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기고] 한강의 물이 깨끗해져 황복이 돌아왔다고?

2009.12.04 | 4대강

– 외눈박이 대통령에게 묻는다

11월 27일 텔레비전을 통해서 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를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환경, 생태, 하천에 대한 반쪽짜리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강물이 깨끗해져 황복이 돌아왔다’, ‘시화호 생태계가 좋아졌다’, ‘토목이 나쁜 일이냐?’, ‘강원도의 반복되는 홍수 피해’, ‘청계천 복원 때, 환경단체의 반대’ ‘영산강의 수질 오염’ 등의 대목이 그것이다.

보를 설치한 것이 한강의 수질을 악화시킨 것이 아니라 개선시켰음을 증명하고자, 이 대통령은 ‘한강에 보를 설치하고 물이 깨끗해져 황복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이 현대건설 시절 공사한 일을 회상하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사라졌던 황복이 돌아왔는지는 모르겠으나 황복이 서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보와 댐을 건설하지 않는 것이다.

한강에는 하굿둑과 큰 보가 없기 때문에 황복이 돌아올 수 있었다. 이대통령은 한강에 보가 2개 있다고 했지만 이는 높이가 낮은 수중보이다. 이 때문에 물고기의 이동과 수질에 비교적 적은 영향을 미친다. 황복의 생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수긍하듯이, 황복의 서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천의 구조이다.

황복은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회유성 어류이다. 연안의 바다에서 서식하다가 산란을 위해 봄에 강으로 올라오고 4∼6월경 여울에 있는 자갈 등에 알을 낳는다. 만약 보를 만들고 물의 흐름을 차단하면 아무리 물이 깨끗해져도 황복은 강으로 돌아올 수 없으며, 산란할 수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6∼13미터의 대형 보를 만들어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황복은 돌아올 수 없다. 그나마 지금 한강에서 황복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신곡수중보가 불과 2.4미터 높이의 수중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에서 회유성 어종을 볼 수 없고 수질이 악화된 것도 알고 보면 모두 강과 바다를 가로막은 하굿둑이 중요한 원인이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의 수질 개선 기술의 우수성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시화호의 생태계가 좋아졌다’고 언급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왜 시화호의 생태계가 좋아졌다는 말을 언급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시화호는 방조제를 쌓아 수질이 오염된 대표적인 사례이고, 시화호를 살리고자 담수호를 포기하고 해수 유통을 실시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시화호의 생태계가 개선된 것은 맞지만 그 주요한 이유는 해수 유통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보를 만드는 4대강 정비 사업이 시화호를 죽인 방조제를 쌓는 것과 비슷한 사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일반의 의식 구조를 가진 사람이라면 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 시화호를 거론하면서 보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대통령은 거꾸로 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반쪽짜리 인식의 또 다른 대목은 홍수 대책에 대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홍수 대책과 관련해 강원도를 직접 방문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해마다 강원도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비효율적이고 임시방편적인 대책으로 피해가 되풀이돼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을 위해 빠른 시간 안에 대규모로 토목 사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홍수 대책의 실효성도 높이고 실질적으로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토목 건설 CEO로서의 경영 철학을 내비쳤다. 맞는 말인 듯 하다.

태풍과 집중 호우로 강원도를 비롯한 소하천과 지방 하천의 홍수 피해가 되풀이해서 발생하고 있다. 홍수로 인한 우리나라 전체 하천 피해액 중 국가 하천이 차지하는 비중은 3∼4퍼센트에 불과하며, 95퍼센트 이상은 지방 하천과 소하천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피해의 차이는 이미 4대강 등 국가 하천의 경우 97퍼센트 이상 하천 정비를 마쳤지만, 지방 하천은 84퍼센트, 소하천은 38퍼센트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질 오염도 본류가 문제가 아니라 지류와 도시 하천이 문제이다. 그런데, 강원도의 산간 계류와 지방 하천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하고 이를 이 대통령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데 왜 강원도가 아닌 이미 하천 정비가 마무리되고 홍수 피해도 거의 없는 4대강 정비 사업에 22조 원을 쏟아 붓는가? 반쪽짜리 인식이다.

대통령과 대화 중 제일 안타까웠던 대목은 “토목이 나쁜 일이냐?” “토목공학을 배우는 사람들은 나쁜 일을 배우는 것이냐?”며 항변하고 나름의 자긍심을 표현하는 대목이다. 이 대목은 우리나라의 수질 개선과 토목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서 보를 만드는 사업이 결코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특히, 이 대통령 자신이 토목·건설 회사 사장 출신으로 어느 누구보다 전문성이 있고, 자부심이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대통령이 토목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닌 일개 건설사 사장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자신감과 긍지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전문 분야에 인식이 머물러 있고, 그것이 구시대적인 것이라면 참으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토목이 나쁜 일이냐?”라는 항변과 대통령의 수질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보며 수많은 환경 관련 교수와 전문가들이 떠올랐다. 이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환경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 또한 문득 “그럼, 환경이 나쁜 일이냐?” “환경공학을 배우는 사람이 나쁜 일을 배우는 것이냐?”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특히, 보를 건설하고 준설하는 현재의 4대강 사업이 오히려 수질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대한하천학회’ 등에 소속된 환경 전문가들이 떠올랐다.

자신의 분야에 그토록 자신감과 긍지를 가지고 있는 토목 기술자라면 당연히 환경과 수질 분야에 대해서는 환경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 아닌가? 더욱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반쪽짜리 인식이다.

필자가 환경운동가인 이유로 “청계천 사업에 대해서 상인들이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환경단체가 제일 극렬하게 반대했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의 아전인수식 주장과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환경단체로 매도하는 것이라 심히 불쾌했다. 이 대목에서는 명예 훼손으로 이 대통령을 고발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환경단체의 기본적인 활동 방향은 복개된 하천을 복원하여 되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청계천 복원에 대해 반대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환경단체의 입장은 청계천 복원을 하되 현재와 같이 대리석으로 하천을 덧씌우는 조경 공사가 아니라 야생 동식물들이 살 수 있는 생태하천으로 복원하자고 주장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가 제일 극렬하게 반대했다고 말하는 것은 현재의 4대강을 반대하는 사람과 단체를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단체로 매도하기 위한 의도적인 주장에 다름 아니다.

영산강과 낙동강이 5~6급수로 오염돼서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낙동강과 영산강의 어느 지점이 어떻게 오염되었는지 근본 원인부터 따져보길 권한다. 특히 영산강의 하류와 담수호가 5~6급수로 오염된 가장 큰 이유는 오염된 생활하수와 하굿둑이다. 특히, 하굿둑의 건설이 하상 오염물의 퇴적과 수질오염의 주범이다. 만약 영산강 하굿둑을 터서 해수 유통을 하면 하상 오염물의 퇴적도 막을 수 있고 수질과 생태계도 일정 정도 회복할 수 있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다.

이번 <대통령과 대화>는 특히 4대강 관련된 부문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은 환경과 생태, 하천에 대한 반쪽짜리 인식, 50퍼센트 부족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자리였다. 대통령의 4대강에 대한 인식이 토목·건설 회사 CEO 수준이고, 외눈박이의 시선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 다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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