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에너지농사를 짓자

2009.09.20 | 재생에너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는 ‘번내 태양광발전주식회사’가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이 마을기금을 투자해 발전소를 세우고, 회사이름도 화순의 옛 지명을 따서 ‘번내’라고 지은 것이다. 주민들은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1㎾h당 677원에 파는데, 10년이면 투자금을 회수하고, 그 이후에는 고스란히 마을 수익이 된다.

이제 농촌에서는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전기도 생산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에너지 농사를 짓는 것이다. 햇빛과 풍력·바이오매스와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는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소규모이고, 지역에서 나는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에너지 생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환경오염도 없고,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 전 세계의 농촌마을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도 전북 부안 농업인들이 농사에서 쓰는 석유만이라도 직접 생산하기 위해 2005년부터 유채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는 바이오디젤유를 넣은 콤바인으로 유채를 수확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석유 고갈과 기후변화 시대를 준비해야만 한다. 때문에 농촌에서도 석유로부터의 독립을 준비하고, 농촌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농촌지역에는 도시와 달리 공간도 있고, 바이오매스 자원도 풍부하다.

정부는 최근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을 수립하면서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그렇다면, 사고방식을 전환해 재생 가능 에너지를 농촌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 인프라 시설로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재생 가능 에너지도 확대하고, 농촌도 살리는 방법 말이다. 마을회관 지붕 위에 태양광발전기나 태양열온수기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유가가 되면서 당장 심각해진 겨울철 농촌지역 난방 문제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해결할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자.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에너지 생산을 통해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에너지협동조합’이나 ‘에너지영농법인’을 활성화할 방법도 찾아보자. 이렇게 우리가 다 함께 지혜를 모으면 재생에너지 사업과 농촌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

2009/09/16 농민신문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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