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흰수마자입니다.”
푸른 하늘 구름이 참 정갈하던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우리가 모였습니다. 큰 원으로 둘러앉아 설악산 산양, 낙동강 하구 큰 고니, 금강 흰수마자, 새만금 저어새, 제주도 연산호가 되어 공생할 이들의 눈을 보고 함께 살아 나갈 준비를 합니다.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금강 흰수마자가 된 나는 곧게 세운 몸에 고개를 치켜들고 두 손을 모아 흰 수염을 만들어 수면 위를 향해 나부낍니다.


기후 위기의 단면으로 때 이른 무더위가 시작된 6월 5일 환경의 날,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헤엄치지 못하는 흰수마자는 광화문 광장, 청계천, 그리고 신촌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다른 동물들과 함께 ‘자연의 권리’를 외쳤습니다. 설악산을 거닐지 못하는 산양, 낙동강 하구와 새만금을 날지 못하는 큰 고니와 저어새, 금강과 제주를 헤엄치지 못하는 흰수마자와 연산호는 상실된 나의 권리를 도심 한복판에서 몸으로 말합니다. 연산호를 중심으로 평화로이 어우러진 다섯 존재는 터전을 잃어 소외되고, 결국 다시 만나 ‘이제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과 공생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한데 모인 우리의 앞에 펼쳐진 재활용 현수막을 수놓은 문장은, 우리가 간과하고 살아가는 ‘터전’과 ‘함께 사는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표를 건넸습니다.





이후 청계천으로 향하는 횡단보도. 동물이 되어 횡단보도를 네발로 기어 건너는 퍼포먼스는 삶의 터전을 잃고 도로로 나오는 동물들을 연상시켜 처연하면서도, 타는 듯한 시멘트 바닥을 두 손으로 짚었을 때의 뜨거움과 비례한 그들의 삶에 대한 의지가 느껴져 뭉클했습니다.


‘필요한 움직임’을 마무리하고 손뼉을 쳤습니다. 움직임으로 너와 내가 어우러져 공생한 경험은 참 귀합니다. 늘 거닐던 곳에서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가 되어 함께 노닐고, 억압받고, 다시 만나 터전을 되찾길 바랐습니다. 과정이 아름다웠던 짧고 굵은 화요일 오후의 만남을 모아 2024년 6월 5일 수요일 환경의 날에 전한 우리의 메시지가 커다란 울림이 되어 닿았길 바랍니다


함께 공생한 친구들, 움직임을 전해준 무용가분들과 귀한 기회를 준 녹색연합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나의 터전은 금강입니다.”
글. 참가자 임진아
[자연의권리 퍼포먼스 ‘공생’ 참가후기2] 보러가기 👇