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생물다양성의날 관련 CBD한국시민네크워크

2014.05.22 | 환경일반

CBD한국시민네트워크

 
생물다양성의날(522) 관련 CBD한국시민네트워크의 성명

 

– 국제사회와의 약속이행과 생물다양성 증진은 CBD COP12 의장국의 당연한 의무

– 2014년 국제사회 시험대에 오른 한국정부의 위상

 

5월22일은 UN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특히 올해 생물다양성의 날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생물다양성협약 제12차 당사국총회(이하 CBD COP12)가 9월29일부터 10월17일까지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CBD COP12는 국제기구와 193개 당사국 정부대표단,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 약 2만 여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회의다. 4년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약 2주간 80여 개국, 약 3천여명이 참가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 규모와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은 말 그대로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지구에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전제 조건이다. 서로 간 강한 연결 구조를 지닌 각각의 생물종들은 필연적으로 생물다양성 저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니 그보다는 생존 자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인류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 중대 사안을 다루는 국제회의 의장국이 대한민국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CBD COP12의 성공적 개최와 한반도 생물다양성 진작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과 대책들을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CBD한국시민네트워크는 우리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3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NBSAP)안을 구체적 실천목표로 설정하라.

3차 전략안은 2차 안에 비해 개선된 부분이 있으나 정부가 밝힌 ‘국제사회가 추진할 생물다양성 글로벌 목표(아이치목표)와 국가목표의 연계 강화’와는 여전히 차이가 많다. 이는 정부가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사안을 바라보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생물다양성 글로벌 목표(아이치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선 여타 부처를 선도하고 강제할 목표설정이 이뤄져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다. 한마디로 전략안은 실천목표가 아닌 기반조성, 목표산출 등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그리고 생물다양성 확보는 인류 안전과 직결되는 기본사안으로써 경제 활성화, 경제발전은 국민 안전이 바로선 다음에 도모해야 할 과제다. 따라서 전략안은 국제사회가 합의한 아이치목표를 이행할 수 있는 실천방안을 충실히 담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시 한 번 3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NBSAP)안의 부족한 부분은 개선되고 수정돼야 할 것이다. 기본을 무시했을 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행해 질 수 있는지는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고 있다.

 

2. 나고야 의정서의 신속한 비준을 촉구한다.

나고야 의정서의 주요 내용은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할 국가는 해당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의 절차에 따라 사전 승인(Prior Informed Consent)을 받은 후 접근’, ‘생물유전자원의 이용으로 발생한 이익에 대해 상호 합의한 계약조건(Mutually Agreed Terms)에 따라 제공국과 이익 공유’, ‘체약국은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 절차에 관한 국내규정 마련’, ‘의정서 이행여부 점검을 위한 국제인증시스템 및 점검기관 설치’ 등이다. 나고야 의정서 비준은 2010년 일본나고야에서 개최된 CBD COP10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내용이다. 의장국으로써 한국 정부는 그 조속한 발효를 위해 마땅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1년 9월 나고야 의정서에 서명하고도 지금까지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조차 못하고 있다. 이번 CBD COP12가 나고야의정서 당사국 회의가 되기 위해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욱이 우리가 비준하지 않더라도 50개국 이상이 비준해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된다면, CBD 회원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자동적으로 효력발생 대상국이 된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비준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3. 생물다양성의 보고 DMZ를 개망초 무성한 근린공원으로 만들지 말라.

정부는 CBD COP12 개최를 통해 ‘DMZ를 통한 한반도 환경공동체 기반 마련’을 대표적인 기대효과로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DMZ세계평화공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이야기하는 DMZ세계평화공원은 환경공동체를 표방한다기보다 DMZ라는 상징성을 부여한 1㎢짜리 시설공원에 지나지 않는다. DMZ일원에는 70여종의 법정 보호종을 포함해 총 2700여종의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반도 최고의 생물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는 곳이 DMZ이다. 그런데 통일부에 꾸려진 ‘DMZ세계평화공원기획단’ 등 DMZ를 향한 현 정부의 정책기조는 DMZ의 생물다양성을 단지 수사로만 치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준비하고, 수행하고 있는 모든 DMZ 정책방향을 생물다양성 보전과 증진으로 설정해야만 한다. CBD 의장국으로서 생물다양성에 기초한 일관된 정책방향은 당연한 의무다. DMZ는 남·북이 공유해야 할 위대한 자연자산이며 동시에 한반도의 미래세대에 마땅히 물려주어야 할 유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4. 5일짜리 스키경기 위해 500년 보호림 밀어버리는 정부가 CBD COP12 의장국일 순 없다.

아이치목표6에 근거하면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육상면적을 현행 10.3%에서 17%까지 확대해야 한다. 남한 국토가 10만㎢라고 하니 1만7천㎢를 보호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세운 목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 보호구역별로 총 1만3천㎢를 확대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물론 이 또한 중복 지정을 개별로 계산했고, 국민 1인당 공원면적을 늘이겠다면서 구체 계획은 전무한 실정이다. 결국 정부가 내세운 부족한 목표치마저도 정확성, 실효성,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다. 거기에 더해 CBD COP12를 개최한다면서 500년 보호림을 5일짜리 스키경기와 맞바꾸려 하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국가가 나서 보호해왔고 현재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가리왕산이 그곳이다. 가리왕산 말고는 대안이 없다면 동계올림픽을 치루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국제스키연맹 규정상 꼭 가리왕산이 아니어도 된다는데 기어코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해제해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 군락을 밀겠다고 말한다. CBD COP12 의장국으로써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같은 대한민국 그것도 같은 생물다양성 총회 장소 강원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보호지역 확대는 둘째 치고, 제발 현재 있는 보호구역만이라도 제대로 보호하고 관리해주기를 정부에 진심으로 충언한다.

 

5. 가로림만 조력발전소와 영주댐 건설 계획을 지금 당장 철회하라.

정부의 제1,2차 습지보전기본계획에 의하면 한국의 습지는 2012년 기준 762,650ha에서 약 43% 감소한 435,216.5ha다. 57%에 달하는 141,900ha의 연안습지 매립이 예정되어 있어 지속적인 감소가 예상된다. 아이치 목표5는 ‘적어도 2020년까지 모든 자연 서식지의 상실비율이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야 하며, 실현 가능한 곳은 0에 이르도록’ 요구하고 있다. 습지는 생물다양성을 위해 꼭 지켜내야 할 곳이라는 것엔 이견을 달 수 없다. 따라서 습지의 소실 방지책과 4대강사업 등을 통해 훼손된 습지생태계의 복원 계획 등을 아이치목표와 연계해 보완, 수립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의 습지들은 각종 개발사업으로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때마다 기념하는 습지의날, 세계철새의날 행사는 습지 없는 습지, 철새 없는 철새로 치러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CBD COP12 의장국 지위에 맞게 누구 말마따나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꾀해야 한다. 실효성 없이 발전사업자의 상업적 이익만을 우선시한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을 철회해야 한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내성천의 영주댐 건설 사업을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 가로림만은 물범서식지로, 내성천은 흰목물떼새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국제사회에도 알려진 지역이다. 물론 물범과 흰목물떼새는 멸종위기종이다.

 

6.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불법어업 국가 낙인을 쇄신하라.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보호구역(MPA) 면적은 전체 국가 관할 수역(통상 배타적 경제수역)의 0.14~1%에 불과하다. 2020년까지 관할 수역의 10% 지정을 권고하고 있는 아이치 목표 11에 비추어보나, 다른 선진국의 해양보호구역 지정 평균인 5.3%(2013년 UN 새천년 목표)와 비교해도 한참 뒤져있다. 따라서 생태계 기반의 해양 관리를 위해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UN 총회에서 우리나라 관할 바깥의 수역인 공해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협정을 반대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원양업계의 불법어업을 방치하여 불법어업 국가로 지정되는 등 아이치 목표 6과 관련된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한국 CBD 시민 네트워크는 이와 관련해 불법어업을 막기 위한 근본적 정책 개혁을 촉구한다.

 

CBD한국시민네트워크가 요구하는 이상의 사안들은 한국의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충분조건이 결코 될 수 없다. 단지 CBD COP12 의장국으로써 당연히 지쳐야 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위와 같은 한국의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정부 차원의 결의와 결정들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CBD COP12의 성공적 개최는 장담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의장국인 한국정부의 위상이 이번 기회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을 우리 정부는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2014년 5월 22일

CBD한국시민네트워크

 

문의 CBD한국시민네트워크 대표간사 정규석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010-3406-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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