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4/10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다크투어’ – 신유정

2024.10.22 | 군기지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다크투어] 10월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셨던 신유정님께서 참여 후기를 보내주셨어요!

그라피티가 덧씌워진 이태원 광장 집수정

녹색연합에서 진행하는 용산 다크 투어는 오염 문제를 주제로 용산 미군 기지 일대를 돌아본다. 출발지는 녹사평역. 이곳에는 집수정(輯水井)이 있다. 말 그대로 물을 모으는 우물로 용산 미군 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을 이곳에 모아둔다. 매일 약 10L 내외의 오염수가 발생하며, 서울시에서 이를 매주 수거한다. 주한미군은 이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용산 어린이정원 내부 행사에 참여중인 시민들

반환된 일부 용산 미군 기지가 시민들에게 개방된 용산 어린이 정원. 하지만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항을 방불케하는 입장 절차를 거쳐야 한다. 참고로 이곳은 대통령 집무실이 가까워 경호처의 경비가 삼엄했다. 검문대를 통과하고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은 잠시 그 수고로움을 잊게 만든다. 너른 잔디밭에 오래된 나무들이 늠름하게 자리하고 있고, 아이들은 뛰놀고 어른들은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어린이정원 내부 잔디광장

해당 부지가 ‘공원’이 아닌 ‘정원’이라 이름 붙은 이유가 토지 오염도가 공원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오염된 땅을 보기 좋게 ‘어린이 정원’이란 이름으로 포장해놓은 것이 가증스럽기도 했다. 가장 좋은 것을 주어야 하는 아이들을 오염된 땅에서 뛰놀게 하는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원을 걸을수록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정원 내부 단체사진

건설업계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 서울에 개발할 곳이라곤 용산뿐이라고. 그곳이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이라고. 그 땅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용산은 금싸라기는커녕 그냥 쓰레기 땅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이 땅은 어떻게 변할까? 욕망과 탐욕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개발될 서울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이 될까? 한편으론 생각한다. 이 땅을 그대로 두었으면 한다고. 오랜 시간에 걸쳐 정화하고 그 누구에게나 열린 녹지가 되었으면 한다고. 모두에게 쉼표가 될 수 있는 진정한 금싸라기 땅이 되길 바란다고.

글 – 신유정 참가자

정리 – 박상욱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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