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성미산에 초/중/고등학교 이전하는 홍익학원의 도시계획시설 변경요구안
가결에 대한 녹색연합 성명
사람은 폐(肺)로 숨을 쉰다. 폐에서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교환이 이루어지고, 혈액은 산소를 몸 구석구석으로 갖다 나른다. 숲은 곧잘 폐에 비유된다. 산소가 폐에 있다가 몸 속 구석구석으로 이동하듯이, 지구의 모든 생명이 숨을 쉴 수 있는 산소 또한 숲에서 만들어져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의 숲은 지구의 폐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열섬효과 완화, 교육적 효과 등으로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역행하며 기존의 생태적 가치가 높은 도시 숲을 파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9월 2일, 마포구 성산1동에 있는 성미산에 초/중/고등학교를 이전하려는 홍익학원의 계획을 승인해 준 것이다.
표고 66m의 성미산은 마포구 유일의 자연산이자 북한산 비봉에서 내려온 지맥(地脈)이 이어진 백두대간이 한강에서 끝맺음하기 전에 닿은 줄기다. 현재는 지역주민들의 훌륭한 휴식공간이자 생태교육공간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미산은 생태적 가치가 커서 보전 필요성이 높다. 2001년 생태보전시민모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미산 지역 대부분이 서울시가 구분한 비오톱(생명체들의 서식공간, biotop) 등급 중 “대상지 전체지역에 대하여 자연보호가치가 있는” 1등급에 해당된다. 뿐만 아니라 동 연구에서 성미산에 서울시가 지정․고시한 보호종 가운데 오색딱다구리를 비롯해 박새, 꾀꼬리, 족제비 등 4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등학교 이전 공사가 시작되고, 건물이 들어서면 성미산의 뛰어난 생태환경이 침해될 것은 눈에 보듯 뻔하다.
홍익학원의 학교 이전을 승인한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과도 어긋난다. 숲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성미산에 온전히 나무를 심는다면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경우, 83톤(편백)에서 124톤(낙엽송)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공간에 건물을 지을 경우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만 늘어날 뿐이다.
성미산은 가뜩이나 녹지가 부족한 마포구, 서울에서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생태공간으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에 따라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숲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성미산의 보전가치는 향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숲은 지역 주민, 나아가 지구 대기 전체에 산소를 공급하는 폐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숲을 파괴하며 건물을 짓는 것은 마포구 지역주민들에게 상징적인 폐암 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성미산대책위를 중심으로 한 성미산 마을 주민들은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지역 주민과 홍익학원 사이에서 중재를 하겠다는 약속을 불이행한 서울시장과 서울시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기습적으로 도시계획위원회에 안건을 상정/심의한 경위에 대해 해명하고 주민들과의 면담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성미산에 홍익학원의 학교 이전을 승인한 이번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서울시가 성미산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성미산 전체를 생태공원으로 지정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녹색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