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8일, 기상청은 전국에 5개의 기상 특보를 내렸다. 경기와 강원에 최대 300㎜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남부지방과 제주 북부는 34도를 넘는 무더위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비는 마치 전국을 돌며 숨바꼭질하듯이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집중호우를 뿌린다. 기상변화가 심상치 않고, 이재민들의 한숨도 깊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별 의무감축량도 새롭게 할당한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 차이가 확연하지만 더 이상 기후변화 대응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녹색’을 외치는 한국 정부는 아직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최근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금년 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전부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란 무엇인가. 전 국민이 에너지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산업·교통·물류·건축을 비롯해 우리사회의 체질을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단지 수치상의 목표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목표치를 정해야 한다. 그래야 감축 목표가 생활 속으로 파고들 수 있다.
영국 정부는 3년여 간의 논의를 거쳐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80%를 줄인다는 ‘기후변화법’을 통과시켰다. 최근 영국은 2016년부터 모든 신규주택은 ‘탄소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고, 런던시는 시내에 차를 몰고 오는 것만으로 2만원에 가까운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평균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6% 감축해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팀 마이너스 6%’ 캠페인을 펼치는데 시민이 ‘팀’을 만들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심지어 프로야구팀도 야간경기 시간을 줄여 조명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 공수 교대도 2분15초 이내에 하고, 투수들도 주자가 없으면 빨리 공을 던진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야구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린칼라 이코노미>의 저자 반 존스는 기후변화 위기에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과 최대한 많은 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노아’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아와 같은 지도자는 ‘생존’을 위해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목표치를 제시하고, 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구체적인 감축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노아’도 없고, ‘방주’도 없이 기후변화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정부는 ‘기후변화’ 위기마저 ‘성장 동력’으로만 바라본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은 ‘원자력’의 몫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감내해야 할 몫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공론화 작업이 시급하다. 한가로이 4대강 삽질이나 미디어법, 감세 논쟁에 아까운 예산과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국장>
7월 22일(수) 경향신문 생태칼럼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