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장관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꼭 묻고 싶다. 어쩌다 산과 강의 주인이 ‘불도저’가 되도록 방치했느냐고 말이다. 사실 지금 환경부 장관은 4대강에 불도저를 적극 유치한 사람에 속한다. 건설 현장에 있어야 할 불도저가 강 한가운데를 자리잡고 강바닥을 긁어내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수중보를 설치하면 유량이 많아지고 유속이 빨라져, 수질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도 아니고 ‘환경부’ 수장의 주장이다. 4대강 마스터플랜은 강바닥의 모래 5.7억㎥가량을 파낼 계획이다. 수량 확보를 위해 16개의 수중보도 설치한다. 수량 확보를 위해 물을 가두는 것이 보의 역할인데 어떻게 유속이 빨라지는 것일까. 더구나 영남 인구 1000만명의 식수인 낙동강에만 8개의 보가 설치되고, 4.4억㎥의 모래를 파낸다. 대운하 핵심구역인 낙동강에 4대강 전체 준설량의 약 77%가 집중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보를 설치하면 유속이 더뎌지고 조류가 생성돼 오히려 강물이 오염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수중보는 강의 상류와 하류의 물 흐름을 단절시켜 낙동강은 결국 9개의 거대한 인공어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4대강 살리기’는 강바닥을 포클레인으로 파내고, 콘크리트 보를 설치하고, 강변과 강둑을 콘크리트로 덮는 일이다. 온통 인공적인 토목공사에 단지 강변도로를 따라 자전거가 달릴 뿐이다.
지난해부터 우리는 세상에 ‘두 가지’ 녹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명’이 깃든 녹색과 ‘탐욕’을 추구하는 녹색이다.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엄청나게 긁어내면 물고기 서식지를 비롯해 하천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진다는 것을 환경부 장관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마땅히 ‘생명’의 녹색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할 환경부 장관이 대규모 환경파괴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4대강 살리기 본 사업비는 당초 13조9000억원에서 22조2000억원으로 증액되었다. 4대강에 설치할 보도 4개에서 16개로 늘었고, 준설규모도 늘어났다. 정부는 이렇게 어마어마한 국책사업을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모든 절차를 단 몇 개월 만에 마치고 오는 10월 첫 삽을 뜬다고 한다. 사업계획에 맞추어 법과 절차도 없이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 뻔하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지난해부터 상수원보호지역 규제 완화,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자연공원법 개악 등 규제 완화를 통한 환경부의 개발부서 편들기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환경부가 지켜야 할 ‘환경’이 남아나지 않을 지경이다. 이만의 장관께서는 제발 ‘환경부’가 무슨 일을 하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내주는 것인지 생각하시길 부탁드린다.
9일부터 환경단체들은 조계사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환경부도 환경단체도 다같이 ‘환경’을 지키는 일을 하는데, 환경단체는 “삽질을 멈추라”고 농성하고 환경부 장관은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대화의 장을 한번 열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왕이면 이 정부의 ‘소통’의 상징이 된 서울시청 광장에서 하자. 환경부 장관과 환경단체가 ‘4대강 살리기’를 두고 ‘끝장 토론’을 벌일 것을 제안 드린다.
<이유진|녹색연합 기후에너지 국장>
2009년 6월 17일 경향신문 ‘생태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