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남북관계 복원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

2009.08.14 | 환경일반

광복 64주년 8.15에 즈음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특별성명
“남북관계 복원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광복64주년을 맞이한다. 통일된 독립국가의 수립이라는 근대적 과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분단과 대결의 64년 세월을 보내온 셈이니, 나라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온 몸을 내던져 산화해가신 애국선열들 앞에서 우리는 그저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뿐이다.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으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남북관계가 시작되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화해협력의 남북관계는 다시 대결과 불신으로 퇴보하고 있다. 민족문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역사의 퇴행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참담한 심경을 가눌 수 없다.

그러나 지난 8월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평양 방문과 북한의 여기자 석방으로 북미간의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국에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으로 남북 간의 긴 경색국면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진전이다. 특히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유모씨가 석방된 것은 인도적 견지에서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매우 잘된 일이다. 이 사건들로 일거에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남북 사이의 긴 경색은 물론 북한 핵실험 이후 고조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에 대한 평화적 타결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어렵게 이루어진 이 전환의 계기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군사적 긴장을 확대하는 추가적인 상황 악화조치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는 전면 참여를 선언한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와 관련하여 전면 참여선언을 철회하거나 혹은 최소한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에는 우리 정부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8월 17일부터 실시될 예정인 한미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은 북한을 자극하는 긴장조성 행위로 비추어질 소지가 있으므로 현재의 남북 경색상황을 고려하여 그 시기를 미루거나 유보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한미 당국이 공표한 ‘핵우산과 확장억지’는 북한에 대한 핵개발 포기 요구와 배치되는 정책인 만큼 우리 정부는 한반도비핵화 원칙에 입각하여 ‘핵우산’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를 화해협력의 관계로 정상화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조처의 하나는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에 대한 지지와 이행 의사를 명백하게 밝히는 일이다. 우리는 올해 광복절에 발표될 대통령 기념사에서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지지와 이행의 입장을 분명히 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또한 북한 핵실험 이후 민간차원의 대북교류와 인도적 지원 사업을 선별적으로 차단·통제해온 정부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민간교류를 옥죄면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국간 대화가 어려운 시기에도 남북관계의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온 민간교류에 대해 정부는 과감하고 전향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또한 정부는 민족화해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 중단조처를 해제하고 최단시일 내에 관광이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물론 북한도 중단된 개성관광을 재개하고 공단운영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적극적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이 이명박정부 시기 중에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에도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대북압박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우리는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를 주도할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의 정상화·화해협력관계로의 복귀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일소하는 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일제 패망 64년이 지났건만 일본은 아직도 독도에 대한 헛된 야심을 버리지 못하고 군국주의적 망발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을 고취하면서 우리에게 도발적 언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이 단합하여 자주권을 굳건히 지키며 통일국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64주년을 맞는 광복절을 참되게 경축하는 길은 명백하다. 그것은 대결과 경색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공영의 남북관계로 전환하여 평화와 통일의 대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촉구하고 또 촉구한다.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

2009년 8월 14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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