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비무장지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비무장지대 내부와 함께 화천·고성 일대의 민간인통제구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자연자원을 보호하고 통일 이후의 무분별한 개발 압력에 미리 대처하기 위함이라 밝혔다.
환경부는 90년대 후반부터 여러 차례 신규 국립공원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은 의욕만 앞서고 실질적인 준비가 부족한 가운데 조급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환경부가 연내에 비무장 지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추진하겠다는 입장 역시 지난 실패를 되풀이하는 성급한 태도이며 진정성도 없다고 판단한다.
비무장지대의 국립공원 추진은 장기적 차원에서 검토할 사안이다
비무장지대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복합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곳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군사적 대치와 긴장이 완화되어야 현실적인 접근이 가능한 지역이다. 수백만 개의 지뢰제거문제와 군사력해체 및 재편에 따른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한 곳이다. 자연환경의 관리대책을 비롯하여 불발탄과 지뢰 등 위험에 대한 대책에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환경부가 갑작스러운 발표로 5개월 동안에 어떤 계획과 추진력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또한 비무장지대는 국제법적으로 유엔 관할 지역이며 국내법의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엔군사령부에 면담요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전협정 테두리 안에서 남북, 북미관계를 고려하여 논의되어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므로 현 시점에서 논의 대상이 되기는 힘들다. 전체 비무장지대도 아닌 유엔사 관할의 반쪽면적을 추진한다는 점도 매우 비현실적인 접근이다.
현재 비무장지대는 자연유보지역으로 지정되어 평화협정체결이후에도 2년간 사실상의 보전지역이 된다.
비무장지대 일원 즉 민통선 지역의 국립공원 추진은 더욱 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미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민통선 중동부전선 대부분의 지역은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산림청이 산불, 병해충, 산사태, 산림자원관리 등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연결된 민통선의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다시금 국립공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행정력의 낭비다. 2000년 이후부터 정부 내에서도 보호구역의 중복 지정은 지양하고 있다. 하나의 보호구역에 또 하나의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실질적인 관리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환경부가 비무장지대의 보전을 위해 해야 할 으뜸의 과제는 민통선의 보전과 관리다. 서부전선은 불법개간과 군사보호구역 해제, 인위적 간섭의 증가로 보호대상 면적이 상당히 축소되어 있다. 파주, 연천, 철원 일대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보호 장치는 없고 방치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두루미, 재두루미 월동지인 철원평야에 수 만평의 광장과 주차장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군남댐 건설로 재두루미 월동지는 수몰될 위기에 처해있다. 국립공원지정보다 환경부가 시급하게 접근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꼼꼼히 생각해야 할 사례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있다면 해결방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자연환경 보전의 관점에서 현재 해야 할 일조차 방치하면서 현실성이 결여된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벤트에 불과하다
녹색연합은 비무장지대 및 민통선 지역에 대한 보전과 이용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 환경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추진방식은 다양한 이해당사자간의 조율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벤트 로만 매번 이루어지고 있는 비무장지대에 대한 접근법은 그 발표로 끝나왔다. 공간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금 당장 시급한 서부전선 민통선의 관리에 먼저 나서야 한다.
녹 색 연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