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직접 현장을 보면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집니다.”- 플라스틱파헤치기 현장속으로

2024.10.30 | 생활환경, 폐기물/플라스틱

플라스틱이 문제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몸 안에 축적된다는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 배달을 시키면 함께 구매하게 되는 포장재 플라스틱, 외출해서 테이크아웃하는 일회용 커피 플라스틱 컵과 빨대, 이따금 바다 생물에게 감겨있는 비닐류까지 우리가 처음 듣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버린 후의 처리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과연 플라스틱이 모이면 어디로 갈까? 시민들은 분리수거해서 잘 버리고 있는데, 플라스틱은 잘 처리되고 있는 걸까. 플라스틱이 재활용된다고 하던데 어떻게 재탄생하는 걸까? 이렇게 궁금증이 커질 때쯤 녹색연합에서 기획한 <플라스틱 파헤치기-현장 속으로> 프로그램을 SNS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1회의 온라인 강의와 2회의 현장조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온라인 강의에서는 플라스틱 생산 기업의 관계자분이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생산기업 또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 생산현장은 어떠한지 시민들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궁금한 부분들에 질문도 드리고, 답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달 부산에서 개최될 국제 플라스틱협약에서 주요 논의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생산’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처럼 폐기물 문제는 공급망의 최종 단계의 일이 아니라,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이 연결되어 있고, 영역 간의 의견 공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수록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각도 다채로워진다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번 녹색연합의 온라인 강의는 석유화학 기업의 강의로 시민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분야에 대한 이해도 제고를 위한 교육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른 날 함께 만나 서울에 위치한 한 선별시설도 방문했습니다. 그 시설에서는 그 지역의 청소행정과 담당 공무원분이 친절히 안내해 주셨습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은 시민들을 위해 체험의 시간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시설을 실제로 보니 우리가 분리수거를 한다고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별시설에는 잔재물이 많이 섞여 있었습니다. 페트병은 따로 분리가 되어서 들어오다 보니 별도의 시설라인을 타고 압축되며 재활용시설로 옮겨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재활용품들은 큰 비닐봉지에 한데 묶여 들어올 경우, 결국 파봉 과정을 거쳐 시설의 자력 및 비중선별 공정을 통해 고철은 고철대로, 가벼운 것들은 가벼운 것들대로 날아가며 구분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시설의 노후화 때문인지, 아무래도 선별 효율이 높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시민이 배출 단계에서 분리배출을 하는 데는 사실 한계가 있습니다. 철두철미하게 잘하는 시민이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분리배출의 효율성 오차를 줄여주는 것이 선별시설일 텐데, 시설의 노후화는 고스란히 직원분들의 수고로움으로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선별공정을 통해 분리되지 못한 채 이것저것 섞인 재활용품들은 소각시설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작업자들에 의해 일일이 손으로 직접 선별(수선별)됩니다.

우리가 모은 투명페트병과 공정 최종 단계에서 작업자가 수선별한 건전지와 캔류
강북재활용품선별시설 방문 현장

또 다른 날, 우리들은 작은 미니버스를 타고 경기도에 위치한 한 PET 재활용 시설에 갔습니다. 여기는 공장이 두 개 있었습니다. 한 공장은 선별시설에서 보내진 폐페트를 받아 파쇄하여 아주 작은 조각(이하 플레이크)들로 만듭니다. 이렇게 물리적 재생 공정을 통해 생산된 플레이크는 옷이나 자동차 충진재로 재활용된다고 합니다. 또 다른 공장은 선별시설에서 보내진 폐페트를 화학적 재생 공정을 통해 하얀 알갱이 칩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 알갱이 칩은 식품용기 페트병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보틀 투 보틀’이 가능한 공정입니다. 실제로 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만드는 과정은 쉬워 보이지만 다시 만드는 재활용제품이 ‘식품용기’라 생각하면 실제 현장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방문한 공장은 식품공장처럼 정말 깨끗했습니다. 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기 위해 글로벌 펀드를 이용해 시설을 구축하였지만 적자 운영 상태라고 합니다. 결국 다음 달엔 스웨덴 글로벌 회사로 인수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잘 지어진 시설이 스웨덴 글로벌 회사로 인수된다니 왠지 좀 아깝기도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계방향으로 플라스틱 플레이크, 플라스틱 칩, 재활용된 섬유, 재활용된 페트병
플라스틱 재생원료 생산 공장 방문 현장

​플라스틱을 버린 후, 그 플라스틱이 어떻게 재활용되고 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잘 배웠습니다!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서 늘 관심을 가지고, 소비자로서 현명한 판단을 하며 소비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직접 보고 나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내 눈앞에서 치웠다고 끝난 게 아니구나!라는 환경적 죄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앞으로 제공되는 녹색연합의 교육 기회들을 잘 활용해 보시길 바랄게요. 환경적 죄책감이라니… 이거 프로그램 추천하는 거 맞나요? 네 추천하는 거랍니다. 직접 보면 정말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답니다.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환경을 위해서도 결국 좋은 일이죠.

글: 김혜영. 자원순환 분야 연구자
사진: 김혜영,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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