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hello) 4대강, 안녕(bye) 4대강

2009.09.30 | 4대강

이명박 정부의 2기 내각 출범을 앞두고 많이 시끄럽습니다. 내정된 후보자들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각종 탈법과 편법 사실들은 결격사유가 아니라 하고 있습니다. 국민에게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정부 스스로는 편리한대로 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도덕 불감증과 법을 권력에 악용하는 모습을 극명하게 볼 수 있는 사례가 바로 4대강 정비사업입니다.

지난 3월 25일, 정부는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하였습니다. 법을 기준으로 한 행정적 개선 수준의 시행령 개정은 당연한 행정부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 개정은 엄청난 국민적 고통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바로 4대강 정비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22조 2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국가재정을 행정부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행정부의 권한을 강화시킨 것입니다. 국가재정법 38조 1항에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과다하게 사용될 경우, 과연 사업 진행이 타당한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여과시스템입니다. 개정된 시행령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재해예방사업을 새로 넣었습니다.(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을 재해예방사업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획재정부장관 임의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을 두었습니다. 이 짧은 시행령은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4대강 정비사업 예산의 90%, 약 20조에 가까운 국민세금이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막무가내로 집행되게 생겼습니다. 22조가 넘는 국민세금을 법적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정해놓은 법 규정을 시행주체인 행정부가 그 권한을 넘어 또 다른 행정계획을 만든 것입니다. 이뿐일까요?

4대강 정비사업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국책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는 그 어느 것 하나 지켜진 것이 없습니다.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지표조사, 지역주민의견수렴, 전문가 및 NGO와의 공청회 등의 절차들을 주먹구구식으로 편성하여 일사천리로 진행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은 커녕,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하며 추진하고 있지만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과거에도 우리는 4대강 정비사업과 비슷한 재앙과도 같은 국책사업을 보아왔습니다. 시화호, 새만금 등의 갯벌 매립과 한 없이 짓밟혀진 수많은 습지들이 그렇습니다. 토건 세력들은 경제성과 지역 발전을 내세워 끝없이 국민을 호도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그 시발점은 정치적 야욕과 생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아집이었습니다. 그런 재앙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희미하게나마 우리들 기억 속에 남아 있지만, 정부가 주장했던 선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지역주민과 그 자연 공간을 이루던 생태적 가치들이었습니다. 서로의 소통과 신뢰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인한 민생예산 축소 또한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커다란 문제가 될 것입니다. 국가부채가 400조원을 코앞에 바라보고 있습니다. 더욱이 올해 37조원에 가까운 적자국채가 발행됐습니다. 빚더미 잔치 속에 경제에 대한 청사진은 이미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국가의 전체예산을 무한대로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토목사업에 투입한다면 또 다시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4대강 정비사업의 예산이 시간이 갈수록 불어나고, 그 예산을 수자원공사로부터 빌려오겠다고 말하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모습은 이미 국민들의 불신을 사고 있습니다. 현재 MB정부의 부자 감세로 인해 지방재정은 16조원이 부족한 상황이며, 내년 예산요구안에는 저소득층 장학금과 중소기업/재래시장 지원예산, 농어민 지원예산, 장애인 의료비 지원예산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 수천억원이 삭감되거나 빠져 있습니다. 비정규직, 청년실업자와 관련된 예산도 수천억원이나 삭감하면서, 토목사업을 통한 단기간 일용직 창출에는 정부가 발벗고 나서고 있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욱 경악할 일은 MB정부 들어 당초 예산에도 계획되어 있지 않던 국책사업들이(170조원 규모) 준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름만 바뀐 4대강 정비사업이 결코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을 포함한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이러한 국민의 생각을 모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소송을 통해 심판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을 차단하고 일부 세력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입니다. 지금은 21세기라는 시간의 개념을 벗어나, 모든 이의 안정과 생태적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시대입니다. 4대강 정비사업이 시작된다면 우리는 역사와 문화, 생태적 가치를 일깨워준 4대강과 영원히 헤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힘으로 4대강 정비사업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강가에 비친 웃는 모습을 기대하며 내일을 기약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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