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이라크전 반대와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 반대, 한반도 전쟁위협 규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문

2003.02.12 | 군기지

이라크전 반대와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 반대, 한반도 전쟁위협 규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문

아프가니스탄 침공이후 이라크를 미국의 안보 위협으로 주장해온 미국은 이제 전쟁 도발을 위한 거의 모든 준비를 끝내고 침공의 시기를 몇 주내로 좁히고 있다. 범세계적인 반전여론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주요 동맹국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은 국제사회의 합의없는 단독 침공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밀어부치기의 결과로 현재 임박한 미국의 제2차 이라크 침공은 최소한의 근거나 명분, 설득력을 결여한, 우리가 알고 있는 한 가장 반인륜적인 전쟁 도발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전쟁의 명분을 주장해온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설이나 테러 지원설이 아직도 증명되지 않았고 최근 화학무기 공장이라고 미국이 제기한 이라크 시설이 폐허의 콘크리트 건물이라는 점이 밝혀지는 등 억지 증거와 언론을 호도하는 술수만 난무하고 있다. 뚜렷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 부시 행정부는 이제 아예 이라크에 대해서 핵무기 사용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비극적인 것은 이러한 일방적 시도가 민주국가라면 당연히 갖추어야할 그 어떠한 윤리적 성찰도 없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전쟁으로 야기될 민간인들의 사상 문제, 국제법상 불법무기인 핵무기 사용의 정당성 문제, 핵무기 사용으로 야기될 무차별 살상문제, 전쟁후 미국 기업의 석유자원 독식의 정당성 문제 등 민주사회가 마땅히 다져야할 인도주의적, 윤리적 문제가 내팽겨쳐져 있다.

나아가 이보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지구촌 다수의 민주국가들이나 심지어 미국의 동맹국조차 이러한 반민주적인 미국의 패권정치를 비판하거나 교정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같은 극소수의 국가와 정치인들을 제외하고는 아예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일방주의 앞에 대다수의 이른바 민주국가가 보여준 태도는 무기력과 자포자기에 가까웠다. 합의와 협력을 기반으로 해야할 지구촌에 이보다 더 암울하고 퇴보적인 비극이 있을 수 있는가.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는 한반도에서도 자행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북한에 대한 중유제공 중단에 이어 자국의 대북 식량지원마저 일체 중단시킨 미국은 최근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한국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한반도 주변에 전력을 증강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이러한 일방적 군사주의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지원조차 외면한 채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전쟁 도발은 몇몇 국가의 조야한 무기개발보다 훨씬 더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군사패권주의는 전쟁과 학살의 광기 속에서 어렵게 움튼 20세기 민주주의의 성과와 합의-협력에 기초한 국제정치의 싹들을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라크전으로 시작될 새로운 종류의 강권의 시대를 더 늦기 전에 저지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희망의 징표, 국제반전운동

최근 전국 각지의 시민, 사회단체들이 모여서 성찰한 한국사회포럼에서도 확인되었듯 지난해 시작되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촛불시위는 이러한 반전운동의 일환이며 우리 사회 민주주의 의식과 양심의 보루이다. 미군 주둔의 현실과 함께 싹트고 있는 미 군사패권주의에 대한 인식은 이제 이 패권주의를 상대하려는 민주 평화세력과 양심들과 연계되고 있다.

국제평화운동은 지난 1월 18일에 이어 오는 2월 15일 최대 규모의 국제 반전행동의 날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 부산, 원주에서, 세계적으로 100여개 도시에서 미 패권주의 부당성을 알리고 미국의 이라크전쟁기도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이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서 전개될 것이다. 아울러 제2 제3의 효순이 미선이가 될지도 모르는 이라크 사람들과 함께 전쟁을 막겠다고 이라크를 향해 떠난 한국 이라크평화팀은, 미국의 폭격을 맨몸으로 막고자하는 국제 인간방패 참가자들과 함께 촛불시위의 정신을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며 우리의 비극을 국제사회의 비극과 연계시키는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다. 비록 이들의 숫자는 적지만 모든 역사적 진보가 그러하였듯이 반인륜적 패권정치를 막아내는 양심의 둑이 될 것이다.

우리는 대이라크전에 반대하며 한국정부의 이라크 전에 대한 파병계획뿐만 아니라 일체의 지원에도 반대한다. 또한 국제사회는 이러한 반인륜적 전쟁에 협력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라크전을 통해서 반인륜적인 대량살상행위에 참여한 군대는 신 정부가 추진하려는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에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최대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용병처럼 강대국의 식민지 점령정책에 동원되는 군대를 둔 국가가 어찌 ‘중심국가’ 운운할 수 있겠는가. 한국정부가 이라크전을 지원한다는 것은 미국의 일방주의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으로서 향후 미국의 내정간섭이 증대되는 것을 막아내지 못하고 그나마 이룩한 민주주의 성과도 위협받게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국제사회에 이라크전 반대를 호소함과 동시에 한국정부의 전쟁 참가를 적극 저지할 것이다.

오는 2월 15일 국제반전행동의 날은 미국의, 미국만의 전쟁을 저지할 절호의 기회이다. 2월 15일, 우리는 군사력에 도취된 제국이 항상 치욕과 함께 몰락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상기하면서 평화의 힘으로 폭력을 막을 수 있다는 진실을 다시 한번 온누리에 밝힐 것이다.

2003. 2.

문의 : 김타균 정책실장 016-745-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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