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일) 개최되는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을 누가 책임지고 정화할 것인지, 정화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한국정부의 협상안이 최종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어제(8일)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과 녹색연합에서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들의 대다수(92.7%)가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결과를 공개해야 하며, 한미협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하였다. 또 국민의 79.1%가 반환미군기 환경오염에 대해 주한미군이 책임지고 정화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주한미군에 의해 야기되는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to a human health, KISE)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제시하며 현재 발견된 오염은 급박하지 않기 때문에 정화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주한미군은 리언 라포트 전 주한미군사령관을 통해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중 8개 항목에 대해 오염을 치유하겠다.’는 안을 한국정부에 던져 놓았다.
한국정부는 미군이 제시한 안이 그동안 환경부를 통해 줄곧 원칙으로 제시했던 기준에는 미흡하지만, 하나의 성과로 여기며 미군이 제시한 안을 받을 태세이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조차 주한미군이 제시한 ‘8개항을 책임지고 정화하겠다.’는 안은 주한미군으로서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이며, 한국정부가 이 안을 받아들인다면 실제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 시민사회는 한국정부가 자신의 원칙을 가지고 떳떳하게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에 대한 한미간 협상에 임할 것을 요청한다. 협상은 자신의 원칙을 가지고, 협상 당사자와 의견을 조율해 가는 과정이다. 한국정부가 주한미군과의 힘의 논리에서 밀린다고 하여 그동안 줄곧 주장해 오던 원칙을 깡그리 져버리는 것은 주권을 져버리는 처사이다. 대한민국의 환경권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주한미군이 던져주는 떡고물이 아님을 한국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5년 환경부 국정감사와 2월 8일 한 일간지를 통해 밝혀진 바처럼 대부분의 미군기지는 심각하게 오염된 상황이다. 필리핀에서는 수빅·클락기지에 들어와 살던 주민들이 미군이 저지른 지하수 오염과 토양 중금속 오염에 노출돼, 아이들이 각종 암에 시달리기 시작하였으며, 지금까지 클락에서 520명 이상, 수빅에서 1,934명의 피해자가 집계되었고 지금도 피해자 사망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 필리핀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주한미군은 한미관계가 21세기 진정한 동반자로 지속되길 원한다면, 자신의 저지른 잘못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지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 정화의 책임을 한국정부에 떠넘긴다면, 우리는 새로운 땅 한 평도 미군을 위해 내줄 수 없다. 또한 한미관계의 내일은 먹구름이 가득 낄 것이며, 미국은 동북아에서 주요한 동반자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한미협상에 임하는 정부관계자들은 한국정부 뒤에 든든한 국민들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론 조사에서 나오듯 국민들의 약 80%가 그동안 환경부를 중심으로 주장해 온 ‘국내 환경법을 기준으로 오염을 정화해야 하며, 오염정화비용은 미군이 부담해야 한다.’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국민들의 염원을 받아 한국정부가 올바른 협상안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만약 한국정부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의를 무시하고 주한미군이 제시한 안을 덜컥 받는 잘못을 범한다면, 국민들의 생존권과 다름없는 환경주권을 포기한 것에 대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전략유연성 합의에 이어 미군이 부담해야할 기지정화비용까지 우리 국민 떠맡게 되는 결정을 한다면 국민의 뜨거운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정부에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결과와 한미협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오염부담자 원칙에 따라 주한미군이 책임지고 반환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을 정화하도록 강제하는 한국정부의 협상 원칙을 관철하라!
하나,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정화기준과 정화책임, 정화절차 등 세부기준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소파(SOFA)를 개정하라!
녹색연합, 문화연대, 여성단체연합, YMCA전국연맹, 참여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