글 : 이다솜 (평화생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