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민관협의 없이 운영된 탄녹위, 전문위원회는 유명무실
-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중요한 계획 논의도 부실 심의
- 탄소중립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 실패의 주범인가
녹색연합은 국회 정무위원회 신장식 의원(조국혁신당 비례대표)을 통해 확보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의 회의 및 운영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의 컨트럴타워를 자처하는 탄녹위의 운영이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탄녹위는 전원위원회(정부관계자와 민간 4개 분과위원회), 4개 분과위원회(온실가스감축, 에너지산업전환, 공정전환 및 기후적응, 녹색성장 및 국제협력), 17개 전문위원회, 사무처로 구성되어 있다. 탄녹위 1기는 오는 10월 말 2년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다.
유명무실한 전문위원회,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에서도 배제
탄녹위는 향후 15년간의 전력 수요와 공급에 관한 심도 깊고 다양한 논의를 필요로 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11차전기본)’을 정부관계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탄녹위의 ‘에너지산업전환 분과위원회’(위원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는 2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3개의 전문위원회(에너지전환 10명, 에너지기업전환 6명, 산업전환 10명)를 통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분과위는 전문위를 통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11차전기본 수립과정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비중, 전력수요의 적정성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고, 환경부가 기후변화영향평가 협의를 통해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탄녹위가 전문위원회 검토도 하지 않는 것은 11차 전기본에 대한 논의가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또한 11차전기본에 대한 논의만이 아니라, 에너지산업전환 분과위 산하 3개 전문위원회의 회의 개최율 자체가 매우 저조하다. 에너지기업 전문위원회는 2년간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으며, 에너지전환 전문위원회는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4회가 개최된 이후 올해 8월말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산업전환전문위원회는 10회 개최되었지만 이 중 9회는 2022년 1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집중적으로 열렸으며, 이후 23년 7월에 한 차례 열린 후 1년 이상 회의가 없었다. 에너지산업전환 분과위원회 산하의 전문위원회들은 최근 1년 이상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전문위원회의 낮은 회의 개최율, 2년간 평균 5.5회
(*에너지전환전문위, 에너지기업전문위, 산업전환전문위만 9월까지 회의현황을 의원실에 제출하였고 나머지 전문위는 7월까지만 제출하였음. 아래 분석은 이 자료를 토대로 하였음.)
에너지산업전환분과위뿐만 아니라 다른 분과위가 운영하는 전문위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24개월 동안 모든 17개 전문위원회의 회의 개최 평균회수는 5.5회에 불과했다. 에너지기업전환 전문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으며, 폐기물전문위원회는 2회만 열렸다. 에너지전환전문위원회를 비롯해 지역전문위원회, 녹색중소벤처기업전문위원회 등 총 6개 전문위원회는 각각 4회씩만 회의를 개최했다. 전문위원회 중에서 체계적으로 회의를 지속한 곳은 총 12차례 회의를 개최한 공정전환전문위원회가 유일했다.
사실상 ‘민관협의’ 없이 운영된 탄녹위
노동자, 농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로 출범한 탄녹위의 전체위원회는 지난 24개월 동안 10회 회의를 개최해 22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그중 4회의 서면회의를 제외한다면, 전체위원회 개최 횟수는 2년간 6회에 불과하다. 국무총리와 장관급 정부위원 22명, 민간위원 32명이 함께 탄소중립이라는 중요한 국가적 의제를 다루는 위원회로서 충분한 논의의 기회를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
2023년 11월 23일에 열린 전체위원회에서는 “국가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변경에 따른 배출허용총량 조정방안” 안건이 토론 없이 서면회의로 처리되었고, 분과위원회의 심의와 논의는 없었다. 전체위원회에서 처리되어야 할 국가기본계획 안건 6개 중 2개만이 실제로 처리되었으며, 이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기본계획’과 △‘제1차 시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관한 종합 보고였다. 나머지 4개 국가기본계획은 민간위원으로만 구성된 분과위에서 검토했으며, 이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년 10월, 11월), △제1차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 기본계획(안)(2022년 12월), △제1차 댐관리기본계획(2024년 3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년 8월, 9월)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므로 전체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제19조 3항에 따르면 “분과위원회 또는 특별위원회가 위원회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심의ㆍ의결한 것은 위원회가 심의ㆍ의결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다. 분과위나 특별위의 의결 사항이 탄녹위 전체의 의결이 되려면, 위원회로부터 위임받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탄녹위는 출범한 지 2개월 만에 민관 공동협의라는 원칙을 무색하게 만들며, 법적 권한이 명확하지 않은 총괄기획위원회(위원장 김상협)에서 ‘분과 위원회 위임 및 업무 분장 조정(안)’을 결정했다. 그 이후로 민간위원만 있는 분과위원회에서 국가기본계획, 공공부문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등 주요안건이 처리되었다. 2023년 4월에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운영세칙’(12조 1항)이 개정되어 총괄기획위원회에 ‘분과위원회 또는 특별위원회에 위임할 사항의 결정’ 권한이 부여되었다. 그러나 운영세칙 변경 이후에도 총괄기획위원회에서 업무 위임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지 않았으며, 결국 탄녹위에서 이루어진 분과위의 의결은 적법한 위임절차 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직 위원 정부부서장의 저조한 참석율
당연직 위원인 정부 부서장의 전체회의 평균 참석율은, 대리출석을 포함하여 65.9%에 불과하다. 서면회의를 제외하면 평균 참석인원은 22명 중 11명으로 불과 50%에 머물고, 7명만 참석한 회의도 있다.
기상청장은 10회 모두 참석한 반면,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3회만 참석하여 가장 많은 회의에 불참한 부서장으로 나타났다. 서면회의가 4회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서면회의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불참이 많은 부서장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두 부서장 모두 6회(60%) 불참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각각 5회(50%) 불참했다.
탄녹위 민간 전체위원회 구성은 50대, 남성, 교수가 중심
탄녹위 민간 전체위원회는 총 33명으로 구성되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2명(6.1%), 40대가 7명(21.2%), 50대가 18명(54.5%), 60대가 6명(18.2%)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26명(78.8%), 여성이 7명(21.2%)이었다. 직업군을 살펴보면 교수는 18명(54.5%), 연구원은 9명(27.3%)으로, 연구직이 총 27명으로 81.8%를 차지했다. 노동계와 농민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위원회의 구성은 양성평등법 상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신장식 국회의원은 “새롭게 구성될 탄녹위 2기는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되어야 하며 민관 협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10월 말 임기가 종료되지만,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체회의를 개최해 의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녹색연합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를 자처하는 탄녹위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애초 위원 구성부터 비민주적으로 이뤄진 탄녹위의 태생적 한계다. 현재의 탄녹위 체제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끝)
문의.
박항주 전문위원 (010-6339-6653)
황인철 기후에너지팀장 (070-7438-8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