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멧돼지가 민가로 자주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고 인명피해도 일어나고 있어 우려가 많다. 천적이 줄어든 상황에서 도로나 도시 확장으로 생태계가 단절되다보니 먹이를 찾거나 이동경로를 찾아 민가에까지 출몰하게 되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멧돼지와의 전쟁까지 선포하고 올해 2만 마리의 멧돼지를 사로잡겠다고 했다.
환경부는 전국적으로 27만 마리의 멧돼지가 서식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개체수를 조절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멧돼지의 적정 서식밀도인 1㎢당 1.1마리를 넘어 4.1마리가 서식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멧돼지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포획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하여 올해 승인된 19개 수렵장에서 멧돼지 추정개체수의 50%인 2만마리를 포획할 수 있도록 포획마리수를 대폭 늘린 것이다.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정책적 접근과 대안 마련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피해가 늘어났고 개체수가 증가했으므로 ‘잡으면 해결된다’는 논리는 너무나 간편하다. 멧돼지 개체수 조절의 필요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멧돼지 개체수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와 멧돼지의 서식지 관리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멧돼지가 서식하는 곳이 도로와 도시의 확장으로 단절되면서 서식지가 파편화 됐기 때문이다. 멧돼지가 주로 생활하는 산이 키가 작은 식물들로 빽빽해 지면서 멧돼지의 먹이 활동이 불편해 상대적으로 먹이활동이 쉬운 민가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멧돼지 고라니와 같은 야생동물의 빈번한 출현과 농작물 피해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랫동안 정부부처에서는 다양한 멧돼지 퇴치 방법과 관리 방안을 연구해왔다. 이런 대안마련의 흐름들이 있었음에도 개체수 조절, 즉 사냥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환경부의 주장은 언뜻 봐도 너무 쉽고 간편해 보인다. 게다가 멧돼지의 빈번한 출현이 예상되는 곳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여 올무를 놓을 수 있게 하는 정책 또한 우려스럽다. 올무는 야생동물을 가려 잡지 않는다. 이로 인해 복원하겠다며 공을 들인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이 피해를 입을 수 도 있다. ‘수가 많고 피해가 늘어났으니 잡아야 한다’는 간단한 논리에 사라지는 것은 멧돼지 만이 아니다.
환경부가 ‘멧돼지와의 전쟁’을 선포 하면서 언론도 멧돼지에 대한 뉴스를 연일 보도 하고 있다. 그러나 멧돼지 개체수 증가의 원인과 현재 포획정책에 대한 우려는 잠깐의 언급 뿐, 뉴스의 주된 내용은 엽사들이 총을 들고 멧돼지를 사냥하는 자극적인 장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방송을 앞두고 있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프로그램이 환경단체와 네티즌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생태구조단 헌터스’라는 프로그램의 명칭에서부터 캐스팅된 배우들의 멧돼지를 잡느라 생겨난 무용담이 언론을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야생동물이 예능프로그램의 아이템이 되어 희화화되거나 사람들의 자극적인 볼거리로 시청자들에게 비춰지고 ‘피해를 주면 죽여도 된다’는 생명경시풍조가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멧돼지뿐 아니라 야생동물이 살아가고 있는 서식환경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정책적으로 이루어지고 야생동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녹 색 연 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