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4년 프로야구 우승보다 더욱 기대되는 ‘이것’

2024.04.10 | 폐기물/플라스틱

10년 만에 다시 찾은 야구장

3월 23일 프로야구가 개막했습니다. 개막일로부터 일주일이 조금 지난 3월 31일, 벌써 57만 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국민스포츠라는 타이틀이 괜히 붙는 게 아닙니다. 

제가 가진 야구장의 추억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1년 전입니다. 야구팬인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야구장에 갔습니다. 산뜻한 봄 날씨, 경기 전부터 북적이는 사람들, 손에 들린 맛있는 먹거리, 빠질 수 없는 맥주 한 컵. 이 모든 게 야구팬이 아닌 저까지도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날 경기에서 제 친구가 응원하는 구단이 졌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터덜터덜 걸어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야구의 매력이 무엇일까 생각하던 중 문득 출입구 한 켠에 산처럼 쌓여있는 쓰레기를 보았습니다. 

이 광경을 보았을 때 놀란 것도 잠시 뿐 누군가가 치우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이후 친구의 바람과는 달리 저는 야구팬이 되지 않았고, 야구를 보러가지도 않았지만 매년 같은 내용으로 보도되는 그 뉴스만큼은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바로 ‘야구장 쓰레기’였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왜 쓰레기를 제대로 안버리지?’라는 기막힘과 답답함에 고개를 내젓곤 했습니다. 2013년 그 날 저 또한 쓰레기를 대충 쓰레기 더미 위에 올려둔 채로 집에 돌아갔음에도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녹색연합의 활동가가 되어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다시 야구장에 가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야구장 쓰레기,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해 서울, 인천, 광주, 부산 등 전국에 있는 프로야구장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기대에 가득찬 사람들의 표정, 양 손 가득 들고가는 먹을 거리와 마실 거리. 야구장에 처음 갔던 10년 전 풍경과 크게 다를 건 없었습니다. 근데 제가 달라져서였을까요? 그때는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습니다.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것은 비단 맛있는 음식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단 3시간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쓰이는 일회용품이 너무 많았습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면 아예 음식을 사먹으면 안될 정도였습니다. 

야구장에서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란걸 알았습니다.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재질별 분리배출함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재활용품’이라는 팻말이 붙은 쓰레기통에 플라스틱, 캔, 페트병 등을 같이 버려야하는 곳도 있었고, 쓰레기통에 배출 품목을 아예 표시하지 않아 모든 쓰레기들이 섞여서 버려질 수밖에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관람객들이 쓰레기를 분리해서 잘 버리고 싶어도 그럴수가 없는 체계인 것입니다. 

활동가가 되기 전 야구장의 쓰레기 문제를 다루는 기사들을 보며 짧은 한숨을 쉬었던 저는 그저 문제의 단편만 본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 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관람객의 노력과 청소노동자의 노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구조가 바뀌지 않으니 쓰레기 문제도 바뀌지 않았던 것입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사회로 바꾸자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듯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구조’를 바꾸려는 구단이 있습니다. 바로 두산베어스, LG트윈스 그리고 kt 위즈입니다. 이 세 구단이 홈구장으로 쓰는 잠실야구장과 수원KT위즈파크의 일부 식음료 매장에서는 일회용기가 아닌 다회용기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데요. 2023년 한 해 동안 일회용기 172,394개를 줄였다고 합니다.

아직 일부 매장이지만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이렇게 분명한데, 참여 매장이 더욱 많아진다면 얼마나 더 많은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을까요? 저처럼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024년 프로야구의 변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녹색연합이 지난해부터 전국 모든 야구장 내 다회용기 서비스 도입과 확대를 꾸준히 외쳐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녹색연합에서 활동하면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제도와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게끔 우리 사회의 구조가 바뀌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이 활동가의 역할임을 배운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제 목소리에 시민의 힘이 실려있다는 점입니다. 40년 동안 이어져 온 야구장 쓰레기 문제 또한 변화를 요구하는 여러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쓰레기 배출량 1위 스포츠시설에서 쓰레기 없는 야구장으로,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할 때입니다!

* 쓰레기 없는 야구장을 만드는 활동에 동참하기 bit.ly/green_baseball 

글. 진예원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이 글은 빅이슈 코리아에 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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