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누구를 위한 자연공원법 개정인가

2014.02.21 | 환경일반

녹색연합(GreenKorea)

<136-821>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19길 15(성북동) 전화) 02-747-8500 전송) 02-766-4180 담당) 자연생태국 정규석
성명서

누구를 위한 자연공원법 개정인가

– 백두대간 자연공원 내 풍력발전 개발사업 절대 불가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정문헌 의원, 염동열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자연공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월20일(목) 심의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은 정문헌 의원이 2012년11월, 염동열 의원이 2013년11월에 발의한 것이다. 법률안들의 기본 취지는 동일하다. 자연공원법을 개정해서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 그것도 국립공원, 도립공원 지역에다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육상풍력의 경우 바람의 세기 등으로 그나마 상대적 실효성이 보장되는 지역은 백두대간 지역뿐이다. 현재 백두대간 지역에는 국립공원 7개소, 도립공원 2개소가 위치하고 있다.

두 개정법률안의 차이는 정문헌 의원 안이 풍력단지 규모를 6메가와트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 것 말고는 없다. 하지만 현재 기술력으로는 풍력발전터빈 최대용량이 해상풍력 6메가와트, 육상풍력 3메가와트로 사실상 의미 없는 규정이다. 따라서 이번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의될 두 개의 ‘자연공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실제로는 하나인 셈이다.

 

풍력발전시설 건설로 추가 자연훼손은 당연

풍력발전을 위해서는 평균 6m/s 이상의 바람이 필요하다. 따라서 육상풍력은 백두대간 능선부나 그에 상응하는 표고가 높은 산지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로 인한 산지개발은 불가피하다. 개정법률안은 ‘휴게소, 농지 또는 초지 등으로 이미 활용되고 있어 추가로 자연훼손을 유발하지 아니하는 지역’(염동열 의원 발의안)으로 설치 지역을 명시하고 있지만, 2메가와트 풍력발전터빈의 경우 날개의 지름만 70~80m에 이른다. 규모를 작게 해 10기만 들어선다고 가정하고, 다른 부대시설은 계산하지 않더라도 다닥다닥 붙여서 건설하면 직선거리 1km다. 바람을 맞아 돌아가는 풍력발전의 특성을 무시하고 3열종대로 세운다 해도 300m 공간은 필요하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아닌 이상 국립공원, 도립공원의 어느 휴게소가 이런 규모로 지어져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기술적으로 풍력발전기 사이 최소 이격거리는 400m다. 또 풍력발전은 하늘에서 뚝 떨어져 저 혼자 운용되는 것이 아니다. 초기 건설과 관리를 위한 도로는 필수고, 송전시설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추가로 자연훼손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황당할 노릇이다. 더군다나 자연공원법으로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고 있는 자연공원 지역이라니 더더욱 답답하다.

 

유산으로 물려줘야할 자연생태계 교란행위

풍력발전단지 건설로 인해 만들어지는 진입도로, 작업로는 산지 임면부 단절을 당연히 수반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환경영향평가서가 검토된 풍력발전 사업 총 20개를 기준으로 삼으면 20기 규모의 풍력발전기 설치에 최소 5km 정도의 도로개설이 필요하다. 이는 독립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공사 규모에 가깝다. 도로폭도 6m~15m고 곡선구간은 40m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개정법률안이 특정하는 지역은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고 관리하고 있는 자연공원 지역이다. 식생훼손, 서식지단절, 식물군락변화, 외래식물 침입, 멸종위기종 등 법적 보호종 서식처 교란과 파괴, 경관자원 훼손과 차폐, 저주파에 의한 소음피해 등 일일이 열거하기 숨이 차다. 거기다가 조류충돌은 당연한 상수다. 백두대간의 국립공원, 도립공원에 사는 새들은 우리가 예사로 만날 수 있는 새들이 결코 아니다.

 

국제적으로도 유사사례 찾을 수 없는 편의적 발상

탈핵을 정책 기조로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가 독일이다. 독일은 육상풍력발전시설의 입지 가이드라인에서 주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을 거리(범위) 단위로 설정해 명시하고 있다.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는 300m, 조류산란지역은 1,000m,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5,000m, 자연보호구역과 국립공원은 구역전체를 부정적 영향 예산범위로 산정해 입지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풍속 5.5m/s 미만, 표고 1,000m이상, 최대경사각 20도 이상 지역을 기본 불가지역으로 규정하고 자연환경과 경관 등을 주요 평가요인으로 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법률안은 버젓이 백두대간의 자연공원 내 풍력발전시설을 건설하자는 내용으로 국제적으로도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없다. 또 자연공원법 제23조 2항은 에너지 공급시설 등은 생태축 및 생태통로를 단절하여 통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동일 법률 내 충돌을 초래한다. 개정법률안 자체가 면밀한 검토 없이 지극히 풍력발전시설 건설만을 위한 편의적 발상인 것이다.

 

산지재해위험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제공

고산지대에 건설하는 풍력발전시설은 절토, 성토에 따른 지형변화를 야기한다. 그에 따라 토사유출과 사면 붕괴 위험도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사면 불안정성으로 인한 산사태 위험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재해위험 증가의 촉매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시간당 50~100mm로 쏟아지는 폭우는 한반도에서 가장 안정적인 숲인 백두대간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두대간 산지의 비탈면은 크고 작은 산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설악산, 덕유산 할 것 없이 전방위적이다. 특히 90년대 중후반에 만들어진 송전탑, 임도 등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산지에 건설된 군사시설이 산사태로 이어지는 사례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대규모 풍력발전시설이 능선부나 표고가 높은 산지에 들어선다면 산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원고갈과 자연훼손을 전제한다면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정책적으로도 뒷받침되어야하며 그에 관해선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자연훼손을 수반하는 무리한 풍력단지개발은 본말이 전도된 논리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제도의 희생양이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할 유산인 백두대간이고 그것도 백두대간 내 국가지정 자연공원이라면 더더욱 용납할 수 없다. 정문헌 의원과 염동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연공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무조건 폐기되어야 한다.

 

2014년 2월 19일

녹색연합

문의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정규석(010-3406-2320/ nest@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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