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부시] 미국중심 신자유화·군사패권주의 제동 ‘글로벌 연대’
내년 2월 인도 ‘세계사회포럼’서 제안 ‘저항투쟁’ 예고
촘스키·소로스 등 미국 좌파지식인들 ‘부시 패퇴’ 적극 행동
총선연대 낙천낙선운동에 접목 한국시민운동 세계화 목표
작성날짜: 2003/12/31
박신용철기자
“인터넷이라는 자유공간에서 부시낙선 유인물이 홍수를 이루고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부시반대성명을 내고 전세계 인권·환경·여성 지도자들이 각종 회의에서 반부시선언문을 채택한다. 반부시 평화엽서가 인터넷을 통해 미국 네티즌들에게 전달되고 ‘부시가 낙선되어야할 1백가지 이유’가 발표된다. 한국사람들에게는 낯익은 1인시위가 백악관 앞에서 전세계 릴레이시위로 전개되고 매월 1일에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이 1인시위에 동참한다. 전세계 소수민족들이 부시낙선의 당위성을 천명하고 전세계 민족들이 미국에 거주하는 자국 교포들에게 부시반대투표를 하도록 권유편지를 띄운다. 내년 11월 미국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전세계운동단체들과 미국단체들이 공동주최하는 ‘부시낙선 백만인 행진’으로 워싱턴을 가득메운다.”(조희연 교수 ‘아시아 시민사회 오늘과 내일’ 발제문 중에서)
국제연대 움직임 가시화
반부시운동이 전세계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개최된 자카르타 평화회의는 자카르타 평화합의를 도출해 ‘부시에 대한 반대(World Say No to Bush)’를 권고했고, 올해 11월 중순경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평화·군축·공생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도출된 최종합의문에는 내년에 부시낙선운동을 위한 글로벌 연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내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조지 소로스는 부시낙선을 위해 1천만달러의 자유기금(Liberal Fund)를 조성하겠다고 밝혔고, 노암 촘스키 등 미국내 진보적·좌파적 지식인 43명은 ‘부시의 패퇴가 가능하다(Bush Can be Stopped)’라는 네크워크를 만들어 ‘좌파에게 보내는 편지(A Letter to the Left)’를 통해 부시패퇴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내년 5월 뉴욕에서 미국내 진보적 인사, 재미동포단체, 한국NGO 등 3자연대로 한반도 평화통일과 관련된 국제대회에서도 부시낙선운동이 논의될 예정이다. 대회를 준비하는 김승국 평통사 운영위원은 “부시낙선운동은 미국유권자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미국내 평화운동단체, NGO들이 동의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 제기된 부시낙선운동은 미국 유권자들의 반발 가능성도 있어 상당히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웹진 ‘평화만들기(peacemaking.co.kr)’를 통해 부시낙선운동을 제안하기도 했었다.
조희연(한국사회포럼 국제연대위원장)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12월 5일 아시아 시민사회 비교연구 국제심포지엄 ‘아시아 시민사회의 오늘과 내일’에서의 발제를 통해 “낙선운동의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2004년 미국 대선을 둘러싼 전세계사회운동이 지구촌 시민들에게 ‘악의 축’으로 간주되고 있는 부시를 낙선시키기 위해 미국 내의 사회운동과 전세계 사회운동이 힘을 모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전세계 반전평화세력들은 부시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2001년 9·11사건이 발생하자 부시는 아프카니스탄의 반미정권 ‘탈레반정권’이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연계되어 있다며 무력침공을 감행했고 이라크 후세인정권도 테러지원국 혐의와 대량살상무기 보유 의혹을 제기하며 침공을 감행해 전세계 평화를 위협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선제공격’을 통해 북핵을 제거하겠다는 계획이 드러나면서 한반도에 암흑을 드리웠고 깡패국가들의 ‘비대칭전쟁(최첨단 무기를 상대로 테러 등 재래식무기를 통한 전쟁)’을 이유로 미사일방어체제(MD)를 추진해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금융자유화로 대변되는 미국중심의 신자유주의를 주도해 전세계를 20:80의 사회로 극단화하고 있는 것이 전세계반전평화운동세력의 주장이다. 조희연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반부시운동이 표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흐름들을 연결해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부시를 낙선시킴으로써 미국중심의 신자유주의와 일방적인 군사패권주의에 제동을 걸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반부시운동은 생존권 이슈”
조 교수는 “부시는 ‘무장한 세계화’의 상징으로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평화주의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공세적 군사주의를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부시행정부의 공세적 군사주의 우산 아래서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시의 전세계 반부시 연대 가능성에 대해 “1980년 광주학살을 통해서 국가권력의 폭력성과 억압성이 극명하게 드러남으로써 한국의 사회운동이 한 단계 고양되었던 것처럼 ‘무장한 세계화’는 세계화의 경제적 폭력성을 군사주의를 통해 표출하면서 반세계화 저항투쟁을 대중화하고 고양시키는 효과를 갖는다”며 “부시행정부와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세력들이 공세적 군사주의를 바탕으로 반인권적이고 반문명적인 이라크전을 감행함으로써 전세계 시민사회운동진영을 반전평화로 급속하게 결집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부시는 ‘제국의 시대에 제국주의적 반동’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전지구적 반전평화운동과 반세계화운동이 극적으로 결합·고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개별국가의 사회운동 차원을 뛰어넘어 어떤 형태로든 부시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한 글로벌차원의 운동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부시행정부의 군사패권주의 공세가 북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한반도 민중들은 반전평화와 반부시운동을 절박한 생존권적 이슈로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의 제안은 내년 대선시 미국 내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부시낙선운동을 전개하고 전세계 사회운동이 미국내 반부시낙선운동과 연대투쟁을 하자는 것으로, 미국이라는 일국적 운동공간을 글로벌 운동세력들이 개입하는 즉 국제주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내정간섭 운동’을 벌이자는 것으로 전세계 반전평화운동과 반세계화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희연 교수는 ‘부시낙선운동’을 통해 2000년 총선시민연대가 펼쳤던 낙천낙선운동을 세계화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 미국 노동조합총연맹(AFU) 등에서도 낙선운동에 대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총선시민연대가 펼친 낙천낙선운동만큼의 파괴력을 보이지 못했다. 당시 낙천낙선대상자들중 70%가량이 낙마했다. 따라서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 모델을 부시낙선운동에 접목시켜 한국 시민운동모델을 세계화하자는 것. 그는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 ‘예각적인 집중전략(targeting strategy)과 잠재적인 지지자들에게 낮은 수준의 쉬운 참여방법(투표시 낙선대상자에게 투표하지 않는 것)’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분석하고 “부시낙선운동은 무장한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전략, 그 중에서도 반부시투쟁의 일부일 수 있지만, 반부시투쟁을 예각화하고 대중적 참여전략으로 전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낙선운동이 모델”
‘글로벌 부시낙선운동’에 동참하기로 한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은 참여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등이 참여의사를 밝혔고 앞으로 증가될 추세로 보인다. 한국사회포럼은 부시낙선운동을 세계화하기 위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의 NGO들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조희연 교수는 국내외적 반부시운동을 내년 미국 대선에 결집하자는 ‘글로벌 부시낙선운동’을 내년 1월 인도 몸바이에서 개최되는 세계사회포럼에서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박신용철 기자 psyc@ngotimes.net
“네오콘·부시는 한국민중 두려워할 것”
조희연 교수 부시낙선운동 제안
-부시 낙선운동이 결국 민주당 지지로 귀결된다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부시가 낙선되면 결국 민주당 지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너무 ‘개량적’이지 않은가하는 논란, 부시낙선운동으로 미국의 유권자들이 역으로 애국주의적 단결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지구촌 운동이 과연 실효성 있게 개입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현실적인 고민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예상되는 난점들을 고려한 부시낙선전략전술 수립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설령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아니면 부시가 재선되더라도 구체적인 성과와 무관하게 99년 시애틀의 반세계화투쟁 이전과 이후가 다르듯이 지구촌은 이미 전혀 다른 상황 속에 놓여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시낙선운동은 국제주의적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진보적으로 내정간섭을 하자는 운동이라고 할 때, 국경을 넘어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과 대면하는 지구촌 노동과 시민사회가 일국적 한계에 묶여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시민사회가 과연 각국의 국내적 현안 문제를 뒤로 하고 ‘반부시운동’에 연대하겠는가.
△현실적 가능성은 별개 문제지만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폭발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화의 진보적 잠재력을 급진적으로 전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국가적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본은 글로벌하게 운동하는데, 노동과 저항운동이 일국적 한계에 묶여 있을 이유는 없다.
-부시 개인을 낙선시킨다고 해서 미국 네오콘의 군사패권주의 전략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러나 글로벌 캠페인을 배경으로 당선된 부시, 혹은 하워드 딘은 이미 과거와는 다른 조건 속에서 당선된 것이고 변화를 강제당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이전과 이후의 국민은 다르다. 노 대통령 개인은 동일할 수 있지만, 이미 다른 행위자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혹시 반부시낙선운동이 실패하여 부시가 재선에 성공할 때 미국의 부당한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도 보이는데.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생각할 수 있다. 보복하기 보다는, 우리의 힘을 보인다면 오히려 부시가 더욱 조심할 것이다. 적극적 저항자에 대해서 보복할 가능성도 있지만, 남한 민중을 두려워할 수도 있다. 과거와 같은 미국에 순종적인 종속국의 민중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반부시 낙선운동으로 부시가 낙선되면 한반도 평화 즉 북핵문제, 북미불가침조약, 남북화해협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것으로 보는지.
△직접적인 결과 보다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군사주의적 노선을 선택하는데 부담은 크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부시는 이미 이라크에서 강경한 공격적 군사주의 노선을 선택해서 그것이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았지만 거대한 덫에 걸린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동일한 노선을 선택하지 않고 외교주의적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그나마 긴장이 낮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더이상 공격적 군사주의 노선이 선택되지 않도록 하는 경고메시지가 될 것이다.
박신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